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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제이미 바디 나올까…TNT가 띄운 '재기의 꿈'

작성일: 2022.04.13 13:34 박대현 기자,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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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용산, 박대현, 정형근 기자] 15년 전 제이미 바디(35, 레스터 시티)는 주급 5만원의 8부 리그 선수였다. 

조기축구회나 다름없는 곳에서 성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축구만으로는 생활이 안 돼 낮에는 나무를 나르는 노동(치료용 부목 공장)을 하면서 공을 찼다.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불러주는 상위 리그 팀이 없는 와중에도 포기 않고 공과 씨름했다. 스스로도 "잠과 축구 외에 하는 일이 없었다"고 설명할 정도다. 

5년 만에 주급이 1500배 폭등했다. 2012년 5월 이적료 100만 파운드, 주급 4만5000파운드(약 8000만 원)에 챔피언십 복병 레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이후 바디는 '늦깎이 신화' 주인공이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과 득점왕, 잉글랜드축구기자협회(FWA) 올해의 선수를 석권한 최고 스타플레이어로 거듭났다. 2015년에는 잉글랜드 대표 팀에도 승선해 26경기 7골을 넣었다. 

체격이 작다는 이유로 지역 팀 유스에서 방출된 15살 소년이 꿈을 놓지 않고 매진한 결과 EPL 무대를 평정하고 축구 종가 대표 공격수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 TNT FC는 현역 선수 재기의 꿈을 돕는 국내 대표 독립구단이다. ⓒ TNT FC
▲ TNT FC는 현역 선수 재기의 꿈을 돕는 국내 대표 독립구단이다. ⓒ TNT FC

여기 '한국판 바디'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 독립구단 'TNT FC' 김태륭(39) 단장이다. TNT FC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구단으로 프로 진출에 실패하거나 방출 아픔을 겪은 젊은 피 재기를 돕는 곳이다.  

김 단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독립구단이 조금 생소하실 수 있는데 프로 진출에 실패하거나 K3, K4 리그에서 재계약에 실패한 선수가 (재입성) 기회를 엿보는 곳"이라면서 "매일 훈련하고 상위 리그 팀과 교류하며 꿈을 위해 도전하는 구단"이라고 설명했다.

김 단장에게 '하부리그'가 지닌 의미는 각별하다. 그 역시 선수 생활 대부분을 부천FC1995, 서울 노원 유나이티드 등 하위 리그에서 보냈다. 

유니폼을 벗은 뒤에도 TNT FC 단장을 맡았다. 축구계 피라미드 '낮은 곳'에 자리한 선수들과 여전히 호흡한다. 20년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축구 발전 밀알 노릇을 맡고 있는 셈이다.

"나 역시 선수 생활을 주로 하부리그에서 했다. TNT FC도 지난 20년간 (하부리그) 변화를 몸소 겪으며 쭉 이어져왔고. 그래선지 한국축구, 특히 하부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많이들 물으신다. 장기적인 방향에선 대한축구협회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10년 전을 생각해보라. 우린 늘 1~12부 리그로 세분화된 유럽 축구 시스템을 부러워했다. 이런 시스템에서 바디 같은 대기만성 스타가 탄생하면 박수하고 환호했다. 하부리그에서 성장해 20대 중반에 1부리거가 되고 33살에 국가 대표로 발탁되는 스토리. 이런 '이야기'에 감동하고 멋있다 느낀 것이다." 

TNT FC에서 김 단장은 한국판 바디 출현 가능성을 엿본다. 어린 나이에 쓴맛을 봤더라도 이를 주홍글씨로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선배 축구인으로서 간절히 드러냈다.

"선수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쉽게' 포기하지 말란 부탁이다. 선수단 대부분이 20대 초반이다. 19~21살 젊은 선수가 많다. 포기하지 않고 기량 향상에 꾸준히 매진하면 29살에 K리거, 32살에 국가 대표로 발탁될 수 있다고 확고히 얘기한다." 

"과거에는 조금 힘들었다. 하나 지금은 아니다. 한국축구 시스템으론 불가능하다 여긴 '동화들'이 (K3, K4 등) 하부리그가 발전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까지 담보하면서 더는 꿈이 아니게 된 것이다."

