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는 정해영(왼쪽)과 최준용 ⓒ곽혜미 기자
▲ 팀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는 정해영(왼쪽)과 최준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신인 때는 멋모르고 던진다. 가끔은 패기라고 포장된다. 통하면 자신감을 얻고, 그 자신감으로 다시 성장한다. 그러나 매년 자신의 한계를 확장시키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한두 번은 넘어지고 주저앉기 마련이다. 여기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KBO리그에는 최근 좋은 구위를 가진 어린 불펜 투수들이 자주 탄생하고 있다.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에서 알 수 있듯이 불펜은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하다. 그런 젊은 세대를 대표하던 투수가 바로 2001년생 동갑내기 정해영(22‧KIA)과 최준용(22‧롯데)이었다. 묵직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단번에 팀의 핵심 불펜 자원으로 거듭났다.

두 선수 모두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팡팡 뿌리는 건 아니지만, 공에 힘이 예사롭지 않다는 공통된 평가를 받는다. 정해영은 묵직하고, 최준용은 살아 들어온다. “구속 이상의 힘이 있다”는 게 타자들의 한목소리다. 이런 장점을 앞세워 각자의 보직에서 정상급이라는 호칭을 얻기 직전이었다.

실제 정해영은 2021년 64경기에서 34세이브를 거두며 리그에서 가장 각광받는 차세대 마무리 자원으로 우뚝 섰다. 단순히 34세이브를 기록한 것 외에도 평균자책점은 2.20에 불과했다. 최준용 또한 2021년 44경기에서 20홀드,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하며 역시 화려하게 알을 깨고 나오는 듯했다.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했다면, 신인상의 영예가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2022년은 다소 주춤했다. 개막 마무리로 시작한 정해영은 55경기에서 32세이브를 기록하며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거두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3.38로 올라섰고, 7번의 패전을 안았다. 피안타율도 0.252로 올랐다. 최준용은 6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하며 역시 한 차례 쓴맛을 봤다. 생애 최다인 71이닝 소화는 자신의 영역의 확장이었지만, 마무리 승격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 건 분명했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 명단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사실 이정후(키움)와 같은 예외 사항이 아니라면 다들 한 번씩은 겪고 넘어가는 성장통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그래프가 평행선을 긋거나 내리막을 그린다면 지금까지의 성과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교차하며 그리더라도 오르막의 폭이 더 커야 한다. 두 선수에게 2023년이 중요한 이유다.

다행히 몸에 큰 이상이 없다. 두 선수 모두 정상적으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몸만 건강하다면 채워 넣을 것은 무궁무진한 선수들이다. 위상도 바뀌지 않았다. 정해영은 여전히 KIA의 마무리다. 최준용도 롯데 불펜의 핵심이라는 타이틀을 놓은 건 아니다. 어린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지만 두 팀이 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깨의 짐은 실감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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