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필라델피아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택한 이지태는 1년 사이 더 단단해져 있었다. ⓒ이지태 제공
-지난해 미국 진출한 한국인 마이너리거 이지태
-루키리그에서 데뷔전 치른 뒤 첫승까지 챙겨
-“8월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아쉬움 많았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

1년 사이 몸과 마음은 더욱 단단해진 눈치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닥쳐왔지만, 이를 묵묵히 참아내면서 다음 도약의 시간을 기다렸다. 그렇게 새해를 맞이한 한국인 마이너리거는 “한 계단, 한 계단씩 내 자신의 레벨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깜짝 계약을 통해 미국으로 진출한 이지태(21)가 2022년 임인년에도 도전을 이어간다. 2020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뒤 갈 곳을 잃었던 이지태는 국내 독립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지속하다가 지난해 필라델피아의 러브콜을 받고 미국 진출을 고민하게 됐다.

KBO리그 데뷔의 꿈을 서서히 잃어가던 시점. 생각지도 못했던 메이저리그 구단의 입단 제의를 받은 이지태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그리고 곧장 미국으로 건너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이너리그의 출발 단계인 루키리그에서 감격스러운 데뷔전을 치르고, 또 뜻깊은 첫 번째 승리까지 챙긴 뒤 한국으로 잠시 돌아온 이지태를 7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년 전 진행한 첫 인터뷰 때보다 한층 더 성숙해진 이지태는 “일단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감사했다. 또, 야구의 본고장에서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한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았다. 이제 앞으로 매년 한두 단계씩 레벨을 끌어올려 꼭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활짝 웃었다. 다음은 이지태와 일문일답.

▲ 이지태가 7일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
-1년이 금세 흘렀다.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 지난해 3월 미국으로 떠난 뒤 몇 개월이 금방 지나간 느낌이다.”

-한국 음식이 꽤 그리웠을 것 같다.
“미국에서 머무는 동안 잡채밥이 그렇게 먹고 싶더라. 현지에선 제대로 된 잡채밥을 먹을 수가 없어서 귀국 후 자가격리가 풀리자마자 중국집으로 갔다. 또, 개인적으로 냉면을 참 좋아해서 냉면집을 돌면서 소원을 풀고 있다.”

-근황이 궁금하다.
”11월 한국으로 돌아온 뒤 휴식을 조금 취했다. 가족들도 만나고 보고 싶던 친구들도 만났다. 그리고는 연말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어떤 운동을 하고 있나.
“웨이트트레이닝은 계속하고 있고, 공 던지는 강도도 서서히 높이고 있다. 이제 미국 출국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운동 강도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계속 도움을 주신 PSG베이스볼 김동호 코치님과 박성준 트레이너님이 이번에도 함께해주시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의 생활이 궁금하다.
“우리가 있는 곳은 플로리다주 탬파의 클리어워터라는 곳이다. 서쪽 해변가인데 그 넓은 미국에서도 바닷가와 백사장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여기에서 필라델피아 루키리그 홈경기가 진행된다.”

▲ 이지태(왼쪽)의 경기 장면. ⓒ이지태 제공
-숙소 생활은 할 만했나.
“구단에서 지정한 숙소 중 룸메이트들과 방을 구하는 형식으로 지냈다. 2인 1실이지만, 그 짧은 기간에도 룸메이트들의 방출과 콜업이 계속돼서 변화가 많았다.”

-직접 경험한 마이너리그는 어땠나.
“역시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더라. 100마일 넘는 공을 쉽게 던지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타자 역시 대단한 힘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낮은 루키리그이지만, 훌륭한 선수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루키리그 데뷔전도 소화했다.
“지난해 7월 20일 첫 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못했다(⅔이닝 1피안타 3볼넷 1탈삼진 2실점). 그래도 바로 다음 경기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운 좋게 첫승을 챙겼다. 루키리그였지만, 정말 뜻깊은 순간이었다.”

-지난해 구속은 어느 정도 나왔나 궁금하다.
“직구는 최고 96마일까지 찍혔다. 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86~87마일까지 나왔다. 한국에서보다 구속이 높게 기록돼서 사실 나도 놀랐다, 하하.”

▲ 이지태(왼쪽)와 동료들. ⓒ이지태 제공
-어려움은 없었나.
“사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룸메이트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고비를 겨우 넘겼는데 나까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와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건가.
“일단 4월 말 룸메이트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나 역시 2주 자가격리됐다. 그런데 8월 말에는 내가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경기를 뛰지 못했다.”

-국내도 아닌 해외라 어려움이 더 많았겠다.
“외로움은 컸지만, 그래도 다행히 심각한 후유증은 없었다. 증상은 오한 정도였다. 아, 한 가지 생각나는 다른 증상은 후각과 미각 상실이었다. 확진 판정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양치를 했는데 치약 맛이 나지 않더라. 향수를 뿌려도 모를 정도로 감각이 사라져서 신기했다.”

-운동선수에게 공백은 치명적이었을 텐데.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끌어올린 감각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었던 점이 가장 아쉬웠다. 나에게는 정말 아까운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기량이 가장 올라오는 시기인 가을철을 자가격리로 보내면서 지난 시즌은 아쉽게 마감해야 했다.”

-이지태와 인터뷰는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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