▲ 15년 전 제이미 바디는 주급 5만 원의 8부 리그 선수였다.
▲ 15년 전 제이미 바디는 주급 5만 원의 8부 리그 선수였다.

김 단장 말대로 하부리그는 최근 격변기다. 뿌리째 변모하고 있다. 한국은 그간 프로인 K리그 1·2와 아마추어리그인 K5·K6·K7리그로 운영돼 왔다. 둘 사이 가교 노릇을 해줄 리그가 없었다. 

2007년 K3리그 어드밴스가 출범했지만 소용이 적었다. 이전까지 K2 리그 바로 아래 단계로 여겨지던 내셔널리그 존재로 디비전 시스템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2019년 대한축구협회는 이 같은 구조에 메스를 가했다. 이 해를 끝으로 내셔널리그를 폐지하고 프로와 아마를 잇는 K3·K4리그를 탄생시켰다. 

프로 선수부터 축구 동호인까지 디비전 시스템 '안'에 공존시켜 진정한 축구 생태계 구축을 도모한 것이다.

김 단장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과거) 한국축구는 K리그와 K2 리그로 대표되는 프로 무대가 있고 K3, K4라는 세미 프로리그로 나눠져 있었다. K3, K4가 내셔널리그와 통합되면서 최근 2년 새 엄청난 상승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이런 변화가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우려한다. (현장에서 받은 느낌은) 반대다. 기대 이상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 K3, K4 리그는 양과 질 모두 해가 갈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는 동호회 디비전 리그인 K7 리그까지 표방하고 있다. 현역 선수들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염불이 아니다. 이미 TNT FC는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약 130명에 이르는 선수가 TNT FC를 거쳐 프로 무대 입성 혹은 재입성에 성공했다.

국내뿐 아니라 독일, 노르웨이 등 해외 진출에도 성공해 제2의 축구 인생을 살고 있다. 대학교 진학, 드래프트 지명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이를 자양분 삼아 다시 일어선 것(再起)이다. 이 과정에서 TNT FC가 댓돌 노릇을 했다.

"약 130명 정도가 프로 무대에 (재)입성했다. 우리가 정의하는 프로 무대는 국내 리그인 K리그와 K2, K3, K4 리그 그리고 해외 리그다. 대표적으로 독일에 진출한 박이영(튀르크귀쥐 뮌헨)과 강윤구(인천 유나이티드) 지난해 K4 리그에서 영플레이어 상을 수상한 김영준(포천시민축구단)이 있다. 선수가 성장해 (프로에서) 활약하는 걸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 지금 TNT FC에서 땀 흘리는 이들에게도 거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지난 3월 (2022 하나원큐) FA컵 2라운드에서 경주한수원축구단과 경기를 치렀다. 정말 반가운 게 경주한수원 주축 3명이 TNT FC 출신이더라. 현장에서 이런 걸 보고 느낄 때마다 맘이 정말 따뜻해진다. 이 팀을 (앞으로도) 놓을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독립구단 특성상 안정적인 운영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TNT FC는 지난 8년간 연착륙을 넘어 꾸준히 성과까지 내고 있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독립구단이 된 지) 어언 8년이다. 약 20년 전 동호회로 시작한 곳이 2014년 독립구단으로 전환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재정적인 부문은 늘 어려운 숙제다. 현재 축구과학기업 '핏투게더'와 함께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낳고 있다. 핏투게더를 통해 코칭 스태프나 관련 인력, 좋은 환경 등을 제공받으면서 지금은 큰 어려움없이 잘 운영하고 있다."

TNT FC가 핏투게더와 협업한 지는 올해로 4년째다. 2019년 초 김 단장이 핏투게더에 합류하면서 협업 체제를 가동하게 됐다. "젊은 선수에게 두 번째 기회를 부여하자"는 김 단장의 '빅픽처 프로젝트'는 사실상 이때 제대로 똬리를 틀었다.

