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2014년 월드시리즈 7차전. 2010년대 들어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샌프란시스코와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오른 캔자스시티의 맞대결이었다. 1985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두고 MVP로 선정되었던 브렛 세이버하겐을 시구자로 내세운 캔자스시티는 그러나 4회부터 올라와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매디슨 범가너에게 가로막히며 샌프란시스코의 우승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이듬해인 2015년. 캔자스시티는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다. 강속구를 던지는 젊은 선발투수들을 앞세운 메츠와 캔자스시티의 승부는 5차전 연장까지 이어졌다. 연장 12회 초 대타 크리스티안 콜론의 적시타로 점수의 균형을 깬 캔자스시티는 알시데스 에스코바의 1타점 2루타와 로렌조 케인의 3타점 2루타로 점수를 5점차(7-2)로 벌렸다. 이후 12회 말에 등판한 웨이드 데이비스는 무실점으로 2015년 월드시리즈를 마무리지었다. 캔자스시티의 팀 역사상 통산 두 번째 우승이자 1985년 이후 30년만의 우승이었다.
그러나 2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까지 소화한 것은 무리였을까. 2015년 95승 67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였던 캔자스시티였지만 지난해에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실망스러웠고 81승 81패로 5할 승률을 간신히 지켜내는데 급급했다.
지난해 캔자스시티는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선보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팀 삼진은 크게 늘어났고(15.9%→20.2%), 알렉스 고든(0.809→0.692)과 에릭 호스머(0.822→0.761)를 비롯한 주요 타자들이 OPS의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2015년 아메리칸리그 7위(98)였던 캔자스시티의 wRC+(조정 득점창출력)는 지난해 리그 꼴찌(88)로 추락하고 말았다.
투수진의 부진도 만만치 않았다. 이안 케네디가 11승 평균자책점 3.68 195.2이닝으로 선발투수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영입했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으며 평균자책점 5.37의 에딘슨 볼퀘스는 2015년의 활약(13승 3.55ERA)을 이어가지 못했다. 요다노 벤추라(11승 4.45ERA)는 계속 실망을 안겨주는 가운데 대니 더피(12승 3.51ERA) 만이 유일한 선발투수진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불펜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존의 마무리 투수였던 홀랜드가 2015년 토미존 수술과 동시에 계약이 종료되었고 새롭게 캔자스시티의 9회를 책임지게 된 데이비스는 부상으로 43.1이닝 소화에 그쳤다. 지난해 캔자스시티 불펜에서 60이닝 이상 소화하며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에레라 한 명 뿐이었다. 구단 수뇌부는 루크 호체이버가 불펜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호체이버는 흉곽 출구 수술을 받고 7월,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시즌 종료 후 무려 7명의 선수가 FA가 되는 올 시즌. 2017년은 캔자스시티에게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에 도전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현재 26승 32패 중부지구 4위에 그치고 있는 캔자스시티의 성적은 2000년대 중후반의 암흑기(4년 연속 지구 최하위)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캔자스시티는 왜 이처럼 단기간에 몰락하고 만 것일까.
지금의 캔자스시티 불펜은 더 이상 아메리칸리그 최강이었던 2014년의 그것이 아니다. 이제는 과거 삼대장 가운데 에레라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긴 재활 끝에 콜로라도로 자리를 옮긴 홀랜드는 21세이브 평균자책점 1.25를 기록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으며 컵스로 트레이드된 데이비스 또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0.89로 맹활약 중이다.
홀랜드, 데이비스에 이어 캔자스시티의 마무리 투수 자리를 물려받은 에레라는 13세이브(성공률 86.7%)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4.13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브레이킹볼을 장착한 에레라는 9이닝당 볼넷을 3.4개에서 1.5개로 낮추고 탈삼진은 8.3개에서 10.8개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탈삼진/볼넷 비율은 올 시즌에도 유지되고 있지만 문제는 벌써 6개의 피홈런(지난해 6피홈런)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에레라마저 부진한 가운데 마이크 마이너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2.01ERA 31.1이닝) 캔자스시티 불펜은 여전히 리그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캔자스시티는 호체이버에 걸려 있던 옵션을 포기했으며 호아킴 소리아와 맺었던 3년 2500만 달러의 계약은 걸림돌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캔자스시티의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4.50으로 리그 10위(2014년 3.30, 리그 5위), WPA 또한 1.08로 리그 8위에 그치고 있다.
