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묘. 제공ㅣ쇼박스
▲ 파묘. 제공ㅣ쇼박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오컬트 장르 영화도 과연 가족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 없는 조합이지만 왠지 '파묘'라면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합할 것도 같다. 그만큼 분위기는 살리고, 공포도는 다소 낮추고, 파면 팔수록 뭔가가 더 나오는 흥미로운 전개로 장르의 매력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이 탄생했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다. 풍수지리와 장례문화를 중심으로 한국의 토속적인 색채를 선명하게 담아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조상 묫자리'에 대한 관념, 풍수지리를 대하는 믿음이 이 작품이 그리는 공포의 기반이 된다.

다만 '파묘를 했더니 험한 것이 나왔다. 나온 것을 전문가들이 이리저리 잘 어떻게 고생해서 의뢰를 해결했다'로 끝나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예상 가능한 러닝타임에 벌어지는 기승전결을 벗어나려는 변칙성이 눈길을 끈다. '벌써 마무리가 됐나, 혹시 옴니버스 형식인가' 싶을 즈음 한번 더 이야기를 파내려간다. 크게 세 단계를 거쳐 험지에 엮인 이야기에 서서히 접근하며 스토리를 확장시킨 뒤 끝까지 몰입도를 가져간다.

이를 통해 후반부에는 관객들이 예상치 못한 길을 가게 된다. 비유하자면 체념시키고 풀어줄 수 있는 한국 정서 '한'(恨)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표출하는 일본 정서 '원'(怨)에 가까운 존재를 맞닥뜨리게 된다. 도전적인 전개가 주는 이질감 혹은 신선함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겠지만, 영화 전체의 완성도나 만족도를 해칠 만큼은 아니다. 특히 살짝 발끝에서 떠오를 수 있는 지점을 무속인 '투잡'이 의심되는 배우들의 열연이 꽉 붙잡아주기도 한다. 너무 믿음직스러운 나머지 이들이 꼭 해낼 것만 같다는 기분이 공포감을 다소 덜어주기까지 한다.

물론 후반에 등장하는 '그것'은 뜬금없이 등장하는 존재가 아니라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파내려간 이야기 끝에 나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 집안에 내린 저주에서부터 조상의 묘에 얽힌 비밀, 숨겨진 가문의 역사, 그리고 한국사 비화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영화 속 그 존재에게는 죽어서도 편히 눈 감지 못할 것이며, 대대손손 저주를 받을 것이라는 강렬한 경고다. 극장가 대목 중 하나인 설 시즌을 지나(물론 명절에 조상 묘를 파헤치는 영화를 보기엔 부담스럽지만) 삼일절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개봉을 결정한 절묘한 타이밍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최민식, 김고은, 이도현, 유해진으로 이어지는 4인의 캐릭터 플레이도 좋은 합을 보여준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노는 인물 없이 균형을 맞춘다. 짧게 언급된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의 전사도 궁금해지고, 최고의 풍수지리사 상덕(최민식)과 대통령 염까지 했다는 엘리트 장의사 영근(유해진)의 왕년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3년 만에 다시 만났다는 이들이 과연 3년 전에는 어떤 건수를 처리했을지, '파묘2'로 보고 싶을 만큼 잘 짜인 케미스트리다.

▲ 파묘. 제공ㅣ쇼박스
▲ 파묘. 제공ㅣ쇼박스
▲ '파묘' 스틸. 제공|쇼박스
▲ '파묘' 스틸. 제공|쇼박스

연기 역시 두말할 것 없다. '김고은 대살굿'이 미끼 상품이었다면, '이도현 침대신'도 못지 않게 강렬하다. 전국연기자랑처럼 개봉 이후 회자될 인상적인 명장면들이 다수 펼쳐진다. 

마니아들은 더 고수위를 원할 수 있겠지만, 오컬트 비주얼 공포 수위가 낮다는 점은 대중에겐 진입 문턱이 낮다는 장점이다. 갑자기 덮치듯 놀라게 하는 연출로 억지 공포신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지나치게 역하거나 끔찍한 묘사도 거의 없다. 공포영화를 즐기지 못하는 관객이어도 대부분 눈 뜨고 볼 만 하다. 그렇다고 오컬트 분위기까지 덜어내진 않았다. 참고로 돌비시네마로 관람하면 소름끼치게도 귀신 목소리를 귓속말로 들을 수 있다. 

장르 대비 상당히 대중적이고, 생명을 대하는 장재현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엿보일 뿐 아니라,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을 찝찝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가족애' 역시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툭툭 지나가는 유머러스함은 덤이다. 이런 '파묘'라면 티모시 샬라메에 대적할 강력한 가족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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