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배우 하재숙이 최근 극 중 역할 때문에 24kg이나 체중을 감량했다고 전하면서 살 때문에 그들의 인생에 대한 노력까지 폄하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화끈한 '소신발언'이 '참된 모순'이라며 누리꾼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

24일 하재숙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재희를 떠나 보내며"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재희는 하재숙이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퍼퓸'에서 맡은 배역의 이름이다.

그가 작품에서 맡은 꿈이 모델인 재희 역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고 의지를 밝힌 하재숙은 "나에게 종교 같았던 탄수화물과 신념 같았던 소주와 완벽하게 생이별"이라며 "각종 채소와 단백질로 석 달 넘게 풍기면서 운동까지 했다"라고 힘들었던 다이어트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만큼 노력했다고 떠들어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뚱뚱해도 당당하다'고, '뚱뚱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예뻐해 달라'고 외쳐대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한 번씩 심장이 서늘해지는 악플을 발견하곤 혼잣말로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해줬다. 오늘 한번 큰 소리로 외쳐보련다. 뚱뚱한 걸 미화하지 말라고? 애초에 아름답게 봐줄 맘도 없으면서 미화가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속내를 고백했다.

또한 "뚱뚱한 자체를 아름답게 봐달라고 얘기한 적은 결단코 없다. 외모로 냉정하게 평가당하는 직업을 살아가고 있는데 나라고 내가 한심하고 답답한 날이 없었을까. 그저 날씬해지는 것이 자기 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서글펐을 뿐이다. 배우 일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엄청난 독서를 했고 악기를 배웠고 춤을 배웠다. 운동도 열심히 했다. 결국 나는 자기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한심하고, 게으른 사람이 되는 순간들과 마주하면 씁쓸하다"라며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그놈의 '살', '외모' 때문에 그들의 인생에 대한 노력까지 폄하하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하재숙은 "이 세상의 모든 재희야. 정말 열심히 잘 살아왔다. 너도 한때 누군가가 그토록 절절하게 그리워하던 첫사랑이었다니, 얼마나 심장 떨리게 멋진 일이냐. 첫사랑까지 갈 것도 없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 감격에 겨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던 부모님이 있고 세상에 깨지고 넘어지면 조용히 소주잔 기울여주는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뜨거워지는 일이다. 그러니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잘 살아가자. 당당하게 살아가라. 재숙언니가 이 세상의 모든 재희들에게"라고 장문의 글을 마무리했다. 

극 중 하재숙이 맡은 민재희는 108kg로 모델을 꿈꾸는 인물이다. 해당 역할을 위해 하재숙은 피나는 노력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퍼퓸' 속 하재숙은 평소보다 더 체중이 나가보이는 비주얼로 열연을 펼쳤지만 실제로 하재숙은 자신이 맡은 극중 캐릭터가 자존감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이어트를 단행한 것.

그의 '프로' 정신이 엿보이는 가운데, 자신이 캐릭터 몰입을 위해 체중감량을 했지만, 이는 단순히 '사회적으로 강요하는 아름다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다이어트 강박에서 자유로워지자는 메시지까지 전했다.

무엇보다 그는 다이어트가 자기 관리로 이어지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는데, 꾸미지 못하는 몸은 게으른 몸으로 대변되는 현상에 대해 꼬집은 것. 이러한 하재숙의 '소신 발언'은 누리꾼들의 공감과 환호를 끌어내고 있다. 특히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 현상에 불만을 가졌던 여성 팬들의 격렬한 응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하재숙의 글에 "와닿는 글" "진심으로 울컥했다" "언니 덕분에 자신감 생겨요" "맞는 말 대잔치" "진짜 멋있다. 사이다 글" 등이라며 반응했다.

특히 하재숙의 글로 인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이어트, 화장 등 꾸밈 노동에 해방을 외치는 이른바 '탈코르셋'(벗어나자는 뜻의 '탈(脫)'과 여성 억압의 상징 '코르셋(체형 보정 속옷)'을 결합한 신조어)을 외치는 댓글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여성에게 다이어트, 화장 등 꾸밈 노동이나 사회가 만든 외적 기준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로 하재숙의 '소신 발언'과 일맥상통하다.

그는 앞서 지난달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에 직접 피해 이재민 돕기를 위해 자원봉사를 자청, 아름다운 선행에 '진정성'을 보여 큰 박수를 받은 전력도 있다. 이번에는 다이어트를 '자기 관리'와 연결 지어 박수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당당하게 외치는 하재숙의 발언이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