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평소보다 얼굴이 어두워보였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 때문으로 추측 가능했다. 호잉은 5월 30일 대전 KIA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과도한 감정표현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평상시 그런 태도를 보이는 선수가 아니었기에 더 의아했다.
호잉은 지난해 23개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다. 올해도 5월까지 55경기에서 10번이나 베이스를 훔쳤다. 2-3으로 뒤진 8회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치고 나가는 순간, 투수들의 집중 견제는 직감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2사 1루 상황에서 전상현의 4연속 견제구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내비쳤다.
이어진 도루 상황에서 아웃이 된 뒤에도 태도가 논란이 됐다. 팔을 저으며 김선빈의 글러브를 쳤고, 2루심과 3루심과도 언쟁을 벌였다. 이성열이 급히 호잉을 말려 더 큰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뭔가 호잉은 이날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4연속 견제구가 발단이 됐을 것으로 추측만 할 뿐, 진짜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취재진은 호잉에게 그 이유나 해명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역시 취재진과 직접 마주하기는 다소 부담이 되는 여건이었을까. 호잉은 구단 홍보팀을 통해 “어제 승리에 대한 열망이 너무 강해 순간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면서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도 “특별히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과잉액션’이라는 것은 동의했지만, 침체된 팀 분위기를 살리려다 나온 행동이었다고 두둔했다.
가뜩이나 지난해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호잉이다. 구설수 자체가 악재다. 호잉은 지난해 142경기에서 타율 0.306, 30홈런, 110타점, 2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42를 기록했다. 공·수·주를 두루 갖춘 특급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은 끝에 재계약에도 골인했다. 하지만 올해는 전반적인 성적이 다 떨어졌다. 타율은 그렇다 치더라도 OPS가 0.798에 머물고 있다. 확실히 지난해만한 폭발력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떨어진 성적에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올 시즌 호잉은 확실히 경기장 내에서 지난해만큼 흥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감정도 경기장 안팎에서 제어해야 하는 것이 프로다. 좋지 않은 기운은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더 그렇다. 심각한 타격 부진에 빠진 한화로서는 호잉이 밝은 기운을 되찾아야 한다. 승리에 대한 열망도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