불펜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선발진이다. 올 시즌 캔자스시티의 선발진은 토미존 수술을 받고 돌아온 제이슨 바르가스와 대니 더피 두 투수만이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12경기에 등판한 바르가스는 8승 평균자책점 2.18의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사근 부상으로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더피 또한 11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3.54의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나머지 선발투수인 제이슨 해멀(5.93ERA), 케네디(5.33ERA), 네이트 칸스(4.17ERA)의 부진한 투구는 지난 1월 23일(이하 한국시간),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벤추라를 더욱 그립게 만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타선에 있다. 오프 시즌 동안 캔자스시티는 주로 투수 보강에 집중했다. 기존의 타선으로도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충분한 득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6년 5250만 달러의 재계약을 맺은 살바도르 페레스는 올 시즌 0.268 11홈런 32타점으로 지난해(0.247 22홈런 64타점)의 기록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마이크 무스타커스 또한 현재 팀 내 1위인 15홈런으로 지난해 부상으로 27경기 출장에 그쳤던 한을 풀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타자들의 부진이 너무도 심하다. 에릭 호스머는 3할 타율(0.309)을 유지 중이지만 홈런은 5개, 순장타율(ISO)은 2013년(0.146) 이후 최저인 0.139다. 이밖에 유격수 에스코바는 타율 0.185에 아직까지 단 한 개의 홈런도 신고하지 못했으며 2015년 타율 0.307 16홈런 72타점으로 타격 잠재력이 만개한 것 같았던 케인은 올 시즌 타율 0.262 4홈런에 그치고 있다. 또한 아롤디스 채프먼과 앤드류 밀러를 팔아 팜을 새롭게 재구성한 양키스와는 달리 캔자스시티는 데이비스를 내주고도 호르헤 솔레어를 받아오는데 그쳤다. 그리고 솔레어는 현재 25인 로스터에서 밀려나 있는 형편이다.
2007년 유망주 출신 중 가장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는 클레이튼 커쇼다. 하지만 당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는 바로 알렉스 고든이었다(마쓰자카 다이스케 제외). 2005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에 지명되어 3루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고든은 이후 트리플A에서 좌익수로 수비 포지션을 바꿨고 이는 캔자스시티의 가장 훌륭한 선택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하지만 지난해 32세가 된 고든은 올 시즌까지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타율 0.220, OPS 0.692에 그쳤던 고든의 올 시즌 성적은 그보다 더 심각한 0.177/0.291/.0.229/0.519에 머물고 있다. 볼넷을 얻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뛰어나지만(볼넷 비율 10.3%) 강한 타구의 비율이 떨어지는 등(28.8%) 타구의 질이 좋지 못하다. 만약 고든의 이러한 부진이 계속 된다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그에게 2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캔자스시티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장타를 생산하기 위해 타구를 띄우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캔자스시티는 아직까지 콘택트 위주의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삼진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20.4%) 캔자스시티는 올 시즌 득점 창출력이 가장 떨어지는 팀이기도 하다. 올 시즌 캔자스시티는 샌프란시스코(76)와 샌디에이고(77)에 이어 가장 낮은 wRC+(79)를 기록하고 있다.
● 2017년 캔자스시티 타선
1. 에스코바 : 0.183/0.206/0.228 wRC+ 9
2. 무스타커스 : 0.271/0.314/0.536 wRC+ 122
3. 케인 : 0.262/0.345/0.381 wRC+ 96
4. 호스머 : 0.309/0.360/0.448 wRC+ 117
5. 페레스 : 0.268/0.301/.478 wRC+ 102
6. 보나파시오 : 0.276/0.333/0.493 wRC+ 118
7. 모스 : 0.188/0.259/0.421 wRC+ 76
8. 메리필드 : 0.296/0.345/0.480 wRC+ 120
9. 고든 : 0.177/0.291/0.229 wRC+ 47
데이비드 글래스 구단주가 ‘우승에 도전’을 다시 한 번 요구한 올 시즌. 그러나 중부지구 최하위인 캔자스시티의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은 요원해 보인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선수들이 너무나 부진하다. 더구나 연간 2200만 달러의 중계권 계약이 2019년에 종료되기 때문에 단칼에 리빌딩을 실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느 누구도 흘러가는 시간을 막을 수 없고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캔자스시티에게는 좀더 빨리 찾아온 듯 싶다.

※ 참조 : baseball-reference, fangraphs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