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경(가운데)과 엑자시바쉬 선수들 ⓒ FIVB 제공

▲ 김연경 ⓒ FIVB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세계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경(30)은 올 시즌 현역 최고의 왼손 공격수로 평가받는 티아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와 베테랑 공격수 조던 라슨(미국)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이들의 조합은 세계 최강의 삼각편대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중앙을 지키는 미들 블로커도 떨어지지 않는다. 미국 국가 대표 출신인 로렌 기브마이어와 부스라 킬리치(터키)의 조합은 막강한 날개 공격수들을 받쳐주고 있다. 고즈데 일마즈와 멜리하 이스메일루글루(이상 터키)가 대기하고 있는 벤치도 엑자시바쉬의 장점이다.

그러나 엑자시바쉬도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올 시즌을 앞둔 엑자시바쉬가 고민했던 포지션은 세터였다. 지난 시즌까지 엑자시바쉬를 지휘했던 이는 세르비아 대표 팀의 주전 세터인 마야 오그네노비치였다. 세계적인 세터로 평가받던 그는 올해 러시아의 모스크바 디나모로 둥지를 옮겼다.

오그네노비치의 빈자리를 대신한 이는 감제 알리카야(터키)였다. 갈라타사라이에서 뛰었던 감제는 올해 터키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공격수와 비교해 세터는 한 팀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1993년생인 젊은 세터 감제는 세계 최고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중책을 맡았다.

이런 불안 요소는 경기에서 나타났다. 그동안 수많은 세터와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김연경도 여전히 감제와 호흡에서 애를 먹고 있다.

▲ FIVB 세계 여자배구 클럽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득점을 내준 뒤 아쉬워하는 김연경(왼쪽)과 티아나 보스코비치(가운데) ⓒ FIVB 제공

그러나 출중한 공격수들이 즐비했던 엑자시바쉬는 이런 약점을 이겨냈다. 엑자시바쉬는 2018~2019 시즌 터키 리그가 시작되기 전 열린 슈퍼컵(스포츠토토컵)에서 라이벌 바키프방크를 3-1로 이겼다. 이후 리그에서는 현재까지 무실세트로 7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동안 엑자시바쉬는 공격수들의 개인기로 세터와 불안했던 호흡을 극복했다. 이런 문제점은 8일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배구 클럽 월드 챔피언스(Club World Chapions 이하 CWC) 준결승에서 드러났다.

이 경기에서 엑자시바쉬는 브라질의 미나스에 2-3(25-22 24-26 13-25 25-23 12-15)으로 졌다.

선수 구성을 볼 때 3전 전승으로 B조 1위를 차지한 엑자시바쉬가 한 수 위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나스는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초호화 군단' 엑자시바쉬를 무너뜨렸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은 20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보스코비치는 팀 최다인 27득점을 기록했고 라슨도 20점을 올리며 자기 소임을 해냈다. 삼각편대가 무려 67득점을 합작했지만 미들 블로커 기브마이어(7점)와 부스라 킬리치(터키 3점)는 10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엑자시바쉬의 플레이는 단조로웠다. 중앙 속공은 물론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는 세트플레이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반면 미나스는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2016~2017 시즌 김연경과 페네르바체에서 뛰었던 나탈리아 페레이라(브라질)은 두 팀 최다인 31점을 올렸다. 두 명의 날개 공격수 가브리엘라(19점)와 브루나(17점)도 선전했고 미들 블로커 캐롤린 가타즈는 15점, 크리스티나 데 수자(이상 브라질)는 11점을 기록했다.

▲ FIVB 세계 여자배구 클럽 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뒤 환호하는 미나스 선수들 ⓒ FIVB 제공

주전 세터 마크리스 카르네이로(브라질)의 현란한 토스에 엑자시바쉬의 블로킹은 침묵했다. 미나스는 선수들의 이름값은 엑자시바쉬와 비교해 떨어졌다. 그러나 탄탄한 조직력으로 대어를 낚는데 성공했다.

미나스는 수비조직력에서도 엑자시바쉬를 압도했다. 보스코비치와 라슨 그리고 김연경의 스파이크를 연거푸 받아내며 상대 범실을 유도했다.

'다국적 군단'인 엑자시바쉬와 비교해 미나스는 브라질 선수들로 주축을 이뤘다. 조직력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린 미나스는 결국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패를 모르고 줄기차게 달려온 엑자시바쉬는 처음 쓴 맛을 경험했다. CWC에서 보완할 점을 확인했던 엑자시바쉬는 오는 9일 브라질 프라이아와 3, 4위 결정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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