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조현일 해설위원] 플레이오프(이하 PO)는 정규시즌과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이 조성된다. 라커룸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감독의 손길에도, 워밍업하면서 몸을 푸는 선수들의 눈길에도 비장함이 흐른다. 경기장에 모인 팬들의 함성, 플레이오프 경기를 내보내는 중계진들의 목소리에는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들어가 있다. 선수들이 빚어내는 코트 마찰음과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 흥분을 전하는 경기 아나운서 및 해설자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기 마련. NBA 플레이오프(이하 PO)가 주는 매력이다.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도 평소 기량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있다. 팬들은 이들을 일컬어 ‘승부사’라 부른다. 클러치슛, 위닝샷으로 수많은 팬들을 열광케 한 NBA 역대 최고의 승부사들을 만나보자.

마이클 조던ㆍ前 시카고 불스

정규시즌 | 1,072경기 30.1점 6.2리바운드 5.3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9.7%
플레이오프 | 179경기 33.4점 6.4리바운드 5.7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8.7%

마이클 조던은 PO 평균 득점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2위 알렌 아이버슨(은퇴)과의 격차는 3.7점가량.

조던은 PO에 관한 여러 가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 위저즈에서 보낸 마지막 2시즌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PO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조던은 PO 데뷔 무대(1984-85시즌)에서 29.3점을 기록한 이후 단 한 번도 시즌 PO 기록이 30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1985-86시즌 PO 1라운드 2차전에서는 보스턴 셀틱스를 상대로 무려 63점을 퍼붓기도 했다. 역대 PO 한 경기 최다 득점. 당시 여러 차례 조던과 매치업을 벌였던 래리 버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던은 PO 역대 스틸 부문에서도 376개를 기록, 팀 동료였던 스카티 피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6번 파이널에 진출해 모두 우승을 차지한 것도 진기록. 5개 이상의 챔피언 반지를 소유한 선수들 가운데 파이널 100%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조던, 스카티 피펜이 유이하다.

제리 웨스트ㆍ前 LA 레이커스

정규시즌 | 932경기 27.0점 5.8리바운드 6.7어시스트
플레이오프 | 153경기 29.1점 5.6리바운드 6.4어시스트

별명 자체가 아예 ‘미스터 클러치’인 제리 웨스트는 큰 경기에 강한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웨스트가 이끄는 레이커스는 1969년 파이널에서 빌 러셀, 존 하블리첵 등이 이끄는 보스턴 셀틱스에 3-4로 석패했다. 하지만 기자단이 선택한 파이널 MVP는 셀틱스 선수가 아닌 웨스트였다. 웨스트는 7차전에서 42점 13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셀틱스 수비를 초토화시켰다.

레이커스와 여러 차례 진검승부를 벌였던 러셀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상대 라커룸으로 달려가 웨스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존 하블리첵이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전해달래.”

웨스트 이후 NBA는 아직까지 준우승 팀 파이널 MVP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웨스트가 큰 경기에서 펼친 활약은 대단했다. 웨스트는 마지막 시즌이었던 1973-74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PO 평균 20점을 넘겼다. 1964-65시즌에는 11경기 동안 무려 40.6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득점뿐만 아니라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도 출중했다. 포인트가드 못지않은 시야와 패싱 기술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양질의 어시스트를 뿌렸다. 조던, 알렌 아이버슨에 이어 PO 역대 평균 득점 3위에 올라 있는 웨스트는 레이커스 역사상 최고의 강심장이었다.

레지 밀러ㆍ前 인디애나 페이서스

정규시즌 | 1,389경기 19.1점 3.2리바운드 3.1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39.5%
플레이오프 | 144경기 20.6점 2.9리바운드 2.5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9.0%

“마이클 조던과 더불어 레지 밀러는 NBA 역대 최고의 클러치 플레이어다. 경기에 대한 열정, 소망, 승리하는 방법을 아는 최고의 선수다.” 현역 시절, 밀러와 함께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백코트를 이끌었던 마크 잭슨의 말이다.

밀러는 18시즌 동안 페이서스에서만 활약하며 무려 15차례나 인디애나를 PO에 이끌었다. 평균 30점 가까운 득점력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PO 데뷔 무대를 치른 조던과 마찬가지로 밀러 역시 첫 무대부터 범상치 않은 기질을 과시했다.

PO 데뷔였던 1991년, 밀러는 전년도 우승팀인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1라운드 세 경기 평균 22.6점을 몰아넣었다. 뛰어난 수비로 정평이 나 있던 조 듀마스는 밀러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4년 플레이오프는 밀러를 위한 독무대였다. 뉴욕 닉스와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에서 4쿼터에만 25점을 올리며 인디애나의 93-86 승리를 이끌었다. 1995년, 닉스와의 동부 컨퍼런스 준결승전 1차전에서는 8.9초 동안 홀로 8득점하는 등 수많은 클러치슛으로 상대를 울렸다. 페이서스와 여러 차례 PO에서 맞닥뜨렸던 패트릭 유잉은 “밀러를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말로 그의 위대함을 표현했다.

