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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보이’는 어떻게 마이너 계약을 맺었나

작성일: 2016.02.04 11:38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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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한국 현역 최고 타자 가운데 한 명. 특히 바깥쪽 공 공략은 역대 최고로 평가 받을 정도다. 일본 리그에서도 타점왕이 되며 아시아에서는 이미 인정을 받았다. 일본에 남았다면 3년 18억 엔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마이너리그 계약 도전을 선택했다. ‘빅보이’ 이대호(34)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 도전을 꿈꾼다.

MLB.com은 4일(한국 시간) “시애틀이 한국의 슬러거 이대호와 인센티브 포함 1년 최고 400만 달러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3일에 1년 400만 달러의 계약 규모가 알려졌으나 이는 최고치이며 메이저리그 출장 보장이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은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우리 팀에서도 그 활약상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KBO 리그 출신 선수들이 대거 메이저리그를 노크했고 포스팅 시스템 무입찰로 돌아선 손아섭, 황재균(이상 롯데)을 제외하면 메이저리그 출장이 보장된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넜다. KBO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넥센 박병호(미네소타), 두산 김현수(볼티모어)는 물론 삼성-한신에서 ‘돌부처 마무리’로 활약한 오승환(세인트루이스)도 메이저리그 계약을 보장받고 이적했다. 그런데 KBO 리그-일본 리그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도 맹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은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이는 메이저리그가 아시아 야수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우리 나이 서른 다섯의 나이도 나이지만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는 발이 느린 아시아 야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2000년 포스팅시스템으로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던 ‘안타 제조기’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는 투수 출신의 강견과 정확한 타격은 물론, 홈 플레이트에서 1루까지 3초대 중, 후반에 끊는 빠른 발을 뽐냈다.

50m를 5.7초에 끊던 한 시즌 3할-30홈런-30도루 일본 유격수 마쓰이 가즈오(라쿠텐)는 그 스피드 덕택에 2004년 뉴욕 메츠와 3년 2,01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으나 니시오카 쓰요시(한신), 가와사키 무네노리(시카고 컵스) 등은 장타력이 떨어지는 대신 한 시즌 20도루 이상이 보장된 내야수라 메이저리그 출장 기회가 보장된 계약에 성공했다. 니시오카, 가와사키보다 장타력은 뛰어났으나 주루 능력이 특급은 아니던 공격형 유격수 나카지마 히로유키(오릭스)는 메이저리그 출장 없이 오클랜드 마이너리그만 뛰다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대호와 비교할 수 있는 일본 선수는 나카무라 노리히로(전 요코하마 DeNA)다. 나카무라는 2004년 시즌이 끝나고 데뷔팀 긴테쓰가 적자 때문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오릭스와 합병하자 오릭스 합류 대신 LA 다저스와 1년 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터피 로즈와 2000년대 초반 긴테쓰 타선을 대표하던 나카무라는 일본 잔류 때 받을 수 있는 연봉의 10%에 불과한 금액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으나 한 시즌 만에 오릭스로 돌아갔다. 당시 나카무라는 32살이었고 한 시즌 40홈런 이상을 치는 3루수였다.

나카무라는 수비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았으나 유격수 수비도 가능할 정도로 덩치에 비해 다재다능했다. 이대호의 야구 재능도 뛰어나다. 1루수로 섰을 때 제 앞으로 오는 타구를 확실히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감각이 좋지만 기본적으로 발이 느려 수비 범위가 넓지 않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재임 시절 이대호는 롯데 3루를 맡았으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수비력은 차치하고 메이저리그 구단은 100m를 15~16초에 끊는 이대호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2010년 내셔널리그 한 팀의 스카우트는 이대호에 대해 “탐나는 방망이 실력을 가졌다. 분명히 저 타격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발이 느려도 너무 느리다. 주루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이대호가 해외 무대로 진출할 때 발목을 잡을 것이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 팀이 관심을 가질 대상은 아니다. 그리고 아메리칸리그라도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친다는 보장이 없다면 쉽게 달려들지 않을 것이다”며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6년 후. 실제로 이대호의 ‘느린 발’은 좋은 계약을 맺는 데 발목을 잡았다.

이대호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하고 도장을 찍은 것은 스스로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어떻게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시 받았는가’를 묻는다면 결국 이대호의 느린 발이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마이너리그 계약에도 도장을 찍었는가’를 묻는다면 이대호의 신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타격 특화’로 제 실력을 발휘한다면,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데뷔는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

[사진] 이대호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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