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걸캅스'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평점테러와 젠더논란은 영화의 흥행과 실 관람객의 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개봉 전부터 뜨겁게 인터넷을 달궜던 라미란 이성경 주연의 코믹액션 '걸캅스'가 논란과 비하를 이겨내고 의미있는 첫 주말 흥행 성적을 거뒀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걸캅스'는 개봉 첫 주말인 지난 10~12일 주말 3일간 51만1571명을 불러모아 '어벤져스:엔드게임'에 이어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59만1979명이다. 개봉도 하기 전부터 이어진 평점 테러와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걸캅스'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렸다. 여성 콤비를 전면에 앞세워 이들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춘 '걸캅스'는 그러나 개봉도 하기 전부터 평점테러를 위시한 비난과 논란에 시달렸다. 여성 콤비의 활약상을 전면에 내세워 여성 대상 성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고, 남성 캐릭더들을 지질하게 묘사했다는 점이 '젠더 이슈'로 발전하며 일부 네티즌의 심기를 자극한 게 주효했다. 개봉은 물론 언론시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허위 시놉시스가 인터넷에 퍼지고, 성대결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 영화 '걸캅스' 스틸
물론 '걸캅스'는 꽤 아쉬움이 있다. 캐릭터를 불문하고 입에 달고 다니는 욕설 등 폭력적인 묘사가 맥락 없이 이어지고, 몇몇 서사나 캐릭터가 삐그덕거린다. 그럼에도 유쾌 통쾌하게 볼 만한 대중적인 코믹 액션물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단순 오락 영화 이상의 미덕과 풍자, 시사점도 상당하다.

'걸캅스'가 기획된 건 3년여 전. 각본을 쓴 정다원 감독은 여성 콤비의 활약상을 보여주겠다고 방향을 잡고 범죄 소재를 물색했고, 디지털 성범죄를 선택했다. 장르와 비중을 불문하고 맹활약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 라미란과 주목받는 젊은 주자 이성경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클럽에서 벌어진 신종 마약이 성범죄, 몰래 카메라 촬영 및 유포로 이어지는 '걸캅스' 속 사건들은 수개월째 뉴스를 달구고 있는 클럽 '버닝썬' 사건, 정준영 성관계 불법촬영-유포 사건 등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사건을 담당한 수사 관계자와 변호사들은 물론 '걸캅스'에 참여한 감독과 배우도 입을 모았다.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 이전부터 수없이 자행되던 범죄였다고. 실제로 문제가 된 단톡방 속 대화, 파일도 3년여 전에 오간 내용들이다. 영화가 문제의식을 가졌던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잘못된 인식이나 현실의 범죄는 달라지지 않았던 셈이다. 일련의 사건들이 떠오르기 전에는 크게 관심조차 두지 않던 여성 대상의 추악한 범죄를 여성들이 소탕하는 '걸캅스'는 분명한 지향점과 카타르시스를 지녔다.

감독과 주연 배우들은 그간 '페미니즘' 이슈를 의도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입을 모아 왔다. '걸캅스'의 주연 라미란은 최근 인터뷰에서 영화의 젠더 논란과 관련해 "어떤 걸 의도하고 시작한 건 아니다. 거기에 의미를 두고 보신다면 충분히 그렇게 보실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으면서도 "한번 봐 주시고 공격적인 리뷰를 올리는 것은 환영이다. 일단 보시고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 영화 '걸캅스' 스틸
'걸캅스'를 향한 유난스러웠던 일부의 공격, 비난과 달리 극장의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압도적인 흥행이 3주째 이어지는 동안 색다른 볼거리, 또 다른 재미에 목말랐던 관객들은 '걸캅스'에 비교적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지난 주말 '걸캅스'가 가져간 관객 수는 여전히 무려 40%대 좌석 점유율(극장의 전체 좌석 가운데 해당 영화에 배정된 좌석의 비율)을 기록한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30.5%의 개봉작 최고의 좌석 판매율(해당 영화에 배정된 총 좌석 가운데 실제 관객이 든 좌석의 비율)을 기록하며 주말 3일간 5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

의미있는 성적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직 '걸캅스'가 140만 명 수준인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영화가 개봉한 이상 완성된 영화와 상관없는 비난과 의혹 제기는 힘을 얻기 힘들 것 같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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