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남자 테니스의 희망 정현(20, 삼성증권 후원, 세계 랭킹 66위)이 치열한 남자 테니스 무대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정현은 27일(이하 한국 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열린 남자 프로 테니스 500시리즈 복식 준결승에 나섰다. 이리 베셀리(22, 체코, 세계 랭킹 55위)와 호흡을 맞춘 그는 펠리시아노 로페즈(34, 세계 랭킹 24위)-마크 로페즈(33, 이상 스페인, 세계 랭킹 31위) 조에게 0-2(4-6 6<6>-7)로 졌다.

이번 대회 단식에서 정현은 1회전을 통과했다. 1회전에서 안드레아스 세피(34, 이탈리아, 세계 랭킹 39위)를 2-0(6-3 6-4)으로 물리쳤다. 2회전에서 로베르토 바티스타 아구트(27, 스페인, 세계 랭킹 18위)를 만났지만 단 한 게임만 따내며 0-2(0-6 1-6)로 졌다.

정현은 두바이 챔피언십 단식에서 세계 랭킹 30위대 선수를 이겼다. 그리고 복식에서는 준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제 만 19세인 그는 투어급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고 있다. 아직 유망주인 만큼 성과를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두바이 챔피언십에서 정현은 선전했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드러났다. 정현은 올해 상위 랭커를 만나 좋은 경기를 펼쳤다. 올해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 1회전에서 '최강' 노박 조코비치(28, 세르비아, 세계 랭킹 1위)를 만났다. 정현은 세트스코어 0-3으로 졌지만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1세트 초반에는 조코비치를 상대로 스트로크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정현의 집중력은 많은 관중이 모인 큰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정현의 잠재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상위 랭커가 될 잠재력을 가졌다"며 칭찬했다.

정현의 재능은 많은 테니스 전문가와 선수들이 인정하고 있다. 한국 여자 테니스 간판 가운데 한 명인 이소라(22, NH농협은행)는 "(정)현이는 타고 났다. 앞으로 큰 대회에서 잘할 것 같다"고 격려했다.

정현은 암로 월드 테니스 대회 1회전에서는 기예르모 가르시아 로페즈(스페인)를 물리쳤다. 당시 세계 랭킹 34위였던 로페즈를 꺾었다. 두바이 챔피언십에서도 39위 세피를 이기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아구트와 맞붙은 2회전 경기 내용은 나빴다. 상대의 예리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강서브를 비롯한 '결정적인 한 방'이 없는 정현은 위기를 탈출할 무기가 없었다.

아시아 선수 한계 넘은 마이클 창과 니시코리 게이

테니스는 그동안 북미와 유렵 선수들이 점령해 왔다. 그러나 마이클 창(44, 미국)이 등장하면서 동양권 선수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창은 17세의 나이에 롤랑가로 프랑스 오픈 정상에 올랐다.

175cm의 단신인 그는 정교하고 빠른 플레이로 세계 정상을 차지했다. 대만계 미국인인 창은  통산 34번 우승하며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다.

지금은 니시코리 게이(26, 일본, 세계 랭킹 6위)가 아시아 선수의 한계를 극복했다.

5살 때 테니스를 시작한 니시코리는 어릴 때부터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이를 확인한 일본테니스협회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니시코리는 14살에 미국으로 테니스 유학을 떠나 체계적인 지도를 받았다. 이후 2008년 인터내셔널 테니스 챔피언십에서 첫 ATP 투어 정상에 올랐다. 2012년에는 자국에서 열린 재팬컵에서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니시코리는 2014년 US오픈 결승에 진출하며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어느덧 ATP 투어에서 11번 우승하며 세계 랭킹 6위까지 뛰어올랐다.

창의 경우 17세의 어린 나이에 프랑스 오픈 정상에 올랐지만 이후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니시코리는 착실하게 경험을 쌓은 뒤 20대 중반에 상위 랭커로 뛰어올랐다.

이와 비교해 정현은 아직 출발점에 있다. 큰 부상 없이 착실하게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리는 것도 필요하다. 남자는 물론 여자 테니스도 힘을 앞세운 테니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큰 체구와 힘을 가진 유럽과 북미 선수들을 생각할 때 정현은 이를 이겨 낼 정교한 기술을 갖춰야 한다.

정현은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으며 큰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니시코리와 비교해 여러모로 늦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현은 올해 투어급 대회에서 가능성을 조금씩 증명했다. 협회와 코치진 후원사 그리고 선수 본인이 힘을 합쳐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다.

[사진1, 2] 정현 ⓒ GettyImages

[사진3] 니시코리 게이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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