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예상치 못한 부진을 겪고 있는 고액 연봉자들. 오재원-강민호-정근우-손아섭(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9년 KBO리그가 어느덧 시즌 막판에 진입하고 있다. 모든 팀들이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가운데 고액 연봉자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실 고액 연봉자들은 상대적으로 '몸값'을 하기가 더 어렵다. 기대치는 연봉과 비례해 이미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도 부진이 심각한 선수들이 몇몇 있다. 이들은 남은 시즌 명예회복,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분발이 필요하다. 대다수 선수들은 여전히 경기 출전 기회가 많은 만큼 자존심을 지킬 시간은 남아있다.

선두 SK는 박정권(38·연봉 4억 원)이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시즌 전부터 허리 통증이 심해 올해 1군 10경기 출전에 머물고 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출전하지 못한 채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벤치에 한 방이 있는 좌타 대타감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박정권의 공백이 아쉽다. 

2위 키움도 최선임인 이택근(39·5억 원)이 사라졌다. 이택근은 2015년 당시 팀 후배였던 문우람을 폭행한 것이 드러나 3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가 끝났으나 올 시즌 공식경기 출전은 퓨처스리그 3경기가 전부다. 그나마 6월 29일 이후로는 기록도 없다. 팀 야수진이 비교적 무난하게 돌아간 덕에 공백이 크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존재감이 사라졌다.

3위 두산은 오재원(34·5억5000만 원)과 장원준(34·6억 원)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장원준은 올 시즌 1군 6경기 출전에 그쳤다. 4월 이후로는 줄곧 2군에 있다. 언제쯤 전력에 가세할 수 있을지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오재원의 부진은 미스터리다. 74경기·171타석이라는 적지 않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타율이 아직도 0.140에 처져 있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라 벤치의 고민도 크다.

4위 LG는 박용택(40·8억 원)이 겨우 시동을 건 가운데 베테랑 포수 정상호(37·5억 원)가 답답한 계약 기간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2016년 LG로 이적한 정상호는 단 한 번도 시즌 80경기 이상을 뛰지 못했다. 올해는 22경기에서 타율 0.083을 기록 중이다. 5위 kt는 전체적으로 고액 연봉자가 많지 않지만 황재균(32·12억 원)과 박경수(35·4억 원)는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역시 고액 연봉자 비중이 적은 6위 NC는 나성범(30·5억5000만 원)과 양의지(32·20억 원)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게 아쉽다. 일부러 다친 것은 아니지만 1군에서 빠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해다. 외국인 선수 농사에서도 금전 손해가 컸다. 7위 삼성은 강민호(34·12억5000만 원)가 기대 이하다. 90경기에서 타율 0.225, OPS(출루율+장타율) 0.720에 머물러 있다. 2005년 이후 강민호의 타율이 0.230이 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위권 세 팀은 몸값을 못한 고액 연봉자들이 많다. 8위 KIA는 나지완(34·6억 원), 김주찬(38·4억 원) 모두 예년에 비해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더 이상 고액 연봉자라고 볼 수는 없으나 윤석민(33·2억 원)은 아예 잊히는 선수가 되고 있다. 윤석민은 4월 퓨처스리그 2경기에 나선 이후 아직도 소식이 없다. 2015년 KIA와 4년 90억 원에 계약한 뒤 올해까지 성적은 95경기에서 4승16패42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4.09다. 

롯데는 이대호(37·25억 원), 손아섭(31·15억 원), 손승락(37·7억 원), 윤길현(36·5억 원), 송승준(39·4억 원) 등 고액 연봉자 대다수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팀 연봉 리그 1위를 다투는 롯데가 올 시즌 순위표에서 고전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한화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용규(34·4억 원)는 아예 1경기도 뛰지 못했고 김태균(37·10억 원)의 OPS는 0.802로 개인 최저치다. 정근우(37·7억 원)는 47경기에서 타율 0.231에 그쳤다. 부진한 팀 성적 속에 명예회복 기회도 점점 멀어지는 양상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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