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t는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위기를 맞이했다.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3회 경기장에서 퇴장했기 때문이다. 나성범에게 던진 초구 시속 144㎞짜리 패스트볼이 머리 부위에 맞았다. 자동 퇴장이었다.
훈훈하게 사태가 정리되기는 했지만, 위기까지 정리된 건 아니었다. 1-1로 맞선 2사 만루 상황. kt는 갑작스러운 등판에 제대로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을 법 했던 사이드암 이채호(24)를 두 번째 투수로 낙점했다. 경기 초반 양상에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의 등판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채호는 소크라테스를 절묘한 커브로 삼진 처리하고 불을 껐다.
이 위기를 정리한 건 결과적으로 kt가 이날 6-2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채호는 4회를 삼자범퇴로 넘겼다. 5회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이전 공격에서 팀이 3점을 뽑아놓은 상황이라 타격은 덜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 중 하나로 뽑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채호는 올해 kt의 개막 로스터는커녕 팀 전체 로스터에도 없던 선수였다. 5월 정성곤과 맞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3경기 출전이 1군 경력의 전부였던 선수를 영입한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미 이채호의 장점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했던 kt는 자신감이 있었다. 제춘모 투수코치가 이채호를 훤히 꿰뚫고 있었고, 이강철 감독과 kt 프런트 또한 잠재력에 관심을 가진 끝에 성사시킨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 성과는 대성공이다. 올해 30경기에서 5승무패, 2홀드 평균자책점 1.47의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피안타율은 0.189,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0.95에 불과하다. 그냥 일시적인 운으로 만들어진 성적이 아님을 증명한다. 최근 10경기에서는 9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딱 1실점을 했다. 원포인트로 쓸 수도 있고, 1이닝 이상을 맡길 수도 있는 등 활용도도 다양하다.

이채호가 트레이드 성공작이라면, 네 번째 투수로 올라 1⅔이닝을 깔끔하게 막은 우완 박영현(19)은 드래프트 성공작의 향기가 난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올해 kt의 1차 지명(계약금 3억 원)을 받은 박영현은 이미 고교 시절부터 빠르고 묵직한 공과 경기운영능력을 앞세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다. 투수를 보는 눈이 굉장히 까다로운 이강철 감독이 캠프 때부터 박영현의 투구에 집중했을 정도였다. “다듬으면 1군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게 이 감독의 당시 결론이었다.
박영현은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올해 계속해서 1군에 머물고 있다. 벌써 40경기에 나가 41이닝을 던졌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73, 최근 10경기는 2.92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확고부동한 필승조는 아니지만, 향후 kt 마운드를 이끌어나갈 재목으로 눈도장을 찍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부임 후 kt 마운드를 확 바꿔놓은 이 감독도 이제 마운드의 다음 주자로 두 선수를 주목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이 감독은 “채호와 영현이가 시기에 맞게 잘해주고 있어서 자원이 좀 많아졌다”면서 계속해서 중용할 뜻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는 아직 조연이자 선배들의 수제자 자격이지만만, 젊다는 무시무시한 자산을 가진 두 선수가 주연으로 떠오를 날도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