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극한직업'이 닷새 동안 이어진 설 연휴 기간 무려 572만 관객(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1일~6일 기준)을 동원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가운데, 10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코미디 장르 영화로는 2013년 '7번방의 선물' 이후 두 번째고, 개봉 15일 째 기록이다.
'극한직업'의 빠른 1000만 관객 돌파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해답은 상영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1000만 관객 돌파, 하지만 관객들은 이미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10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지난 5일, '극한직업' 상영관을 찾았다. 200석이 넘는 상영관에서 가장 앞줄 한두 좌석을 제외하고 관객들이 꽉 들어찼다.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모두 웃을 준비를 마친 듯 했다. 연출을 맡은 이병헌 감독 특유의 재치있는 대사들이 배우들의 입을 통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의 입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어리숙한 캐릭터들의 작은 표정에도 관객들은 크게 반응했다.
영화 속 웃음 포인트인 대사를 인용해 보자면, 지금까지 이런 관객은 없었다. 극장인가 '개콘'('개그콘서트', 공개 코미디) 녹화장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아니, '개콘'에게는 미안하지만, '극한직업' 상영관 웃음이 더욱 크고 활기찼다.
자신의 웃음소리가 혹시라도 옆 사람에게 피해가 갈까 눈치 보는 관객은 없었다. 그럴만 했다. 그런 눈치를 보기에는 너무나도 한마음 한뜻으로 폭소를 연발했다.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보는 영화가 아닌, 체험하는 영화로 싱어롱 상영관(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상영관)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극한직업'은 따로 지정할 필요 없는, 모든 상영관이 싱어롱과 같았다.

상영관 분위기가 이럴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관객들의 관람 이유에 있었다. 영화 관람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극한직업' 관람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웃음'이다. 근심, 걱정, 고민, 스트레스 없이 그저 웃고 싶어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극한직업' 관람 후 한 관객은 "웃고 싶어서 왔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라고 해서 예매를 했고, 충분히 만족한다. 오랜만에 실컷 웃은 것 같다"고 했다.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도 "순도 100% 코미디"라고 '극한직업' 인기 요인을 설명한 터였다.
한동안 실화를 소재로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고, 또 한동안은 판타지물이 인기를 끌었다. 소재에 따라 장르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진다.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되는 이야기가 있고, 의미를 부여해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기도, 숙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극한직업'은 웃음 외에 부수적인 모든 것을 제외했다. 이야기 속 마약이 등장하지만 깊게 다루지 않았다. 그저 어리숙한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보여주는데 아주 조금 '활용'한 것에 가깝다. 우울한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했고, 수사 과정도 유쾌하게 풀어냈다. 결말도 명쾌하다. 자극적이지도 폭력적이지도 선정적이지도 않다. '그저 웃고 싶은' 관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고, 10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