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투구 페이스로 전반기를 마감한 오타니 쇼헤이
▲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투구 페이스로 전반기를 마감한 오타니 쇼헤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2연패 도전에 나선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는 최근 타석보다는 마운드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는 타격에서 더 도드라졌다면, 올해는 그 반대라고 해도 무방하다. 사이영급 세부 지표다.

오타니는 14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엔젤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12탈삼진 1실점 역투로 팀의 7-1 승리를 이끌고 시즌 9번째 승리를 거뒀다. 네 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 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시즌 평균자책점을 2.38까지 끌어내렸다. 전반기 9승4패, 87이닝에서 기록한 123개의 탈삼진도 만족스럽다.

사실 휴스턴 타선이 강해 오타니가 고비를 맞이했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최근 물이 오른 오타니의 투구는 거침이 없었다. 최고 시속 101마일(162.5㎞)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전매특허인 스플리터 등 변화구를 섞어 휴스턴 강타선을 꽁꽁 묶었다. 12개의 탈삼진은 압권 그 자체였다.

주목할 만한 건 오타니의 이런 압도적 투구가 한 경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타니의 압도적 투구는 이미 네 경기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 네 경기에서 모두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반면, 네 경기에서의 자책점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누구나 ‘원히트 원더’는 가능하지만,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네 경기 구간을 이렇게 잘 던진 투수는 역사적으로 손에 꼽을 만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쉽지 않은 업적이었다. 1920년 이후 ‘4경기 합계 45탈삼진 이상, 1자책점 이하’ 조건을 충족시킨 선수는 역사상 딱 5명밖에 없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당연히 다 전설적인 선수들이거나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었다.

‘빅유닛’이라는 별명으로 리그를 호령했던 랜디 존슨은 1997년 5월 29일부터 6월 14일까지 네 차례 선발 등판에서 총 33이닝을 던지며 5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솔로홈런 딱 하나를 맞았다.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2000년 5월 1일부터 5월 18일까지 네 경기에서 32이닝을 던지며 4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두 선수의 개인 경력에서도 이 조건을 충족시킨 건 딱 한 번이다.

당대 최고의 투수이자 예비 명예의 전당 선수인 클레이튼 커쇼는 2015년 두 차례나 이 기록을 달성했다. 왜 커쇼의 2015년이 역사에 손에 꼽힐 정도로 압도적이었는지를 상징한다. 심지어 7월 9일부터 8월 2일까지 네 경기에서는 34이닝 동안 45탈삼진을 기록하며 실점을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리그를 대표하는 탈삼진 머신인 크리스 세일은 2018년 6월 25일부터 7월 12일까지 27이닝 동안 48탈삼진을 기록하며 1실점해 이 대열에 합류했다. 가장 근래 달성한 선수는 지난해 4월 6일부터 4월 24일까지의 제이콥 디그롬이다. 디그롬은 해당 기간 29이닝 동안 50탈삼진, 1자책점을 기록했다. 다만 디그롬도 실점은 4점이었다.

그 다음이 오타니다. 아시아 역사에 길이 남을 시기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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