밀러는PO에서 320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이 부문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레이 알렌(385개, 은퇴). 3위 마누 지노빌리, 코비 브라이언트(이상 292개)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지만 ‘플레이오프 3점 슈터’의 이미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킴 올라주원ㆍ前 휴스턴 로케츠

정규시즌 | 1,238경기 21.8점 11.1리바운드 2.5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51.2%
플레이오프 | 145경기 25.9점 11.2리바운드 3.2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52.8%

하킴 올라주원의 팬들은 그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1994년, 1995년 플레이오프 하이라이트 필름을 보여줄게.”

올라주원은 플레이오프 평균 득점이 정규시즌보다 4점이상 높다. 2연패 첫 해였던 1994년, 플레이오프 23경기에서 28.9점 11.0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올라주원은 이듬해 PO에서 칼 말론, 찰스 바클리, 데이비드 로빈슨, 샤킬 오닐을 차례로 압도하며 그들의 ‘봄 농구’를 제대로 망쳤다. 1995 PO 평균 기록은 33.0점 10.3리바운드 4.5어시스트.

1990년대 올라주원의 라이벌로 활약했던 로빈슨은 “올라주원을 막을 수 있다고? 천만에. 그를 수비할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1995년 파이널에서 휴스턴에 0-4 스윕으로 패배한 오닐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특유의 심드렁한 표정으로 “올라주원은 20가지가 넘는 공격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력도 뛰어났던 올라주원은 플레이오프 역대 블록 부문 3위(472개)에 올라 있다. 1위는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팀 던컨(545개)의 몫이며 2위는 카림 압둘-자바(476개)다.

팀 던컨ㆍ샌안토니오 스퍼스

정규시즌 | 1317경기 19.6점 11.0리바운드 3.1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50.6%
플레이오프 | 234경기 21.3점 11.7리바운드 3.1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50.0%

팀 던컨은 현역 PO 최고의 사나이다. 데뷔 이후 매 시즌 PO에 진출했고(1999-00시즌에는 부상으로 결장) 통산 6번 NBA 파이널에 진출해 5차례 챔피언 반지를 거머쥐었다.

정규시즌보다 훌륭한 성적도 눈에 띄지만 극심한 서고동저 속에서도 5개의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는 점이 더욱 돋보인다. 던컨은 PO 무대를 통해 칼 말론, 라쉬드 월라스, 샤킬 오닐, 덕 노비츠키,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카를로스 부저, 잭 랜돌프 등 뛰어난 빅맨들을 차례로 제압했다. 1997년부터 18년째 상대 매치업의 목을 조르고 있다.

레이커스의 4연패를 저지했던 2003년 PO 24경기에서는 24.7점 15.4리바운드 5.3어시스트라는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피닉스 선즈와의 2010년 PO 1라운드 1차전에서 터뜨린 3점슛 등 올라주원 못지않은 클러치 능력도 여러 차례 발휘했다. “최고의 빅맨 해결사”라는 찬사를 듣는 원동력이었다.

던컨은 545블록슛으로 올라주원, 샤크, 압둘-자바 등 날고 기는 빅맨들을 제치며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5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2014 PO에서도 23경기 평균 1.3블록을 기록, 건재함을 과시했다.

르브론 제임스ㆍ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정규시즌 | 902경기 27.4점 7.1리바운드 6.9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9.6%
플레이오프 | 158경기 28.0점 8.4리바운드 6.4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48.2%

조던, 아이버슨, 웨스트, 듀란트에 이어 PO 역대 득점 부문 5위에 올라 있는 르브론 제임스는 한때 ‘새가슴’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데뷔 초기엔 마음고생이 제법 심했다.

하지만 스스로 역경을 이겨냈다. 2006-07시즌, PO 데뷔 2시즌 만에 팀을 파이널로 이끈 르브론은 디트로이트와의 2007 PO 동부 컨퍼런스 결승 5차전에서 NBA PO 역사에 길이 남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2차 연장 접전까지 갔던 경기에서 팀이 득점한 마지막 30점 가운데 29점을 홀로 몰아넣으며 상대 선수들과 디트로이트 홈팬들의 정신을 빼놓았다.

천시 빌럽스(前 디트로이트)는 “내가 본 플레이 가운데 최고였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르브론의 기량은 믿지 못할 수준이다”며 극찬하기 바빴다. 피스톤스 홈팬들도 넋을 잃긴 마찬가지. 2006년 PO 1라운드 워싱턴 위저즈와의 시리즈에서는 위닝샷을 두 차례 꽂아 넣으며 ‘클러치 능력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평을 완전히 뒤엎었다.

