▲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 ⓒ곽혜미 기자
▲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 ⓒ곽혜미 기자
▲ 대전월드컵경기장 관중 ⓒ곽혜미 기자
▲ 대전월드컵경기장 관중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쉽게 접하기 어려운 A매치는 단기간 많이 치르면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마케팅 전략도 선수 부상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확인한 4연전의 마무리였다. 

대한축구협회는 2002 한일월드컵 20주년 명분을 내세워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이집트와의 4연전을 유치했다. 이름값만 보면 나쁘지 않은 시리즈였다. 사상 최초로 겨울 월드컵이 열리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6월 A매치 기간을 늘려줘 4경기를 만들기에도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브라질전은 예매 당시 동시 접속자가 74만 명이나 몰려 흥행 대성공이었다. 

한일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전 안정환의 골든골 기억이 생생한 대전월드컵경기장도 2015년 6월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7년 만에 A매치를 유치, 역시 예매 전쟁이 벌어졌다. 홈구장으로 활용하는 K리그2 대전 하나시티즌 프런트는 티켓 청탁이나 문의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다. 

파라과이전이 벌어진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한일월드컵 직전 프랑스와의 친선경기 2-3 패배 이후 무려 20년 불패를 자랑했다.  종료 직전 '작은' 정우영(SC프라이부르크)의 동점골로 2-2,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며 11승3무1패라는 극강의 성적을 이어갔다. 4만228명의 관중의 응원도 대단했다. 

관중석은 가득 메웠지만, 중요한 콘텐츠인 경기력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최고 스타들이 모인 브라질을 상대로 6만4천872명의 반응은 탄성과 찬사의 연속이었다. 홈이었지만, 중립 경기를 치르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브라질이라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팀을 홈에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기에 즐기는 분위기는 이해 됐다. 1-5 패배는 전력 차이가 난다는 논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칠레는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주요 선수가 빠졌고 파라과이 역시 세대 교체 중이라 다소 아쉬웠지만, 우루과이전 모의고사라는 명분에 덮였다. 충분히 우리의 장, 단점을 확인하는 무대였는지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앞세운 이집트전 마케팅은 신통치 않았다. 살라의 방한 여부가 사실상 이집트전 흥행 여부를 가르는 열쇠였다. 

▲ 이집트전을 4-1로 이긴 벤투호가 경기 후 팬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대한축구협회
▲ 이집트전을 4-1로 이긴 벤투호가 경기 후 팬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대한축구협회

 

예매가 시작된 지난 9일, 이전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이 벌어졌다. 주요 좌석은 거의 매진이었다. 직접 예매에 나섰던 기자 역시 시작 6시간 동안의 클릭 전쟁 끝에 겨우 1등석 4장을 구할 수 있었다. 그만큼 2021-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살라의 재겨루기라는 구도는 흥행 보장이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휴가를 떠난 살라의 방한 여부가 흐릿해지고 10일 에티오피아와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 명단에서 제외되자 예매분이 빠지기 시작했다. 11일 축구협회가 살라의 방한 불가를 공식적으로 알리자 취소표가 대거 풀렸다. 15일에는 좌석당 2~300장씩 빠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기 시작 4시간 전까지 남은 좌석만 7천여석에 달했다.  

이집트전을 두고 경기 유치를 다소 엉뚱하게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본선 2차전 상대인 가나와는 경기 스타일이나 체형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모의고사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온당한 지적이었다. 

'가상의 가나'에 가까운 세네갈 유치도 가능했다. 본선에서 세르비아, 스위스, 카메룬과 만나는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와 경기가 취소되면서 다른 국가와의 추가 평가전이 필요했고 세네갈이 근접했었다. 브라질에는 가상의 카메룬이 되기에 적격이었다. 일본 원정을 치른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세네갈전을 치를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브라질은 유럽 팀과 평가전을 치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효율적인 A매치를 원했다. 중요 방안 중 하나가 일본전을 치른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세네갈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훈련장으로 활용했던 고양종합운동장이 경기 장소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도 이로운 상황이었지만, 모든 것은 흥행에 시선집중이었다. 교통 정리가 제대로 됐다면 부상으로 이탈한 살라 대신 그의 소속팀 동료 사디오 마네(리버풀)와 손흥민의 대결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집트의 현실은 살라 부상 제외는 물론 마흐무드 트레제게(뱌삭셰히르), 오마르 마르무시(슈투트가르트), 모하메드 엘네니(아스널) 등 주전들의 대거 불참이었다. 

이집트전은 수익에 너무 치중하면서 정작 모의고사를 제대로 치렀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쉽게 답하지 못하게 됐다. 5만9천172명의 관중 동원으로 체면 치레는 했지만, 6천 장 가까이 남았고 장거리 이동으로 피곤한 이집트를 상대로 4-1로 이겨 기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은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은 홍콩, 중국, 일본을 차례로 만나 수비 점검과 국내파 중 본선 경쟁력 있는 자원을 거르는 성격이 강하다. 

자연스럽게 9월 A매치 2연전의 중요성이 더 커져버렸다. 최종 모의고사로 손색 없는 상대 섭외가 절대적이다. 본선 경기 일정이 가장 마지막이라 혹시라도 한 경기를 더 만든다면 11월 카타르 도하로 향하기 전 해외파가 빠진 출정식 경기가 가능하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경기력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는지' 확실하게 되짚고 넘어가야 할 4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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