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에도 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키움 이정후. ⓒ곽혜미 기자
▲ 올 시즌에도 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키움 이정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사직, 고봉준 기자] 프로야구 최초의 부자(父子) 타격왕 역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역대 4번째 타격왕 2연패의 기록이 쓰일까. 도전자가 현재 KBO리그 ‘최고의 타자’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라면, 그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이정후가 지난해의 뒤를 이어 올 시즌에도 타격왕 타이틀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이정후는 2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번 중견수로 나와 6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고 13-5 완승을 이끌었다.

이정후는 홈런만 빼고 단타와 2루타, 3루타를 모두 기록하면서 올 시즌 타율을 0.354(271타수 96안타)로 끌어올렸다. 이미 23일 부문 단독선두로 뛰어오른 뒤 계속해 1위를 지키면서 여유롭게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날 맹타로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2017년 프로로 뛰어든 이정후는 데뷔와 함께 센세이션을 이끌었다. 신인으로서 144경기를 모두 뛰며 타율 0.324라는 뛰어난 성적을 냈다. 이어 이듬해부터 줄곧 3할3푼대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역사도 썼다. 타율 0.360으로 타격왕을 차지했는데 1994년 0.393의 타율로 부문 1위를 기록한 아버지 이종범과 함께 세계 최초의 부자 타격왕이 됐다.

이처럼 데뷔 후 계속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정후는 올 시즌에도 자신의 진가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현재까지 70경기에서 타율 0.354 12홈런 54타점 40득점으로 타격 대다수 지표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아직 페넌트레이스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정후의 이러한 상승세가 유지된다면 KBO리그 역사에서 흔치 않았던 2년 연속 타격왕 등극도 가능하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정후의 타격감은 그대로 나타났다. 0-1로 뒤진 2회초 1사 1·2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때리는 2타점 2루타로 리드를 가져왔다. 이어 5회 좌중간 안타와 6회 1타점 우전 2루타로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안타 개수도 많았지만, 무엇도 인상적인 점은 타구의 질이었다. 날아오는 구질과 맞게 배트를 내면서 부채꼴로 안타 그래프를 그렸다. 안타를 칠 때마다 상대 투수는 김진욱과 진승현, 문경찬으로 바뀌어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안타를 생산했다. 이미 KBO리그 레벨을 뛰어넘었다는 평가처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타구의 방향을 설정한 이정후였다.

지난 40년 동안 타격왕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3명뿐이다. 1985~1987년 3연패를 차지했던 고(故) 장효조와 1991~1992년 이정훈, 2010~2011년 이대호만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남아있다. 이후 최근 10년 사이에는 김태균, 이병규, 서건창, 에릭 테임즈, 최형우, 김선빈, 김현수, 양의지, 최형우가 번갈아 타격왕 타이틀을 넘겨받았고, 지난해 이정후가 그 뒤를 이었다.

아버지도 해내지 못한 2년 연속 타격왕 타이틀을 꿈꾸는 이정후는 이날 경기 후 “사이클링히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4안타 경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안타를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이어 “최근 타격감은 좋다. 반면 타선은 기복이 있는데 나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올 시즌 역시 끝까지 부상을 당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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