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곽빈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곽빈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내가 받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공인구는 한국에서 다 썼어요."

두산 베어스 우완 곽빈(24)은 올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정말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2018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이래 가장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정도다. 사실 곽빈은 데뷔 시즌부터 팔꿈치 수술을 받아 3년 넘게 재활만 할 정도 힘든 시간을 보냈고, 2021년과 2022년까지도 팔꿈치 관리를 하느라 비시즌부터 일찍 공을 던진 적이 없었다. 

올해는 프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공을 던지며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곽빈은 오는 3월 열리는 2023년 WBC 대표팀에 발탁됐다. 지난해 27경기에서 8승9패, 147⅔이닝,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는데, 후반기 11경기에서 66⅓이닝, 평균자책점 2.98로 맹활약하며 이강철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곽빈은 대회 때 전력을 다할 각오로 공을 던지다 벌써 지급받은 WBC 공인구를 다 써버렸다. 

곽빈은 2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에서 불펜 피칭을 진행하면서 WBC 공인구로 계속해서 감각을 익혀 나갔다. 대표팀에 함께 발탁된 지난해 신인왕 정철원(24)이 곽빈의 부탁을 받고 한국에서 본인이 가진 WBC 공인구를 다 긁어모아 호주로 갖고 왔다. 정철원과 곽빈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대표팀 대비에 무게를 두고 함께 움직이고 있다. 

투구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까지 나왔다. 함께 던지는 투수들과 비교해 포수 양의지(36)의 미트에 공이 꽂히는 소리가 훨씬 크게 들릴 정도로 묵직했다. 다만 캠프 초반인 만큼 밸런스가 아직 완전하지 않아 제구는 아쉬움을 남겼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호흡을 맞출 양의지의 존재감에 조금 긴장하기도 했다. 

곽빈은 "한국에서 피칭을 3번 정도 하고 왔다. 투구 수를 정하지 않고 마음에 들 때까지 던지고 왔다. 그래도 오랜만에 다시 던지니까 적응을 못 했다. 아까 이상하게(폭투) 던지는 것을 보지 않았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 두산 베어스 곽빈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곽빈 ⓒ 두산 베어스

이어 "밸런스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양)의지 선배랑 너무 오랜만에 하다 보니까 긴장했던 것 같다. 내 공을 받아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니까. 신인 때는 고등학교에서 프로로 갓 올라와서 아무것도 모를 때였고, 지금은 조금 아니까. 내가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긴장했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정재훈 두산 투수코치는 그래도 곽빈이 아주 준비를 잘해왔다고 호평했다. 그는 "(곽)빈이가 후반기 때 성적이 좋아서 자신감이 붙은 게 보인다. 피칭할 때도 의지랑 해서 그런지 집중력이 좋았다. 호주로 본진보다 먼저 와서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페이스가 빠른 것 같긴 한데,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곽빈은 "정재훈 코치님께서는 내가 처음 선발했을 때부터 보셨으니까.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피드백해 달라고 했다. 코치님께서 작년 재작년과 비교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시더라. 흔들릴 때 제구를 찾는 게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몇 개 던져보면 바로바로 찾아간다고 좋아졌다고 해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WBC 공인구 적응을 도운 친구 정철원에게도 감사했다. 곽빈은 "WBC 공인구가 기존 KBO리그 공인구보다 크다. (정)철원이가 한국에서 있는 공을 다 가져와서 호주에서도 계속 던져볼 수 있었다. 이제 한두 번 정도만 더 던지면 WBC 공인구는 더 못 쓸 것 같다"고 설명하며 대표팀 합류 전까지는 잘 버텨보겠다고 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과 이강철 대표팀 감독 모두 곽빈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을 만하다. 곽빈은 올해 두산 국내 선발진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아줘야 하고, WBC 무대에서도 성장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데 지금 페이스면 두 목표 모두 문제없을 듯하다. 

곽빈은 3월 대회에 맞춰 몸을 만드는 만큼 정규시즌 막바지 체력이 떨어지는 일이 생기지 않게 준비를 더 철저히 하려 한다. 그는 "성인 국가대표는 처음이라 엄청 부담되고,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더 부담인 것 같다. 대표팀에 가서 별 탈 없이 내 임무만 막고, 한국야구가 발전할 수 있게 큰 도움이 되고 싶다. (지금 페이스가 빠르긴 해도) 2021년과 2022년 모두 8~9월부터는 항상 좋았기에 올해도 그 흐름을 믿고 있다. 초반만 잘 버티자는 마음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8승을 했는데) 조금씩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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