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진이 권순태에게 사과했다. 경기 중에 일어난 일이지만,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만큼 미안한 감정이 컸다. 권순태와 이광진이 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권순태도 믹스트존에서 “고의로 그런 건 아니다”라며 이해했다.
경남은 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리그 3차전을 치렀다. 산둥 루넝과 조호르전에서 승리하지 못했기에 안방에서 승리가 절실했다. 김종부 감독은 리그 로테이션으로 가시마전에 총력을 다했다.
전반전은 후반전처럼 불꽃이 튀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팽팽한 접전이었다. 양 팀은 간헐적이고 날카로운 공격으로 서로의 골망을 노렸다. 뜨거운 그라운드 열기는 창원축구센터에 흩날린 비바람에도 식지 않았다.
가시마는 권순태의 선방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권순태는 넓은 지역을 커버하며 경남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가시마는 권순태를 45분 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전반 추가 시간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광진과 충돌 과정에서 다쳤다. 이광진이 박스 안으로 볼을 몰고 들어왔고, 권순태가 슬라이딩으로 방어했는데, 여기서 발목이 밟힌 것이다. 권순태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전반 추가 시간에 교체됐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 경기 후 만난 자리에서 이광진은 “일부러 한 건 아니다. 슈팅 이후에 디딤발이 다리에 닿았다.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중에 만나면 죄송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중에도 가시마 서포터즈 야유를 뚫고 권순태에게 다가가 미안한 말을 전한 그였다.
그리고 팬들에게 미안했고,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경남은 안방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후반 초반 2골을 리드하고도 경기 종료 직전에 3골을 헌납하며 무너졌다. 측면 수비 자리에서 가시마 크로스를 막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집중을 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너무 아쉽고 미안하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마음을 굳게 먹은 듯 작심 발언도 했다. “(라커룸에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렇게 해서는 남은 일정, 올해 힘든 상황이 나온다. 나를 포함해서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며 쓴 소리를 뱉었다. 경남 팀의 일부인 만큼, 상대에게 크로스를 허용한 만큼, 스스로가 역전패를 용납하지 못한 것이다.
분위기 전환 특효약은 승리다. 가시마전 대역전패를 교훈으로 리그에서 반등을 다짐했다. 이광진은 “(가시마전 패배로) 선수단 분위기가 처진 건 사실이다. 패배했지만 경기는 남았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추슬리고 마음을 다잡아 최대한 준비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준비를 다시 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