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찬바람이 분다. 누군가는 가을 축제를 준비할 때, 누군가는 다음 시즌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사령탑이 공석이라면 프런트는 더더욱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때가 지금이다.
KBO리그에서 현재 감독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팀은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두 팀이다. 삼성은 지난달 1일 허삼영 전 감독이 자진사퇴하자 박진만 퓨처스팀 감독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NC는 지난 5월 11일 이동욱 전 감독을 경질한 뒤 강인권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물러난 사령탑들의 빈자리를 임시로 채우면서 일단 올 시즌을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두 팀 모두 리더십 교체 효과는 있었다. 가장 순수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팀 성적이다. 삼성은 허삼영 감독 체제에서 38승54패2무 승률 0.413로 9위에 머물렀는데, 박진만 대행 체제로 치른 24경기에서 12승12패 승률 0.500을 기록했다. 덕분에 시즌 순위 9위에서 8위로 힘겹게 한 계단 올라설 수 있었다.
박 대행은 4일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벤치 분위기가 좋아졌다. 고참 선수들이 선발로 나서지 않아도 솔선수범해서 격려하고 파이팅을 하니까. 고참이 움직이면 젊은 선수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최근 승률이 높아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상대를 무조건 이겨야 하지만, 팀 내에서 경쟁해야 선수층이 두꺼워진다. 엔트리에 든 모든 선수들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필요한 상황마다 교체를 했다. 그래야 경쟁이 되니까. 경기에 나가 뛰는 선수도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프로니까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설명하며 건강한 경쟁의 효과도 덧붙였다.
NC는 이동욱 감독 체제에서 9승24패 승률 0.273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강인권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성적은 40승39패3무 승률 0.506다. 지난해 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 등 주축 선수 4인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논란, 지난 5월 한규식, 용덕한 코치의 술자리 폭행 사건 등으로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던진 강수가 어느 정도는 통한 셈이다. 덕분에 NC는 10위에서 7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5위 KIA 타이거즈와는 6.5경기차라 뒤집기 쉽지 않은 거리지만, 시즌 초반보다는 팀 분위기가 희망적이다.
강 대행은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 NC에서 배터리코치로 지내는 동안 "차기 감독 후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현장 평이 좋았다. 포수 육성 능력은 두산에서 지도자로 지낼 때 충분히 입증됐고, 선수단과 소통에도 능하다고 한다. 평소에는 주로 부드럽지만, 선수들을 훈련시킬 때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카리스마가 있는 편이다.
강 대행은 "선수와 코치들이 주인공이 되는 야구를 하고 싶다. 선수와 코치의 의견을 많이 들을수록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오리라고 본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올 시즌 30경기도 남지 않았기에 삼성과 NC는 이제 차기 사령탑의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 나갈 것이다. 박 대행은 1군 감독의 역량을 다 보여줄 시간은 짧았지만, 2016년 삼성에서 퓨처스팀 수비코치로 시작해 1군에서 수비코치와 작전코치로 지내고, 2군에서 퓨처스팀 감독을 맡으면서 1군 감독까지 갈 수 있는 코스는 다 밟았다. 강 대행의 경우 올 시즌 벌써 82경기를 이끌었다. 리더십을 검증할 시간은 충분했다. 삼성과 NC는 올 시즌 뒤 두 지도자에게 붙은 '대행' 꼬리표를 떼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