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안재석, 정철원, 송승환 ⓒ 두산 베어스
▲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안재석, 정철원, 송승환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말로만 듣던 미라클 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일원이라는 자체가 참 기분 좋다."

두산 베어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7년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를 누볐던 두산도 올가을은 쉽지 않아 보였다. 36승46패2무로 전반기를 7위로 마쳤을 때 5위 KIA 타이거즈(42승40패1무)와는 6경기차였다. 승부사 김태형 두산 감독도 5강까지 쉽게 계산이 서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해 보였는데, 후반기부터 미라클을 향한 시동을 조금씩 걸더니 어느덧 KIA와 3.5경기차까지 좁혔다. 

여전히 100% 전력은 아니다. 주장이자 4번타자 김재환이 최근 오른 무릎 타박상이 심해 자리를 비웠고, 필승조에서는 박치국이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7일 광주 KIA전에 복귀하는 선발투수 곽빈은 부상 전에 좋았던 감을 빨리 되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물음표가 가득한 상황에서 화수분이 터졌다.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던 송승환(22)이 지난달 말 1군에 합류하자마자 2차례나 역전 결승타를 치며 불을 지폈다. 필승조 정철원(23)은 박치국이 빠진 상황에서 경기마다 아웃카운트 5~6개를 든든하게 책임졌다. 정철원은 고된 상황에서도 "가을야구를 해보고 싶다. 나는 아직 가을야구를 해본 적이 없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안재석(20)은 6일 광주 KIA전 7-4 대역전승의 주역이었다. 1-4로 뒤진 8회초 2사 후 우월 솔로포를 터트리며 상대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흔들었다. 덕분에 정수빈의 동점 투런포, 허경민의 결승 2타점 적시 2루타가 터졌고, 안재석은 9회초 한번 더 타석에 나서 7-4 승리에 쐐기를 박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한번 더 날렸다. 충격의 역전패를 떠안은 KIA는 5강 사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 두산 베어스는 올해도 기적을 쓸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는 올해도 기적을 쓸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안재석은 "중요한 경기에서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그 과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두산은 처지다가도 한 경기 한 경기 분위기를 타는 게 정말 무서운 것 같다. 신인이었던 지난해에도 느꼈지만, 오늘(6일) 경기만 봐도 그렇지 않나. 말로만 듣던 미라클 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일원이라는 자체가 참 기분 좋다"고 이야기했다. 

동생들이 파이팅을 불어넣자 7연속 KS 역사를 쓴 주역들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베테랑 김재호(37)는 유격수로 경기마다 호수비를 펼치며 묵묵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4)와 포수 박세혁은 7월 이후 3할 중반대 타율을 유지하며 타선을 이끌고 있다. 1990년 듀오 허경민과 정수빈도 부상과 부진을 털고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정수빈은 올해 안권수, 양찬열, 김대한, 김태근, 송승환 등 좋은 외야수들이 대거 등장해 활약한 것과 관련해 "나도 어릴 때 선배들을 보면서 커왔고, 밑에 있는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게 맞다. 나 또한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을 봐서 좋다"며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일(7일)부터 입추니까"라고 각오를 다졌다. 

허경민 역시 "(송)승환이 (안)재석이 (김)대한이 (정)철원이 이런 선수들이 잘하니까 정말 기분 좋다. 두산의 미래들이다. 10년 이상 두산을 책임져야 할 선수들이다. 격려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나 또한 안일한 플레이를 하면 뭐라 할 때도 있겠지만, 최대한 잘할 수 있게 옆에서 잘 다독여주겠다"며 파이팅 넘치는 후배들을 응원했다.     

두산이 정상을 다툰 지난 7년 동안 전력 보강보다 유출이 더 눈에 띄었던 게 사실이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화수분 야구도 끝이 보인다', '7년이면 오래 버텼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화수분이 터졌다. "나도 미라클 두산의 일원"이라고 당당히 외치는 젊은 선수들이 늘어날수록 5강 희망은 더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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