"2019년께 핏투게더 윤진성 대표에게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 스토리를 들려 줬다. 그게 협업에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 게 아닐지 싶다. 호펜하임이 과거 하부리그에 있을 때 정말 작은 구단이었다. 이때 'SAP'라는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호펜하임에) 관심을 보이면서 피를 섞게 됐다. SAP 생각은 이랬다. '우리가 보유한 스포츠 과학 기술을 호펜하임에 쏟아부어 보자. 그러면 팀이 얼마나 변화할까'가 핵심이었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호펜하임"이라고 설명했다.

"TNT FC와 핏투게더 관계를 '한국판 호펜하임과 SAP'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시발점이 됐다. 지금까지도 정말 재밌게 또 이상적으로 서로 협력 구도를 이루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핏투게더와 협업은 TNT FC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하부리그에 속한 독립구단이지만 '과학'이란 외피를 덧대면서 한국에서 테크놀로지를 가장 잘 반영하는 독립구단이란 차별성을 띨 수 있게 됐다. 

김 단장은 "핏투게더의 '오코치' 솔루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팀 퍼포먼스를 올리는 건 물론 부상 예방과 개인 기량 향상에도 유용히 활용 중"이라면서 "핏투게더 역시 현장 의견을 청취할 통로를 얻었다. 이를 통해 솔루션 정교성을 늘리고 있다. 호혜적인 관계가 수립된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 단장의 꿈은 엘리트 체육에 국한하지 않는다. 생활 체육에까지 가닿는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10년쯤 뒤에는 초중고 시절 엘리트 축구를 경험하지 않은 이가 K7(동호인 디비전 리그)에 입단해 점점 올라가는 드라마를 꿈꾼다. 축구계 문호는 넓히고 진입 장벽은 낮춰 마르지 않는 인재풀 건설을 꾀하는 것이다.

"아직 동화 같은 얘기지만 비엘리트 출신이 단계별로 발전을 거듭해 20대 후반쯤 프로 문을 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선 그런 방향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고 또 현재도 (그런 각도로) 가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김 단장은 인터뷰 말미에 '팀의 철학'을 입에 올렸다. "하부리그 트렌드 리더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테크놀로지 활용을 통한 모두의 발전을 강조했다.

"TNT FC는 하부리그 소속이지만 한국에서 테크놀로지를 (현장에) 가장 잘 반영하는 구단이다. 기술을 통한 모두의 발전이 우리의 핵심가치다. 하부리그 트렌드 리더가 되고 싶다. 5부리그 팀이지만 운영은 3부리그처럼, 4부리그에 올라서도 (운영은) 1부리그처럼 이어 가고 싶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우리가 지닌 리소스(resource·자원)를 국제적으로도 활용하고 싶다. 'TNT FC는 하부리그 구단인데 이런 것도 하네?' 이런 얘길 듣고 싶은 것이다. 그게 우리 팀의 철학이자 미래"라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TNT FC 외에도 핏투게더 이사, 'K리그 드림어시스트' 멘토, 크로아티아 'HNK 고리차' 아시아 스카우트 등을 역임 중이다. 국내외를 안 가리고 다양한 축구 현장에 발 디뎌 활동하고 있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다. 핏투게더 성공에 기여하고 구단 발전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라면서 "일을 하다 보니 살아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할 수 있지만 하면 안되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는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살아가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단장의 '해도 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궁금해졌다.

TNT FC와 핏투게더는 차근차근 K4, K3 리그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의 프로 진출을 도우면서 팀 자체도 역량을 키워 상위 리그로 진출을 꾀하는 것이다. '재기 전문 구단'을 넘어 TNT FC '경쟁력'까지 프로 구단 수준으로 거듭나는 데 노력을 쏟는다.

물론 본질에 소홀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핏투게더와 협업해 과학적인 스카우트 리포트를 제작하는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해외 구단에 '믿을 만한' 보고서를 보여주며 선수 기량과 몸상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이를 통해 진출을 매듭짓는 것이다. 과학적인 리포트가 선수 기량 향상에도 일조하는 건 물론이다. 

김 단장은 "동남아 리그가 예전 같지 않다. 과거에는 한국 선수라면 무조건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달라지는 추세"라며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독일과 크로아티아, 노르웨이 등 유럽권에도 시선을 두면서 활로를 넓게 보고 (선수단을) 이끌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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