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항->울산 신진호, 울산->포항 정재용, '깜짝' 유니폼 바꿔입기
| 동해안 더비 분위기 띄운 신진호 아이디어, 도발적인 출사표
| "친정팀 상대로 골 넣고 포효하겠다"…K리그 스토리 메이커
[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이제는 울산 현대의 칼이 되어 팬들이 원하는 승리를 꼭 가져오겠다. 골 넣는다면 친정팀 상대로 세리머니 하지 않는게 예의인데 전 떠난지 오래되서, 포효하는 세리머니하겠다."
울산 현대 미드필더 신진호(31)의 혀는 독했다. 2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전(4일 오후 2시 킥오프) '동해안 더비 미디어데이'가 흥미진진했던 것은 작장하고 나온 신진호 덕분이었다.
◆ 신진호가 유니폼 바꿔입기를 제안했다
오후 3시 30분 시작한 미디어데이의 차분하던 분위기를 술렁이게 한 것은 신진호가 포항 유니폼, 정재용이 울산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재용은 올 시즌 울산에서 포항으로 이적했고, 신진호는 포항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으나 올해 울산에 입단했다. 미디어데이 대표 선수로 나서기에 이상적인 조합이었다.
잠시 취재진을 당황시킨 둘은 곧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고 행사를 시작했다. 깜짝 등장 퍼포먼스는 신진호의 아이디어였다.
"김기동 감독님께서 제가 입단했을 때, 1년 차에 같이 선수로 뛰었다. 그때 포항에서 6번 달고 뛰었고, 그 번호(김기동의 등번호)를 물려받으면서 강철 (당시 포항) 코치님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함부로 이런 번호를 받는다고. 그렇게 받은 번호인데 (정)재용이가 이렇게 쉽게 포항에 가서 이 번호(6번)를 달더라. 한번 바꿔 입고 나가 보고 싶은 마음에 재용이에게 얘기했다. 오랜만에 입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신진호는 미디어 데이에 임한 자세를 통해 K리그의 재미를 알리고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행사가 끝난 뒤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신진호는 "그 당시에는 김기동 선수, 지금 감독님이 포항에서 굉장히 레전드로 칭하고 있고, 그 당시에도 그런 분위기가 계속됐기 때문에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 번호 받고 나서 나도 그런 길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재용이도 좋은 선수지만, 그런 번호에 대한 게 있었으면 좀 스토리도 있고,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이 아쉬워서 농담한 것"이라고 말했다.
◆ 포항 출신 신진호, 포항 상대 세리머니 공약…이유가 있다
미디어 데이에서 또 하나 화제가 된 신진호의 발언은 '친정을 상대로 세리머니하겠다'는 도발이었다.
"서울로 이적하며서 포항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기 시작했다. 그런 감정들이 저도 모르게 인간이기 때문에, 언젠가부터 안에서 올라오고 있다. 그런 감정을 마음껏 경기장에서 표출하겠다. 골을 넣는다면 친정팀을 상대로 세리머니 하지 않는게 예의인데, 전 떠난지 오래됐으니,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하겠다."
이 발언은 포항제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를 거쳐 2011년 포항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신진호에 대한 포항 팬들의 분노를 더 크게 만들기 충분했다. 행사 이후 신진호는 해당 발언에 대해 본인도 포항 팬들에게 섭섭한 속내를 밝혔다.
"제 기억으로 2015년에, 서울 이적하면서 왜곡된 진실인데, 기사가 살짝 잘못 나갔다. 제가 조율을 하고 재면서 서울을 간 것처럼 그렇게 되어서 (포항) 팬분들이 서운해하셨다. 나 역시 항상 포항에 애정이 있고 남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게 여의치 않아서 서울로 간 것이었다. 그때부터 욕을 먹기 시작했다."

신진호는 "포항에서 욕먹은 기억은 거의 없다. 서울에 있을 때는 포항 원정을 간 적이 없었는데, 상무로 가서 원정 경기를 가니 욕하시더라. 어차피 욕먹는거, 포항 팬보다 지금 울산 팬이 중요하니까. 화끈하게 욕 먹도록 하겠다"며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울산을 위해 헌신하고, K리그의 스토리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골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공언한 신진호는 올 시즌 울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직접 득점에 관여하기 보다는 빌드업의 중심 역할로 경기를 풀고 있다. 실제로 리그 7경기에 뛰면서 공격 포인트는 도움 한 개다. 하지만 이번 포항전에는 골 욕심을 내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은 팀에 새로 오면서 공격적인 성향 많은 선수가 많아서, 서포트를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포인트 욕심을 서서히 내겠다."
◆ "포항처럼 잔디 관리해야" K리그 발전 원하는 신진호
신진호는 포항 스틸야드의 잔디가 좋다며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포항은 잔디가 좋다. 우리나라 최고의 잔디! 아무래도 잔디 상태가 좋기 때문에 경기하기엔 정말 좋다. 진짜 어려서부터 겨기에서 뛰면 기분이 좋았다. 잔디가 좋기 때문에 다른 구단도 그런 잔디 관리 시스템을 도입 했으면 좋겠다. 좋은 잔디에서 경기하면 K리그 수준 높아질 것이다."
잔디가 좋기 때문에 팬들이 원하는 무릎 세리머니를 다시 할 수 있다는 농담도 이어갔다. FC서울에서 펼친 경례 세리머니는 신진호를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다.
"팬분들이 원하시면 무릎이 까지더라도 뭐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도 말씀드리겠는데 팬들이 원하면 뭐든지 하셔야 할 거 같다. 사실 작년에 서울에 복귀해서 그렇게 통쾌한 골은 아니었는데, 골을 넣고 무릎 세리머니 잘못했다가 무릎이 까져서 안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포항은 K리그 최고 잔디 상태라 그런 걸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골을 넣으면 감독님께 달려가고 싶다."

화끈한 세리머니는 포항 팬들을 더 자극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리버풀을 상대로 득점한 바르셀로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를 향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신진호는 "나도 봤다. 수아레스보다는 덜 먹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신진호는 동해안 더비를 제대로 띄우고 싶다. 슈퍼매치와 전설매치를 경험해본 신진호는 동해안 더비를 통해 K리그 팬들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슈퍼매치라고 하면 K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 매치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그에 못지 않게 동해안 더비도 흥분할 수 있고 즐거움 가질 수 있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런 경기를 보여야 한다. 경기장에서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 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