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 제공ㅣCJ ENM
▲ 박찬욱 감독. 제공ㅣCJ ENM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모니카, 개그맨 김신영 등 의외의 인물들과 이번 작품을 함께한 소감 등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제작 모호필름, 투자·배급 CJ ENM) 개봉을 앞두고 24일 오후 스포티비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개봉을 앞두고 언론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박찬욱 감독은 "기분 좋다. 일단 전문가들의 리뷰가 좋은 것은 당연히 직업적으로 굉장히 뿌듯한 일이다. 그런데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을 내고 표를 사서 안 와도 되는, 영화보는 일이 직업이 아닌, 안 와도 되는 곳을 시간을 내서 보는' 그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하는냐, 만족스러워 하느냐다. 그게 뭐니뭐니해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얘기다. 그래서 개봉일을 기다리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에는 '안개'라는 곡이 중요 테마곡으로 쓰였다. 영화에 삽입된 것 뿐 아니라 가사에 녹아있는 의미까지 영화 전반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안개'가 60년도에 만들어진 곡이지 않나. 저는 63년생인데, 곡이 발표된 날부터 지금까지도 제일 좋아하는 한국 가요 중에 하나다. 정훈희 씨는 제일 좋아하는 여자 가수다. 이난영 이후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가수다. 그런데 우연히 송창식 씨가 포함된 트윈폴리오도 이 곡을 커버했다는 걸 알게됐을 때 거기서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사 중에서도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는 가사가 특히 심금을 울렸다. 안개가 뿌옇게 껴서 시야가 흐릿할 때 눈 똑바로 뜨고 잘 보이지 않는 걸 꼭 열심히 보겠다는 의지, 그런 노력을 느꼈다. 이 감흥을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말하자면 영화에서 '안개'도 나오고 녹색인지 파랑인지 하는 색깔도 나온다. 여러가지 불분명한, 불확실한 상태나 사물, 관계, 감정같은 것이 있잖나. 그것이 다 이 노래에서 출발했다고 보시면 되겠다"고 밝혔다.

▲ 박찬욱 감독. 제공ㅣCJ ENM
▲ 박찬욱 감독. 제공ㅣCJ ENM

더불어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모니카는 '안개'의 특별 뮤직비디오에 출연, 안무를 펼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일장춘몽' 엔딩에 이어 모니카와 한번 더 작업하게 된 박 감독은 '모니카 쌤'이라고 호칭하며 "이번에 뮤직비디오 촬영할 땐 제가 가보지 못했다. '일장춘몽' 전에 '스우파' 팬으로서 모니카 쌤을 안무가로 모시고 싶다고 결정했다. '일장춘몽' 촬영 현장에서도, 연습 과정에서도 너무나 그 분의 프로다운 빠른 결정, 그리고 스토리에 잘 맞는 예술적인 안무 판단, 현장 촬영할 때 지치지 않는 헌신성이랄까. 그런 것에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다시 또 일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박찬욱 감독 전작에서 볼 수 있는 높은 수위의 폭력 및 정사 신이 없는 작품으로도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에로틱한 느낌이 풍긴다'는 평이 이어지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에로틱을 위해 배우들에게 표정을 주문하지 않았다.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이것은 에로틱하다, 섹시하다, 섹슈얼하다' 이런 류의 감정이란 것이 얼마나 정신적인 것인가 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육체적인 터치보다도 사랑과 관심, 이런 류의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적인 즐거움 까지도 유발하는지를 알려주는 증거인 것 같다. 특별히 관능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냥 저는 좀 고전적이고 우아한 사랑 얘기를 만들고 싶었고, 순수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 제가 순수하다고 말할 때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그런 얘기가 아니다. 다른 정치적 메시지, 감독의 어떤 주장 같은 것을 포함시키지 않은, 영화적으로 다른 큰 화려한 볼거리나 기교 같은 것이 없는, 그냥 영화를 구성하는 최소의 요소들, '배우들이 뭘 한다' 이런 최소한의 요소를 가지고 간결하게 구사해서 깊은 감흥을 끌어내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것이 받아들여질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더라. '너무 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있었다. 오히려 현대에는 이런 영화가 더 새로워보일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 박찬욱 감독. 제공ㅣCJ ENM
▲ 박찬욱 감독. 제공ㅣCJ ENM

더불어 '헤어질 결심'이라는 묘한 제목에 대해서는 "처음엔 동료 영화인들이 '독립영화 제목 같다'고 걱정하는 반응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박 감독은 "독립영화 제목은 따로 있는건가. 잘 모르겠다. 저는 '정말 그런가요?'라고 반문했다. 어쨌든 저는 정서경 작가와의 대화에서 제목이 떠오를 때가 참 많다. '아가씨'도 그랬다. 이번에도 트리트먼트 쓰는 단계에서 그런 얘길 한 것이다. '아 이 때 그럼 서래가 헤어질 결심을 한 건가요?' 이런 얘길 하다가 '헤어질 결심. 그거 참 제목같다'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그냥 했다. 제가 맘에 들어한 이유 중 하나는 '관객이 글자 그대로 믿지 않을 것고,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무슨 결심이든지 해서 성공하는 일이 드물지 않나. '살 뺄 결심'도 잘 안되고 뭐든지 잘 안된다. 그러니까 '결심'이란 단어는 '결심의 실패'와 곧장 연결된다. 그래서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끝내 헤어지지 못하거나, 아니면 굉장히 고통스럽게 헤어지거나'가 연상된다. 연상 작용은 관객의 능동적 참여를 뜻하는 것이라 그럴듯한 제목이라 바람직한 제목이라고 봤다. 더불어서 '얼마나 이 사랑이 힘들었으면 이런 결심까지 필요로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 것 같았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 감독은 김신영 등 스크린에서 새롭게 만나는 얼굴을 발굴한 것에 대해 "새 얼굴을 찾기 위해서 코미디나 TV 드라마를 열심히 눈에 불을 켜고 보는 것도 아니다. 다 운이다. 어쩔 때 우연히 지나가다가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엔 인터넷 시대니까 유튜브에서 자동으로 연결돼서 우연히 보게될 수도 있는 것이고, 누가 추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참 다양한 방법으로 배우들을 접하게 된다. 대게 오디션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보통의 방법인데 김신영 씨는 좀 특별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팬이었기 때문이다. 정서경 작가와 제가 '색 계'를 볼 때부터 탕웨이 씨의 팬이고 '이 사람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늘 얘기한 것처럼, 김신영 씨도 늘 마음 속에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 중 한명이었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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