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세상만사 다 그렇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

알리스타 오브레임(38, 네덜란드)은 최근 미국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 콜로라도 덴버로 이사하기로 했다. 잭슨 윈크 아카데미를 떠나 엘리베이션 파이트 팀에 새 둥지를 틀기로 마음먹었다.

엘리베이션 파이트 팀의 대표 선수 가운데 한 명이 커티스 블레이즈(27, 미국)다. 블레이즈는 지난 6월 UFC 225에서 오브레임에게 뼈아픈 TKO패를 안긴 '어제의 적'이다.

여러 번 부침을 겪고 둥글둥글해진 오브레임은 차세대 주자 블레이즈에게 적개심이 전혀 없었다.

지난 26일 인스타그램에 "직전 상대가 훈련 파트너가 됐다. 새 집에서 열심히 훈련하겠다. 분위기가 좋다. 콜로라도 고도에서 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더 발전해서 옥타곤에 오르겠다"고 썼다.

후배 블레이즈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인스타그램에서 "종합격투기 개척자며 전설과 훈련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강철은 강철로 연마한다"고 말했다.

◆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한다.

코너 맥그리거(30, 아일랜드)와 더블린 SBGI에서 함께 훈련하던 동료가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 러시아)의 훈련 캠프에 합류했다.

10승 7패 전적의 라이트급 파이터 마일스 프라이스(30, 아일랜드)는 현재 미국 새너제이 아메리칸킥복싱아카데미(AKA)에서 하빕과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맥그리거의 스타일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프라이스는 하빕에게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아닌가.

프라이스는 맥그리거와 불편한 관계를 숨기지 않았다. 26일 MMA 파이팅과 인터뷰에서 "SBGI에서 맥그리거와 잘 지낸 편이 아니었다. 맥그리거와 아주 많이 스파링해서다. 격렬한 스파링 뒤에 악수를 나누고 파트너의 장단점을 짚어 주는 것이 동료인데, 맥그리거는 나르시시스트다. 무조건 경쟁자로 본다. 스파링을 세게 한 뒤, 맥그리거는 파트너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맥그리거는 지난 4월 아르템 로보프가 하빕에게 위협받는 장면을 보고 대서양을 건너와 하빕이 타고 있던 버스를 습격할 정도로 팀 동료를 아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실을 알기 위해선 맥그리거와 프라이스의 대면이 필요해 보이는데, 확실한 건 둘 사이 꽤 깊은 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 "하빕이 3라운드 또는 4라운드에 TKO승"

프라이스가 AKA에서 훈련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AKA 내부에선 프라이스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했다. "스파이가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하지만 곧 분위기가 바뀌었다. 가장 경계해야 할 하빕과 그의 매니저 알리 압델아지즈가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면서 의심의 눈초리도 사라졌다. 프라이스는 "이젠 동료들이 '맥그리거 팀 동료, 왔어?'라고 인사할 정도로 편해졌다"며 "AKA의 일원이 됐다"고 밝혔다.

프라이스가 하빕과 훈련 후 느낀 점은 한마디로 "미쳤다"였다. "다른 수준의 압박"이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프라이스는 "지금 하빕과 훈련한다고 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맥그리거를 운동선수로서 존경하고 있다. 맥그리거는 뛰어난 파이터다. 내가 느낀 감정은 스파링에서만이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고, 심리적으로 정점에 있을 때 대단한 실력을 발휘한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결국 이 말이 하고 싶었다.

"하빕과 훈련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강한 펀치도 갖고 있다. 그의 몸 상태는 다른 차원에 있다. 신체적으로 강할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것이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의 경기 결과를 예상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3라운드 내지 4라운드에 하빕이 맥그리거를 TKO로 이길 것이라고 말하겠다. 테이크다운 시키고 그라운드 앤드 파운드로 심판의 스톱 사인을 이끌어 낼 것이다."

◆ D-10

열흘이 남았다. 하빕과 맥그리거는 다음 달 7일 UFC 229 메인이벤트에서 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맞붙는다.

프라이스의 예상대로 여러 베팅 사이트에서 하빕이 톱 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늘 그랬듯 시간이 갈수록 배당률 차이가 점점 줄어든다. 맥그리거를 향한 기대감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프라이스의 캠프 합류로 하빕은 더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인가? 월드 클래스의 맞대결은 기술적으로 종이 한 장 차이다. 기세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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