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용산, 박대현 배정호 정형근 기자] 현대축구는 '데이터 시대'다. 

각 팀이 보유한 정보와 정보가 치열히 경합한다. 지장과 용장, 세계 톱 리그와 하부리그 안 가리고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이다.

지도자 직관에 더는 의존하지 않는다. GPS 센서를 부착한 장비(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그날그날 훈련 데이터를 축적한다. 선수 활동량과 최고 속도, 활동 반경, 주요 공격 방향 등을 빼곡이 모아 팀 전술과 선발 라인업, 교체 카드를 낙점한다. 

한국 역시 웨어러블 디바이스 바람이 거세다. 그 중심에 축구과학기업 '핏투게더'가 있다.

2017년 창립한 핏투게더는 선수 몸에 부착해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웨어러블 기기 '오코치'를 제공하는 풋볼 사이언스 스타트업이다. 

2020년 1월 국제축구연맹(FIFA) 퀄리티 프로그램에서 기존 해외 경쟁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년이 흐른 올해 퀄리티 프로그램서도 정확도 1위를 차지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FIFA 주관 테스트에 연이어 입선한 것이다.

호주 북아일랜드가 주름잡던 웨어러블 전자 퍼포먼스 트래킹 시스템(EPTS) 시장의 신흥 강자다. 설립 5년 만에 전 세계 500개 구단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 윤진성 핏투게더 대표는 자사 성장 비결로 '사람'을 꼽았다. ⓒ 용산, 배정호 기자
▲ 윤진성 핏투게더 대표는 자사 성장 비결로 '사람'을 꼽았다. ⓒ 용산, 배정호 기자

핏투게더 윤진성 대표는 기술력을 공인 받은 소감으로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며 숨을 골랐다. 반가움보다는 안도감이 먼저다.

"소식을 듣고 일단 다행이란 생각이 맨 먼저 들었다. 전사적으로 역량을 쏟아부어 테스트에 임했다. (2020년은) 경쟁사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떨어져 있던 때라 테스트를 잘 봐야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핏투게더 자부심은 정교성에 있다. 설립 초기부터 내세운 무기다. 올해 FIFA 퀄리티 프로그램에서도 정확도 부문을 석권했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2년 전 쾌거에 안주하지 않았다. 부단히 R&D(Research & Development·연구 개발)에 집중했다. 인재 영입도 소홀하지 않았다. 연이은 FIFA발 낭보는 창업뿌리인 정확성을 지켜나간 과정이 축조한 기념탑이다. 

"올해 (테스트) 역시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그 결과 생각도 못한 결과를 거머쥐었다. 그간 경쟁사와 직접 붙을 기회가 적었는데 성적이 좋게 나와 자신감도 얻었다. 핏투게더는 꾸준히 '정확성'을 브랜딩 모토로 내세웠다. 테스트에서 삐끗하면 여태껏 전략이 무너질 수 있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 가슴을 쓸어내렸다(웃음). '정확성을 계속 어필해도 되겠구나'란 확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FIFA 퀄리티 프로그램 평가 항목은 다양하다. 무수하다. 다만 요점은 하나다. 정확성이다. 결국 정확성으로 수렴한다. 

"퀄리티 프로그램 평가 항목은 다양하다. 우선 절대적인 위치에 대한 정확성 평가를 한다. 그리고 속도에 대한 정확성 평가도 이뤄진다. 속도 정확성을 왜 평가하냐면 대부분 분석 지표가 속도를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뛴 거리를 계산할 때 속도와 센서 샘플링 시간을 곱해 측정한다. (그래야) 선수의 스프린트 거리와 최고 속도, 특정 속도 이상으로 뛴 고강도 거리 등을 산출할 수 있다."

"그래서 FIFA가 속도와 위치 정확도를 구별해 시험하는 것이다. 여기에 존(Zone)도 5개 정도로 나눈다. 속도 구분도 있다. 천천히 움직일 때와 조깅 속도로 움직일 때, 좀더 빠르게 움직일 때와 전력 질주할 때로 구분하기도 한다. 보통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구간 정확성이 (가장) 떨어진다. 구간별 특성도 고려하면서 테스트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FIFA는 실제 축구와 흡사한 테스트를 위해 곳곳에 '장치'를 안배한다. 선수의 급격한 방향 전환을 구현하고자 전력 질주 뒤 트랙을 돌게 한다든지 2대2 5대5 형식의 쇼트게임을 진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일종의 프로토콜 다각화다.

핏투게더 성장세는 가파르다. 급성장이다. 윤 대표는 비결을 '사람'에서 찾았다. 재목감을 헤아리고 영입에 성공한 뒤 기업 주춧돌로 삼았다. 삼고초려 정신이 왕성한 발육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모양새를 보면) 비교적 단기에 경쟁사를 따라잡지 않았나 싶다. 비결로는 핵심 인재 영입을 꼽고 싶다. 이번에 활용한 기술이 'RTK'라는 기술이다. 주로 비행제어나 드론에서 활용한다. 이 기술은 GPS를 훨씬 정밀히 보정해 준다. 위치 정확도 편차가 1~2cm에 불과하다."

"2020년에 드론 관련 스타트업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 기술 책임자)를 영입했다. 이밖에도 포항공대, 삼성 등에서 박사급 인력을 많이 충원했다. R&D에 집중 투자한 게 결실을 보지 않았나 싶다. 여기에 영상 분석 AI 기술, 무인 로봇도 데이터 분석에 투입했다. (파트너인) TNT FC 선수단을 대상으로 꾸준히 검증 테스트도 진행해 정확성을 높였다."

현재 핏투게더는 '축구시장'에만 집중한다. 축구과학기업으로서 본령을 잊지 않는다. 다만 스포츠데이터 범용성도 십분 고려한다. 본토에서 확고히 터를 닦은 뒤 영토 확장을 꿈꾼다.

"스포츠 생태계에서 데이터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정말 많이 한다. 일단 핏투게더 출발점은 축구 현장이다. 팀과 선수를 위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팀과 선수가 이익을 못 보면 이 생태계 자체가 성장할 수 없다 생각한다. 이들 퍼포먼스를 올려 주는 솔루션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지금은 이러한 선결조건이 (어느 정도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았나 보고 있다."

"이젠 외부다. 바깥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다. 데이터를 (축구 팀) 외부에도 어떻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 중이다. 특정 선수 스카우트 리포트나 (축구 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를 위한 입시용 자료 등을 기획하고 있다."

미술과 엔터테인먼트, 게임업계에서 각광받는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으로 진입도 머릿속에 둔다. 21세기형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다. 

NBA, MLB 같은 프로스포츠가 발전한 미국에선 이미 르브론 제임스(농구) 타이거 우즈(골프) 톰 브래디(프로미식축구) 스포츠 NFT가 발행돼 수익을 내고 있다. 올해 거래 규모가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대표는 "프로 구단과 협의해 디지털 스포츠카드 제작을 고려 중이다. (카드를 구입한 사람은) 해당 선수 핵심 스탯이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수 있다. 핏투게더 기술을 활용한 독자적인 카드로 구단과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NFT 사업이라고 보시면 된다."

"실제 물밑에서 얘기를 나눈 팀이 있다. 올해 K리그 2~3개 구단과 연말까지 샘플 카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재 이 카드를 일본과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도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 초에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