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시윤. 제공ㅣ민영화사
▲ 윤시윤. 제공ㅣ민영화사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윤시윤이 김대건 신부 역을 맡으며 느낀 벅찬 감정과 각오를 전했다.

영화 '탄생'(감독 박흥식)의 배우 윤시윤이 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탄생’은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개척자 청년 김대건(윤시윤)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대서사 어드벤처다. 학구열 넘치는 모험가이자 다재다능한 글로벌 리더였던 김대건의 개척자적인 면모와 더불어 호기심 많은 청년이 조선 최초의 사제로 성장하고 순교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번 작품으로 8년 만에 스크린 컴백에 나선 윤시윤은 "너무 떨린다. 사실 비용을 지불하고 극장에 와서 그 큰 화면으로 저를 봐주시는 것 아닌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 보고 계시는 것이다. 애정이라는 게 없으면 영화관에 앉아있어주시지 않는다. 냉철한 평가를 받는 것이 스크린이다. 제가 이제는 오디션을 따로 보지 않는 배우가 됐지만, 오디션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작품 개봉 전 바티칸에서 직접 교황을 만나 '성인의 얼굴을 가졌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윤시윤은 당시에 대해 "그런 자리인 줄 몰랐다. 30여명이 일자로 서서 기다리고 교황님과 한 마디씩 하는 것이다. 눈을 쳐다보며 얘기를 해야한다. 할애된 시간이 짧은데 저는 포스터를 보여드리면서 '제가 김대건 역할을 맡은 배우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더니 포스터를 보고 그 말씀을 해주셨다. 기분 좋으라고 해주신 말인 것 같다. 그렇게 예쁘게 봐주시면 저는 너무 감사한 것이다"라며 "바티칸에 조각상들이 있다. 맨 끝에 공간이 비워져 있는데, 거기가 김대건 신부님의 자리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그는 "너무 영광스럽다. 예를 들어 제가 이 영화가 한국에서 호평을 받고 좋은 반응으로 바티칸에 초대가 된 것이라면 조금 거만하거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할 수도 있을 텐데, 개봉도 전에 받은 것이지 않나"라며 "이 영화는 김대건이란 인물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세상이 필요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벅차오른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온 소중한 생명이 꼭 탄생한 것처럼 이 작품이 환영받으면서 나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윤시윤은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에 대해 "종교인으로서 위대한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제가 연기를 해서 안 된다. 역사적 인물을 막연하게 거룩하게만 다가갔을 때 흔히 말해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는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렇게 거룩한 연기를 할 수 없다. 그냥 청년 김대건이 저의 마음과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을까 해서 저답게 표현했다"며 "저희가 아는 김대건이란 인물은 후반부 성향이고, 앞에 나오는 조금은 아이같고 원래 저의 '어벙한' 느낌들을 마음껏 부여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다. 드라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스템에 의해 쭉 가지만, 영화는 변수가 생기면 중단하는 경우가 많고 배우로서 치명적이기도 하다. 선택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출연 당시를 떠올렸다.

▲ 윤시윤. 제공ㅣ민영화사
▲ 윤시윤. 제공ㅣ민영화사

윤시윤은 "저라는 사람이 주인공이 돼서 영화를 끌고나간다는 건 영화의 티켓 파워 문제가 생긴다면 해결할 수가 없다.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너무 좋은데 영화사에 '문제가 없을까요?'라고 했다. 영화사 대표님이 '다른 건 몰라도 배우만큼은 책임지고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 주겠다. 나를 믿고 따라라'라고 하는 것이 위로가 됐다. 모자란 연기자를 부끄럽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만큼 윤시윤 역시 이 작품에 진심으로 임했다. 실제로는 천주교가 아닌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그는 영화의 핵심인 순교 장면을 촬영할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민망하지만 긴장돼서 부모님에게 전화를 했다"고 운을 뗐다.

윤시윤은 "'엄마 어디야'라고 해서 촬영 2시간 정도 전에 '충청도까지 내려올 수 있어?'라고 했다. 서울에서 내려오셔서 가족들과 30분 동안 손잡고 기도했다. 그 인물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절대 종교적 이유는 아니다. 내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찍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찍었다. 같이 손잡고 기도하고 멍하니 있었다"고 말했다.

윤시윤 뿐 아니라 함께 참여한 배우들 역시 이 작품에 임하며 신앙의 힘을 연기의 동력으로 삼기도 했다. 그는 "저희 작품에서 참 대단하신 배우 분들이 나와 순교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각자의 신앙들을 개인적으로 대기실에서 많이 이야기 해주시고, 신 들어가기 전에 기도하고 가는 분들이 많았다"며 "예를 들어 윤경호 형님과 감옥에서 만나는 신도 너무 부담됐다. 옥사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눈을 감고 기도하고 계시더라. 그 때 '아 이 신은 찍을 수 있겠다' 싶었다. 다들 그런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겪는 부담감도 토로했다. 그는 '각종 스캔들에 연루될까 조심스럽지 않느냐'는 물음에 "맞다. 저번에도 부산 무대인사를 갔는데, 끝나고 다같이 펍에서 술도 마시고 놀고 싶지 않나. 잘못된 건 아니지만, 수염을 붙이고 이렇게 있다가 갑자기 칵테일 잔을 들고 있으면 좀 그렇지 않나. 교황님에게도 기도 부탁을 드린 것이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순간까지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잊혀서  김대건이란 인물만 보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저도 사고를 칠 수도 있고, 혹시 모르지만 사고를 쳐놓은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라고 웃음 지었다.

▲ 윤시윤. 제공ㅣ민영화사
▲ 윤시윤. 제공ㅣ민영화사

끝으로 윤시윤은 "저희 영화가 상업적으로 젊은 연인끼리 보는 작품은 아니다. 저희 작품 관객은 영화관에서 티가 난다. 어르신들이 손잡고 오신다. 개봉관이 많지 않아 찾아오기 쉽지 않으시다. 그 분들이 기억하는 저는 '현재'이자 '탁구'다. 점점 그런 생각을 한다. 저 분들에게 기뿜을 드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배우라면 얼마나 좋을까. 저라는 사람을 늘 기다리는 어르신들에게 또 손주 노릇을 할 수 있게 해줬으니 좋은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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