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마르 ⓒ곽혜미 기자
▲ 네이마르 ⓒ곽혜미 기자
▲ 정승현 ⓒ곽혜미 기자
▲ 정승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난이도는 6월 4연전과 비교해 떨어지지만, 관심도는 훨씬 큰 경기들이 벤투호 수비진을 기다린다.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을 두고 하는 말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브라질이 1-5로 대패한 뒤 칠레에 2-0으로 이기며 기사회생했다. 파라과이에 2-2로 비겼고 이집트에는 4-1로 웃으며 마무리했다. 

9득점 8실점, 공격진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황의조(지롱댕 보르도)-황희찬(울버햄턴)의 유럽파가 확실한 믿음을 심어줬다. 정우영(SC프라이부르크)이 가능성을 보여줬고 부상으로 빠진 이재성(마인츠05)까지 고려하면 꽤 괜찮은 전력이다. 

과거 유럽파였던 권창훈(김천 상무)에 황의조의 포지션 경쟁자인 조규성(김천 상무), 엄원상(울산 현대), 송민규(전북 현대), 남태희(알두하일) 등 자원은 차고 넘친다. 벤투 감독의 부름을 자주 받았던 이동준(헤르타 베를린), 이동경(샬케04)까지 더하면 흥미진진이다. 

문제는 수비 조직력이다. 빌드업에 기반한 안정지향의 축구를 원하는 벤투 감독의 기본에는 좋은 수비가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 조건이다. 하지만, 4연전에서 김승규(가시와 레이솔) 골키퍼로부터 시작되는 전진 패스는 몇 번을 가지 못하고 상대의 압박에 벗겨지기 다반사였다. 

브라질전에서는 두 차례 페널티킥으로 이어졌고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에게 충실히 헌납했다. 칠레전도 압박에 실수가 자주 나왔고 파라과이전에서는 정승현(김천 상무)이 볼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면서 미구엘 알미론(뉴캐슬 유나이티드)에게 벗겨져 실점했다. 이집트전은 대승을 거뒀지만, 실점 장면에서 강하게 방해하는 동작이 없었다. 

벤투 감독은 "6월 4연전에서 수비 불안보다 실수가 있었다. 경기 중 실수는 당연히 나온다. 이런 실수를 분석해서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몇 가지를 언급했었지만 수비진 외에도 많은 것을 분석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2019년 동아시안컵 최우수 수비상을 받았던 김민재. ⓒ곽혜미 기자
▲ 2019년 동아시안컵 최우수 수비상을 받았던 김민재. ⓒ곽혜미 기자

 

수비 핵심인 중앙 수비수 김민재(페네르바체)의 부상 합류 불발로 김영권(울산 현대) 중심으로 권경원(감바 오사카), 정승현이 활용됐다. 김영권-권경원은 모두 왼발잡이라 공격 전개 방향이 한쪽으로 쏠리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앞선의 중앙 미드필더는 정우영(알사드)가 두 경기만 소화하고 빠지자 불안정의 연속이었다. 백승호(전북 현대)가 노력했지만, 생각처럼 경기력은 나오지 않았다. 이집트전에서 호흡한 고승범(김천 상무)이 청소부처럼 중원을 누비면서 겨우 몇 차례 전진 패스가 나왔지만, 자신감 없는 백패스가 훨씬 많았다. 

척추 라인인 정우영-김민재 부재 고민은 동아시안컵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홍콩, 중국, 일본이라는 점에서 수비 부담은 적어지지만, 반대로 비슷한 실수가 나온다면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지게 된다. 특히 아우들이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0-3으로 완패한 일본에 약세를 드러낸다면 숨은 부정 여론은 더 커진다. 일본에는 지난해 3월 손흥민 없이 0-3으로 패한 기억이 생생하다.  

한마디로 동아시안컵은 최종 명단 승선을 앞둔 단두대 대회와 같다. 그나마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결정으로 카타르월드컵에서 교체 선수가 3명에서 5명으로 확대되고 최종 명단도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 벤투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으려는 싸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동아시안컵에도 유럽, 중동파를 제외한 구성원을 모두 선발해 출전한다는 것이 벤투 감독의 구상이다. 26명의 최종 명단에 골키퍼 4명을 제외하면 필드플레이어는 22명으로 압축된다.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김민재, '작은' 정우영, 이재성의 유럽파에 '큰' 정우영과 김영권, 황인범(FC서울), 권창훈, 박지수(이상 김천 상무)까지, 11명을 빼면 나머지 11명이 동아시안컵에서 가려지는 셈이다. 김민재, 박지수를 빼면 모두 공격, 미드필드 자원이다. 9월 A매치는 사실상 최종 명단에 가깝게 구성해 2연전을 치른다는 점에서 동아시안컵이 수비진에는 최종 모의고사나 마찬가지다. 

익명의 K리그 A팀 B감독은 사견을 전재로 "정말 냉정하게 따져보면 벤투 감독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 대부분은 기량 저하가 아닌 이상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내 선수들도 꾸준히 중용된 김영권, 권창훈 정도라면 동아시안컵에서 나머지 자리를 정리하지 않을까. 특히 수비는 대다수가 본선에서 뛰지 않나. 아주 흥미로운 대회가 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지는 동아시안컵이 더없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