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동양인 선수와는 체구부터 확연히 달랐고, 힘을 앞세운 피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3년에는 209⅔이닝을 던지며 13승9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해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확실한 스타성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다르빗슈는 점차 하락세다. 2014년부터 찾아온 부상으로 주춤했다. 기본적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딱 한 번(2017년)밖에 없다. 팔꿈치 수술로 2015년 전체를 날리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6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5.81에 그쳤다. ‘빅게임 피처’의 이미지를 심어주기는 역부족이었다.
2018년 시즌을 앞두고는 시카고 컵스와 6년 1억2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상으로 고전한 것에 이어, 절치부심한 올해 출발도 좋지 않다. 다르빗슈는 첫 3경기에서 12이닝 소화에 그치며 2패 평균자책점 7.50을 기록했다. 1억2600만 달러 계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컵스 팬들도 이제는 마음이 심란해지고 있다.
이에 비해 다나카 마사히로(31·뉴욕 양키스)는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다. 다나카는 7년 1억55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 타이틀을 달고 다르빗슈보다 2년 늦게 MLB에 왔다. 계약 초기에는 팔꿈치 문제로 이슈가 많았다. “폭탄을 달고 뛴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내며 진가를 과시했다.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리그 정상급 투수라고 보기에는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올해 성적도 다르빗슈와 달리 좋다. 3경기에서 18⅓이닝을 소화했고 1승 평균자책점 1.47의 호성적이다. 현재 성적만 보면 아메리칸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뽑을 만한 성적이다. 초창기에는 1억55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도 많았지만, 이제는 “비교적 그 가치를 하고 있다”는 여론이 많다. 다르빗슈와 달리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1.50으로 선전한 것 또한 긍정적이다.
다르빗슈의 하락세와 다나카의 꾸준함이 만나 이제 누적 성적도 엇비슷하거나 일부분 역전됐다. 다르빗슈의 통산 승수는 57승, 통산 소화이닝은 884⅓이닝이다. 2년 늦게 데뷔한 다나카는 65승을 거뒀고 소화이닝(842⅔이닝)도 이제 다르빗슈에 근접했다. 통산 평균자책점도 다르빗슈(3.54)와 다나카(3.55)의 차이가 거의 없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로 따지면 다르빗슈의 누적이 19.5, 다나카가 15.7이다. 다나카가 2년을 덜 뛰었음을 생각하면 이 또한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서서히 비판 여론이 나오는 다르빗슈가 반등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