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스포츠 대통령' IOC 위원에 대한 바른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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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는 이날 선수위원 선거 결과를 발표하며 유승민을 포함한 4명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유승민은 '신아람 1초 눈물'의 상대인 브리타 하이데만(독일, 펜싱), 다니엘 지우르타(헝가리, 수영),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육상)와 함께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IOC는 "4명의 새 선수위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시작해 8년 임기를 마친 클라우디아 보켈, 문대성, 알렉산더 포포프, 유밀카 루이스 루아체스에 이어 활동하게 된다"고 알렸다. 유승민을 비롯한 이들의 임기는 2024년까지다.
한국 스포츠로서는 문대성 선수위원이 임기 막판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건희 위원이 건강상 문제로 사실상 IOC 위원이 공백 상태인 가운데 나온 희소식이다. IOC 선수위원은 1999년 IOC 개혁 규정에 따라 탄생했다. 선수위원은 IOC 위원과 동등한 자격을 얻는다. 올림픽 개최지 결정에 투표할 수 있고 IOC 총회에 참석해 각종 규제 제정 등 IOC가 결정하는 모든 사항에 대해 투표권을 행사한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김현우의 16강전에서 나온 득점 판정 정도를 빼면 한국 선수단이 심판 판정과 관련해 크게 피해를 본 사례가 없다. 그러나 직전 대회인 제 30회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판정 문제와 관련한 피해를 204개 출전국 가운데 유독 많이 봤다. 대회 초반부터 박태환(수영), 조준호(유도), 신아람(펜싱) 등이 줄줄이 판정 문제로 손해를 보거나 경기력에 일정 수준 영향을 받았다. 심판 판정 문제는 아니지만 대회 막바지 박종우(축구)는 '독도 세리머니'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분들(IOC 위원 지칭)은 그곳(런던)에서 도대체 뭘 하고 계셨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국회에서도 이런 비난이 이어졌다. 억울하기도 하고 마음이 급하기도 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분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엉뚱한 과녁에 쏜 것이다.
올림픽은 IOC가 주관해 치르지만 종목별 경기는 국제연맹(IF)이 독자적으로 운용한다. 박태환의 부정 출발 문제는 국제수영연맹(FINA), 조준호의 판정 번복 문제는 국제유도연맹(IJF), 신아람의 계시 문제는 국제펜싱연맹(FIE) 소관이다. 박종우의 정치적 행위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판단한다. IOC가 박종우 문제에 대해 FIFA의 보고를 기다렸던 까닭이다.
IOC와 IOC 위원의 독특한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1894년 6월 23일 파리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회의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와 이를 관장하는 조직인 IOC의 결성 그리고 제 1회 대회를 고대 올림픽의 나라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1896년에 열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IOC는 올림픽에 정치가 끼어들지 않도록 무척 신경을 썼다. 최근 국내에서 있었던 대한체육회(KOC) 정관 개정 문제 논란도 IOC의 이런 성격을 파악하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은 정치가나 정치 조직을 매우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부터 올림픽을 각국 정부로부터 독립된 것으로 만들어 모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지킬 결심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자신도 프랑스의 귀족(남작)이거니와 IOC를 조직할 때 작위를 지닌 귀족들을 위원으로 속속 받아들였다. 위원들의 지위가 두드러지면 두드러질수록, 또 존경을 받으면 받을수록 정치가들이 간섭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귀족 IOC 위원이 그리 많지 않다. 영국의 앤 공주(승마), 모나코의 앨버트 2세 왕자(봅슬레이) 등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이들 귀족 IOC 위원 가운데 몇몇은 올림피언이기도 하다.
IOC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 KOC나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같은 조직)가 있는 나라나 지역에 사는 주민들 가운데 프랑스어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위원으로 선출하지만 IOC 위원은 IOC에 대해 그 나라나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나 지역에 대한 IOC의 대표다. 말하자면 IOC가 파견한 대사(大使)인 것이다. 다시 한번 확인하면 IOC 위원은 NOC의 대표가 아니며 IOC의 대표자다.
IOC 위원의 임무는 자신이 소속한 나라 또는 지역에 올림픽 이념을 올바르게 보급하고 고양하며 스포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국인 IOC 위원으로는 1955년 이기붕을 시작으로 이상백, 장기영, 김택수, 박종규, 김운용, 박용성 등이 활동했다. 한국인 IOC 위원이 한국 스포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언제인가 부산이 여름철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면 개최지 결정 투표에서 은근슬쩍 부산을 찍는 정도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결정된 제 103차 IOC 총회(1994년 9월 4일 프랑스 파리)를 앞뒤로 치열한 방해 작업이 벌어졌다. '유사 종목은 올림픽 종목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을 들고 나온 가라테,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등은 물론 일찌감치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유도나 중국 우슈도 이들과 행동을 같이했다. 그때 북한의 IOC 위원인 장웅이 북한의 NOC인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파리에 와 있었지만 방해 공작에 노골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한국 측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었다. 장웅은 북한(스포츠)을 대표하는 IOC 위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을 포함한 IOC 위원 모두 태권도의 손을 들어 줬다.
신아람의 계시 문제가 일어났을 때 일각에서는 토마스 바흐(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후 IOC 위원장 선임), 클라우디아 보켈(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에페 단체전 은메달리스트,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끝으로 임기 만료) 두 독일 IOC 위원이 모두 펜싱 선수 출신이라는 사실을 제기했다. 상대 선수였던 브리타 하이데만(2016년 신규 IOC 선수위원)의 국적이 독일이었던 까닭이다. 이들은 FIE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들의 존재가 FIE 관계자들에게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었리라는 추론은 가능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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