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소개해드릴 대진은 이탈리아의 강자 AS 로마와 포르투갈의 거상 포르투입니다. 1차전은 로마의 홈에서 열립니다.
로마는 유벤투스, 밀란 형제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 다소 저평가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요. 따지고 보면 절대 아닙니다. 이번 시즌에는 다소 밀리는 형세인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 시즌은 리그 3위, 2016-17시즌은 2위, 2015-16시즌은 3위, 2015-16시즌은 2위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로마는 G조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성적은 3승 3패, 이긴 것 아니면 진 것 밖에 없는, 애매한 무승부는 하지 않는 남자다운 면모를 보여줬는데요. 수비에서는 8실점으로 다소 고전했지만 11골을 퍼부으며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알찬 선수 판매로 유럽의 거상이라 불리는 포르투는 D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5승 1무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조편성 행운이 따랐는데요. 샬케, 갈라타사라이,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와 한 조에 묶여 비교적 수월하게 16강행을 확정했습니다. 행운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다들 한 가닥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 1위로 16강에 갔다는 건 결코 운이라고만 볼 수 없기에 무시할 수 없는 팀입니다.
막강한 공격을 뽐낸 두 팀 답게 스트라이커 대결이 주목됩니다. 로마는 단연 에딘 제코입니다. 겨우 4경기만 출전해서 5골을 퍼부었습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리오넬 메시에 이어 득점 순위 3위입니다. 로마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인 만큼, 포르투는 제코를 얼마나 잘 막느냐, 막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골만 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인 코스타스 마놀라스, 다니엘레 데 로시도 요주의 인물입니다.
포르투는 당연히 이 선수를 주목해야죠. 제코와 마찬가지로 5골을 기록 중인 무사 마레가입니다.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리그에서도 골폭풍을 몰아치며 포르투의 중심으로 거듭났습니다. 올드 팬이라면 누구나 반가워할 얼굴도 있습니다. 바로 이케르 카시야스인데요. 레알 마드리드에서 최고의 골키퍼로 활약한 카시야스가 어느덧 만 37세가 됐습니다. 그렇지만 포르투에서 나이를 무색케하는 맹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조별 리그에서도 6경기 전경기 출전했는데요. 오랜만에 카시야스를 보는 것도 이번 대결의 큰 관전포인트입니다.
감독 대결도 볼 만합니다. 두 감독 모두 익숙한 인물입니다. 로마는 1990년대 후반 로마의 전성기를 이끈 에우세비오 디 프란체스코입니다. 2017년 로마에 부임해 현재까지 팀을 이끌고 있는데요. 부임 첫 해 이른바 '로마의 기적'을 만든 주인공입니다. 당시 로마는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의 1-4 완패를 당했지만 홈에서 3-0 완승,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4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썼습니다. 전술의 승리였습니다. 로마는 강력한 전방 압박, 과감히 뽑은 스리백 카드 등, 무적이라 자부하는 바르셀로나를 경기 내내 압도하며 4강에 진출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다소 삐걱거리지만 능력 하나 만큼은 확실한 감독입니다.
포르투의 감독은 바로 이 사람, 아마 한국에서 크리스타이누 호날두 못지 않게 유명한 포르투갈인 아닐까 싶은 세르지우 콘세이상입니다. 때는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은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잡고 사상 첫 16강에 진출합니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한국 축구의 전설, 해버지 박지성 선수였죠. 박지성 선수 앞에 있던 선수가 콘세이상입니다. 콘세이상은 박지성 선수의 화려한 드리블에 속았고, 이때 헌납한 골은 포르투갈의 탈락을 결정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그때 그 선수 콘세이상이 감독이 된 모습도 팬들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키포인트입니다.
사람도 그렇고 팀도 그렇고 이른바 '상성'이 있는 걸로 유명한데요. 이 두 팀이 바로 그렇습니다. 상대전적은 2승 2무로 포르투의 우세입니다. 포르투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로마를 네 번 만나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대결은 2016-17시즌 챔피언스리그 최종 예선, 떨어지면 본선에 진출 하지 못하는 단두대 매치에서 포르투가 1승 1무, 합계 4-1로 승리했습니다. 특히 포르투는 1차전인 원정에서 로마를 3-0으로 완파하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전통의 강호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로마와 포르투의 대결입니다. 안타깝지만 다른 대진에 비해 팬들의 관심을 덜 갈 수도 있는 매치인데요. 그래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꿀잼 경기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것 없는 대진인 만큼 박빙의 경기가 예상되는 로마와 포르투, 절대 놓칠 수 없는 한 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