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달 25일(이후 한국 시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패배했다. 카타르전 이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93위에 불과한 카타르를 이기지 못했다는 결과는 물론 내용도 문제였다.
한국은 점유를 높이며 기회를 엿봤지만 카타르를 상대로 시원한 공격은 펼치지 못했다. 한국은 60.3%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패스 수(540-362), 패스 정확도(87%-80.7%)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슈팅 수(10-11), 유효 슈팅(2-4)에서 모두 카타르에 뒤졌다. 역습을 의식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운영을 펼친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한국만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카타르는 1일 밤 11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도 일본을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역시 카타르를 상대로 61.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패했다. 슈팅 수에서도 12-9로 앞섰지만 슈팅 개수에서 1-3으로 밀렸다. 카타르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1승을 거뒀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조별 리그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번 대회에서 19득점 1실점이란 빼어난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 축구가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졌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일본으로 돌아온 뒤 "우승 외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전반적으로 아시아 축구가 강해져 쉬운 경기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카타르는 이전까지 최고 성적이 8강에 불과했다. 카타르가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은 아시아 축구의 변화를 보여주는 일례다. 강호로 꼽힌 한국, 이란, 일본, 호주 외에도 만만찮은 전력을 내세운 팀들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본을 단 점유율 27%만 기록하게 만들고도 패했다. 베트남 역시 8강에서 일본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UAE 역시 호주를 꺾으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우즈베키스탄, 요르단 등도 전력이 만만찮았다.
아시안컵에서 배운 교훈은 한국 축구도 월드컵 출전을 위해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기성용, 구자철 등 기존의 주축들이 대표팀 은퇴까지 선언한 가운데 저력을 입증해야 한다.
한국이 선택할 길은 이미 파울루 벤투 감독이 확실하게 밝혔다. 한국은 점유율과 패스를 중심으로 한 축구를 펼칠 것이다. 벤투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5경기동안 잘 선보이려 했고 잘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지난 경기들에서 승리를 계속 거뒀지만 우리가 효율적인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 점에 대해 앞으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기회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기회를 더 효율적으로 살려야 한다. 보다 많은 찬스를 만들어 내고 득점을 낼 수 잇는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축구엔 여러 가지 답안지가 존재한다. 한국이 지난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처럼 '선 수비 후 역습'을 펼치는 것 또한 정답 가운데 하나다. 마찬가지로 벤투 감독이 말하는 점유율 축구도 답이 될 수 있다. 대신 여러 문제를 넘어 원하는 바를 이뤄야 한다. 벤투 감독의 말대로 문제는 완성도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적합한 선수들을 모아 어떻게 힘을 내는가에 따라 달렸다.
벤투 감독의 해답도 의미는 있다. 아시아 팀들 가운데 아직도 한국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나서며 맞불을 놓을 팀은 없다. 카타르 역시 한국전에선 스리백을 세우고 역습을 노렸다. 아시아 수준에서 '역습 축구'는 한국이 입을 옷은 아니란 뜻이다. 월드컵 본선에 오르려면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을 상대로 한국이 원활하게 공격을 펼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점유율을 결과로 바꾼다면 옳은 정답을 찾은 것이고, 그저 높은 점유율만 보여준다면 올바른 답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이제 반 년. 시간을 들여 경기력을 올려놓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