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극한직업'은 개봉 15일만인 이날 누적 관객수 1000만 명을 넘겼다. 지난달 23일 개봉 후 개봉 사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나흘 만에 200만, 닷새 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후 8일만에 400만 관객, 10일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후에는 일일 100만 관객 가량 동원하며 흥행에 가속도가 붙었다.
코미디 장르 영화가 이토록 빠른 시간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코미디 장르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앞선 영화는 6년 전인 2013년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이다. 이 작품은 역시 류승룡이 출연했고, 개봉 32일째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와 비교했을때 '극한직업'의 15일 기록은 전무후무하다.
과연 '극한직업'은 어떻게 천만 관객을 홀렸을까. 가장 큰 이유는 목표가 뚜렷한, '웃음'이라는 기획의도다. 메가폰을 잡은 이병헌 감독은 '극한직업' 관련한 다양한 행사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마음껏 웃고 싶은 관객과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연출자의 의도가 통한 것이다.
'극한직업'의 스토리는 특별한 것이 없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 팀원들이 범죄 조직 소탕을 위해 마약 치킨을 위장 창업했지만, 뜻밖의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수사보다 치킨 장사에 매진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거창한 직업의식이나, 교훈은 없다. 그저 웃기다. 뜻밖의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웃음과 이병헌 감독 특유의 대사, 그 대사의 말맛을 살린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상황은 전혀 웃기지 않지만, 그 안에서 관객들은 마음껏 웃었다.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에 "영화가 일단 쉽다. 잔인하지도 않고 선정적이지도 않다. 그저 웃음이다. 순도 100% 코미디 영화라서 관객들에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웃음 바이러스는 강력했다. 비수기였던 극장에 '극한직업'이라는 웃음 바이러스가 던져졌고, 관객들은 빠르게 감염됐다. 옆 사람으로, 앞 사람으로 입소문을 탔고, 흥행에 탄력이 붙었다. 설 연휴를 겨냥하고 나온 영화 '뺑반'이나 '알리타: 배틀 엔젤'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이미 웃음에 중독된 관객들을 막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이유가 바로 빠르게 퍼진 입소문이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영화제작사는 개봉 초기엔 작품의 스케일이나 오락성, 대중성, 의미 등으로 홍보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관객이 들면 이런 홍보 포인트가 아닌,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이 있어야 '천만 영화' 탄생이 가능하다. '극한직업'은 다른 코미디 영화와 비교해 보다 빠르게 입소문이 번져 나갔다. 설 연휴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극장가가 도움을 줬다고도 할 수 있다.
또 다른 배경은 사랑스러운, 공감가는 소시민 캐릭터다. '극한직업'에서 범죄 조직을 소탕한 이들은 경찰 내 에이스가 아니다. '만년 반장'으로 '반장' 소리만 들어도 치를 떠는 아내와 함께 사는 고반장(류승룡)을 필두로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 등 하나같이 엉성하고 어리숙해 보인다.
관객들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느꼈다. 어리숙하고 대책없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고, 후반부 그들의 활약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전하며 관객들을 완벽하게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CJ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어리숙하고 대책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짠내나는 소시민 캐릭터다. 공감대도 형성됐고, 그들의 활약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00만 관객이라는 정점을 찍었지만, 기세가 이대로 꺾기기에 '극한직업'은 여전히 뜨겁다. 과연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로 얼마나 더 많은 관객을 홀릴지, 또 어떤 기록을 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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