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해 KBO리그로 돌아온 김광현(34‧SSG)은 험난한 메이저리그 2년을 보냈다.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험난했다는 것은 환경 탓이었다. 2020년 부푼 꿈을 안고 미국 땅을 밟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즌을 집어삼키면서 말 그대로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세인트루이스에 갇힌 김광현을 구원한 선수는 팀 투수진의 리더이자 베테랑 투수인 애덤 웨인라이트(41)였다. 당시 같이 캐치볼을 할 수 있게끔 배려하며 김광현 인생에 잊지 못할 은인으로 남았다. 실제 웨인라이트는 첫 시즌 스프링트레이닝 당시에도 김광현의 옆 라커를 쓰며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줬다. 김광현이 여전히 웨인라이트의 이야기가 미소를 짓는 이유다.
경기 내적으로도 김광현에 큰 영향을 준 선수이기도 하다. 김광현은 이제는 느려진 구속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6이닝은 책임지는 웨인라이트의 책임감과 경기 운영에 큰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김광현은 “적지 않은 나이인데 등판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6이닝은 책임지는 선수”라고 웨인라이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제 30대 중반으로 점점 신체적 나이가 떨어질 김광현도 이런 웨인라이트를 머릿속에 넣으며 앞으로의 경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웨인라이트는 김광현의 말대로 올해도 자신의 기본적인 몫을 철저히 해주고 있다. 4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는 5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는 등 경기 초반부터 고전했으나 침착하게 이를 이겨내면서 결국 5이닝 4실점으로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1회부터 3점을 내주며 어려운 상황에 몰렸는데 웨인라이트는 특유의 침착한 투구로 5회까지 던진 끝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좋을 때는 어떤 투수든 다 좋다. 그러나 항상 좋은 컨디션에서 등판할 수는 없다. 결국 안 될 때 어떻게 이를 이겨내느냐가 좋은 투수와 그렇지 않은 투수를 가른다. 만 41세의 웨인라이트는 그런 측면에서 여전히 좋은 투수다. 올해 27번 등판하며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고, 27번 중 5회 이전 강판은 세 번 뿐이다. 예전처럼 사이영상에 도전할 특급 투수는 아니더라도(사이영상 투표 2위 2회, 3위 2회), 적어도 올해 연봉(1750만 달러)은 이미 다 갚았다.
관심은 웨인라이트가 언제 은퇴하느냐다. ‘레전드 모임’인 세인트루이스에서 웨인라이트의 동료들인 알버트 푸홀스와 야디어 몰리나는 이미 올해가 마지막 현역임을 시사했다. 다만 웨인라이트는 아직 은퇴 시점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올해도 가족들의 투표로 1년 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아직 끝낼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1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연장한다면 세인트루이스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웨인라이트는 40세 이상이었던 지난 2년간 59경기에서 374⅓이닝을 던지며 27승16패 평균자책점 3.13의 여전히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에이스는 아니어도 3선발로는 충분한 성적이다. 장기 계약을 줄 선수는 아니라 페이롤 계산도 용이하고, 클럽하우스에서의 무형적 가치도 굉장히 큰 선수다. 통산 194승을 기록 중인 웨인라이트는 내년까지 뛴다면 200승 달성의 대업은 확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