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난데스는 28일 잠실 롯데전에서 KBO리그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때려 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당초 장타력에서는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선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두 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시즌 7호 홈런으로 김재환(두산) 양의지(NC)등과 나란히 1위에 올랐다.
타율 부문에서도 3할9푼7리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외에도 득점(26개) 안타(48개) 출루율(.464) 등에서도 1위에 올라 있다. 도루를 제외한 공격 대부분 지표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다.
시범경기 때만 해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성적이다. 페르난데스는 시범경기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페르난데스는 시범경기에서 홈런 없이 1할6푼7리에 그쳤다. 타점은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랬던 페르난데스가 완전히 백조로 탈바꿈했다. 페르난데스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오재원 최주환의 부진과 부상, 오재일 김재환의 부진으로 가라앉은 두산 타선이 그대로 침몰했을 수도 있다. 페르난데스의 맹타에 힘입어 이들의 부진과 부상이 가려질 수 있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경기 후 페르난데스는 대단히 인상적인 코멘트를 했다. 경기에 소감을 밝히던 도중 "타석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타격을 한다. 그런 생각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페르난데스의 상승세를 설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코멘트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시범 경기에서 페르난데스는 실망스러운 타격을 했다. 장타는커녕 정확도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당시 정경배 두산 타격 코치의 지적은 매우 정확하게 페르난데스를 분석하고 있었다.
정 코치는 훈련 때와 실전 경기에서 페르난데스의 타격 메커니즘이 차이를 보인다고 해석한 바 있다.
정 코치는 "훈련할 때는 레벨 스윙으로 타구를 정확히 잘 맞히고 있다. 하지만 실전에선 너무 힘이 들어가며 다운 스윙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됐다" 싶은 타구가 파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파울이 아니면 땅볼이 많은 것도 그 때문으로 해석된다.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쁜 공에 함부로 배트가 나오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너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실전 배팅에선 훈련 때와는 다른 다운 스윙이 나온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우려와 달리 실전용이었다. 정규 시즌에 들어서서는 훈련했을 때 배팅이 나오고 있다.
타구를 정확하고 강하게 맞히는 능력을 발휘하며 정확도는 물론 파워에서도 만족스러운 타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 코치는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타격을 하고 있다. 훈련할 때 강조하고 주입시켰던 내용들을 고스란히 실전에서 보여 주고 있다. 시범 경기 때까지만 해도 불안한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정규 시즌에 들어서는 자신의 장점을 완벽하게 끌어내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페르난데스는 수비 범위가 한정돼 있다. 3루로도 활용은 가능하지만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몇몇 부진한 선수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산은 타격이 강한 팀이다. 이런 팀에서 외국인 타자로 성공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페르난데스가 해내고 있다. "타석에서는 내가 최고다"라는 마인드 컨트롤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스윙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 결과가 최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신감이 실력에 근거하지 않았다면 KBO리그 적응에 큰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안정감 있는 실력이 뒷받침돼 있었기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페르난데스의 '정신 승리'가 두산의 승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것은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했다. 페르난데스는 기본적으로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심리적으로 너무 쫓긴다는 평가가 시범경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젠 자신감이라는 또 다른 무기로 자신의 장점을 보완해 낸 페르난데스다. 반짝 활약이 아닐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 대목이다.
"타석에 들어서서는 내가 최고"라는 주문이 페르난데스의 타격과 두산의 성적을 모두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