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팀 분위기 탈바꿈에 큰 몫을 하는 김현수 ⓒ곽혜미 기자
▲ LG 팀 분위기 탈바꿈에 큰 몫을 하는 김현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당연히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했죠. 나름대로 우리 또한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성적을 못 냈기에 할 말이 없었죠”

21세기가 밝은 뒤 LG에 입단해 오랜 기간 뛰었던 한 은퇴 선수는 한때 LG를 비아냥거리는 단어 중 하나였던 ‘도련님 야구’라는 말에 억울함(?)부터 먼저 드러냈다. 선수들이 얌전한 것도, 승부욕이 없는 것도, 승리하지 못하면 분노하지 않은 것 또한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결국 성적이 문제였다고 했다. 성적으로 그 비판을 뒤집었어야 했는데, LG는 그렇지 못했다. 그럴수록 비교되고, 또 수렁에 빠졌다.

반대편 더그아웃의 두산이 열정적인 경기 스타일과 그에서 비롯되는 좋은 성적으로 ‘허슬두’라는 상징적인 별칭을 얻은 것과는 반대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단어를 입에 올리는 팬들은 없다. LG가 더그아웃 분위기를 바꾸고, 좋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내고, 리그를 선도하는 구석을 여러 분야에서 갖춰가면서 이제는 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어느 누구 하나가 그러한 여론을 일거에 역전시킨 건 아니다.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지분이 큰 인물은 분명히 있다. 2018년 LG 입단 후 더그아웃 리더로 자리매김한 팀의 핵심 타자 김현수(34)가 그 주인공이다.

두산에서 성공한 선수였고, 성공한 팀의 문화를 알고 있었으며, 메이저리그에서 선진적인 문화와 자기 관리까지 두루 경험한 선수였다. 입단 당시 LG의 젊은 선수들에게는 말 그대로 경외의 대상이었다. 김현수도 더그아웃 리더를 자처하며 선수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 노력을 많이 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김현수가 운동하는 것, 뛰는 것 하나하나를 배우려고 노력했고 그런 노력들이 쌓여 지금의 LG를 만들어가고 있다.

LG와 두 번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최대 10년 총액 230억 원의 계약 규모를 자랑하는 김현수는 여전히 그 몫을 하고 있다. 김현수는 14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잠실 KIA전이 끝난 뒤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진짜 팀이 잘 되는 쪽으로 생각만 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지금 정말 똘똘 잘 뭉쳐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도 조금 더 단단한 플레이와 더그아웃 문화를 주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김현수는 “후배들이 성장하는 것이 보이느냐”는 질문에 일단 고개를 끄덕이면서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보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정진해 한계를 깨뜨렸으면 하는 선배의 바람이 담겨져 있었다. 

이어 “이제 중간에 (채)은성이나 (김)민성이, (오)지환이 등 선수들이 다 느슨한 플레이를 싫어한다. 프로 선수라면 싫어하는 게 맞다”면서 “요즘에 느슨한 플레이가 많이 나온다고 생각을 하고, 콜도 안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걸 안 하면 2군에 가야 하는데 안 해도 (2군에) 안 가니까 내가 뭐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선수들이 다 장악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임무를 되새겼다. 김현수의 눈빛 레이저가 줄어들수록, 그 또한 LG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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