올 시즌 현재, 르브론은 한 경기만 더 패하면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게임에서 마이클 조던을 제치며 평균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2012 PO 컨퍼런스 결승 6차전, 보스턴 셀틱스를 상대로 폭발시킨 45득점 활약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여전히 4쿼터에 존재감이 사라질 때도 있지만 2번의 우승을 통해 데뷔 초기 쌓였던 ‘Choker’ 이미지를 상당 부문 없앴다. 한때 ‘겁쟁이’로 불렸던 덕 노비츠키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PO 평균 출전시간 부문 8위(42.5분)인 르브론은 230개의 3점을 꽂으며 PO 최다 3점 10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PO 통산 자유투 성공 개수는 7위(1,151개). 1위 조던과의 격차는 300개 남짓이다. 아직도 르브론의 커리어는 창창하다. 각종 PO 관련 기록들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QUICK VIEW | 플레이오프의 새가슴들

PO만 가면 손이 떨리고 맥박이 빨라지는 선수들이 있다. 쉬운 레이업을 놓치거나 승부처가 되면 뒤로 숨어버리기 바쁜 이른바 ‘새가슴 플레이어들.’

데이비드 로빈슨

정규시즌 987경기 21.1점 10.6리바운드 2.5어시스트 야투 51.8%
플레이오프 123경기 18.1점 10.6리바운드 2.3어시스트 야투 47.9%

QUOTE | “로빈슨은 라커룸에서 완전히 얼어 있었다. 그러더니 나더러 올라주원을 함께 수비하자고 하더라. 로빈슨은 플레이오프에서 리더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올라주원의 먹잇감이었을 따름이다.”

데니스 로드맨, PO에서 올라주원을 상대로 쩔쩔 맸던 로빈슨을 맹비난하며. 로빈슨은 올라주원과의 1995 PO 맞대결에서 그야말로 무참히 깨졌다. 특히 시리즈 분수령이었던 4~6차전에서 야투 48개 가운데 29개를 놓치며 올라주원의 원맨쇼를 지켜봐야 했다. 반면, 올라주원은 로빈슨을 상대로 6경기 중 4차례나 39점 이상을 올리며 매치업 완승을 거뒀다.

칼 말론

정규시즌 1,476경기 25.0점 10.1리바운드 3.6어시스트 야투 51.6%
플레이오프 123경기 24.7점 10.7리바운드 3.2어시스트 야투 46.3%

QUOTE | “우체부는 일요일엔 배달을 하지 않지.”

스카티 피펜, 1997 파이널 1차전 막판, 자유투를 얻은 말론의 귀에다 속삭이며. 피펜의 고급스러운 트래쉬토크에 심적으로 흔들린 말론은 불스 선수 및 팬들의 바람대로 중요한 자유투를 넣지 못했다. 말론은 커리어 통산 10차례나 PO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준우승은 세 번. 생산력 역시 정규시즌보다 확연히 떨어졌다. PER이나 WS 같은 세부 기록 모두 정규시즌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크리스 웨버

정규시즌 831경기 20.7점 9.8리바운드 4.2어시스트 야투 47.9%
플레이오프 80경기 18.7점 8.7리바운드 3.6어시스트 야투 46.4%

QUOTE | “너무 힘들다. 이런 상황이 전혀 즐겁지 않다. 내 모든 농구 커리어에 있어 이런 경기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크리스 웨버, 2002년 서부 컨퍼런스 결승 7차전에서 LA 레이커스에 패한 뒤. 총 10시즌 동안 PO 무대를 경험했던 웨버가 정규시즌보다 높은 득점을 올린 적은 딱 한 번에 불과했다(2002-03시즌). 미시건 대학 시절, NCAA 결승 막판에 나온 ‘타임아웃’ 실수 해프닝(경기 막판, 잔여 작전시간이 없었으나 자신을 둘러싼 수비에 당황한 웨버가 타임아웃을 요청하면서 자유투를 헌납. 결국, 미시건 대학은 노스캐롤라이나에 패배)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던 웨버에게 빅 게임은 썩 인연이 없었나 보다.

제임스 하든

정규시즌 439경기 19.4점 4.3리바운드 4.4어시스트 야투 44.4%
플레이오프 55경기 16.6점 5.0리바운드 3.7어시스트 야투 42.1%

QUOTE | “내 부진한 야투는 걱정하지 않는다. 단, 우리 팀의 수비가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제임스 하든, 2014 PO에서 극심한 야투 난조에 대해 개의치 않으며. 이 인터뷰를 접한 휴스턴 내 몇몇 지역 팬들은 하든의 무책임한 발언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OKC와 휴스턴을 거치며 통산 5시즌 동안 PO에 나선 하든은 휴스턴 이적 이후 치른 PO 12경기 동안 야투 38.3%, 3점 31.6%에 머무르고 있다. 생애 첫 결승 무대였던 2012 파이널에선 르브론의 매치업으로 나섰다가 ‘멘붕’을 경험하며 공격까지 그르치고 말았다. 5번의 PO 무대에서 그 해 40% 이상의 야투를 기록한 횟수는 단 2번에 불과하다.

[사진] 하킴 올라주원 ⓒ Gettyimage

조현일 해설위원 sports@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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