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모토는 큰 기대 속에 마운드에 올랐으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1이닝 동안 4피안타는 물론 2개의 4사구를 기록하며 5실점했다. ⓒ연합뉴스
▲ 야마모토는 큰 기대 속에 마운드에 올랐으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1이닝 동안 4피안타는 물론 2개의 4사구를 기록하며 5실점했다. ⓒ연합뉴스
▲ 야마모토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최악의 난조 속에 패전을 안았다. ⓒ연합뉴스
▲ 야마모토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최악의 난조 속에 패전을 안았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말 그대로 나쁜 쪽에서 충격의 데뷔전이었다. 그의 화려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기대했던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과 모든 다저스 팬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26‧LA 다저스) 개인적으로도 인생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패배였다. 애리조나 스프링트레이닝 당시부터 미 언론에서는 ‘먹튀’ 가능성을 운운하며 야마모토 때리기에 들어갔는데, 데뷔전 난조로 그 시선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등을 다짐한 야마모토가 다음 등판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역설적으로 더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라는 거액에 계약하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빨아들인 야마모토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최악의 난조 속에 패전을 안았다. 큰 기대 속에 마운드에 오른 야마모토는 이날 1이닝 동안 4피안타는 물론 2개의 4사구를 기록하며 5실점했다. 43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는 단 23개로 절반을 살짝 넘는 데 그쳤다. 결국 다저스는 2회부터 다른 투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핑계를 댈 수 없는 부진이었다.

이날 야마모토는 포심패스트볼 14구, 커터 11구, 커브 10구, 스플리터 8구를 투구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96.6마일, 평균은 95.4마일로 그렇게 나쁜 수치는 아니었다. 회전 수도 최고 2394회, 평균 2230회로 자신의 평균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평균 90.9마일 수준의 커터, 평균 78.6마일의 커브, 그리고 자신의 전매특허인 평균 90.3마일 수준의 스플리터를 던졌다. 하지만 그 어떤 구종도 효율적으로 먹히지 않았다.

특히 문제는 커맨드였다. 공이 너무 날리거나, 공이 너무 정직하게 한가운데 몰렸다. 패스트볼이 높게 들어가거나 존에서 벗어났고 자신의 결정구라고 할 수 있는 스플리터는 한가운데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야마모토는 애리조나 시범경기 당시부터 ‘쿠세’, 즉 투구 버릇이 읽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날 저조한 투구로 그 의혹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쿠세는 물론 아예 제구가 안 된 날이었고,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야마모토의 스플리터가 마치 올 것이라고 예상한 듯 대응했다. 다저스 벤치는 1회부터 43개의 공을 던진 야마모토가 더 버틸 수 없다고 봤다. 오타니 쇼헤이가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다독였지만 야마모토에게 만회의 기회는 더 주어지지 않았다. 

일본 팬들의 큰 함성 속에 마운드에 오른 야마모토는 사정없이 흔들렸다. 첫 타자인 잰더 보가츠에게 초구부터 안타를 얻어맞았다. 초구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렸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공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갔으나 1차전부터 타격감이 좋았던 보가츠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아 시속 105.4마일의 타구 속도 안타를 만들어냈다. 

야마모토는 이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1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도 좀처럼 승부를 보지 못했다. 4구째 패스트볼은 너무 높았고 결국 2B-2S에서 스플리터를 던진다는 것이 손에서 빠지며 타티스 주니어의 왼 팔꿈치를 강타하고 말았다. 여기서 제이크 크로넨워스에게 우익수 옆으로 빠지는 3루타를 맞고 두 점을 허용했다. 초구 패스트볼이 낮은 코스로 들어가자 야마모토는 스플리터로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려 했으나 이게 정직하게 가운데 몰렸다. 실투였는데 크로넨워스는 이를 놓치지 않고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2점을 내준 상황에서 주자는 3루에 있었고 야마모토는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매니 마차도에게도 볼넷을 허용하며 또 주자가 나갔다. 초구와 2구 모두 그라운드를 맞힐 정도로 낮았다. 3구째 커브도 사실 엄격하게 따지면 존을 벗어났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이어 풀카운트 승부까지 갔지만 결정구로 던진 스플리터에 마차도가 반응하지 않으면서 볼넷이 이어졌다. 

▲ 야마모토는 애리조나 시범경기 당시부터 ‘쿠세’, 즉 투구 버릇이 읽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날 저조한 투구로 그 의혹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연합뉴스
▲ 야마모토는 애리조나 시범경기 당시부터 ‘쿠세’, 즉 투구 버릇이 읽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날 저조한 투구로 그 의혹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연합뉴스
▲ 야마모토는 1901년 이래로 1이닝 혹은 그 이하의 이닝으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5실점한 첫 다저스 선발투수로 기록됐다. 
▲ 야마모토는 1901년 이래로 1이닝 혹은 그 이하의 이닝으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5실점한 첫 다저스 선발투수로 기록됐다. 

김하성과 승부에서도 3B-1S까지 가는 등 어려운 승부를 했다. 패스트볼과 변화구 모두 좀처럼 존에 들어가지 않았다. 김하성을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으나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어 주릭슨 프로파의 타석 때는 폭투까지 나와 1사 2루가 됐다. 프로파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후속 타자인 루이스 캄푸사노에게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허용해 1점을 더 허용했고, 이어 테일러 웨이드에게도 우전 적시타를 맞아 실점이 5점까지 불어났다. 말 그대로 볼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고, 이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은 샌디에이고 타자들의 머릿속에 다 있었다. 안절부절한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2회 마이크 그로브를 올려 야마모토의 이날 등판이 끝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난조였다.

일본인 투수들이 자신의 데뷔전을 선발로 장식한 사례는 20차례가 넘을 정도로 많았지만, 야마모토처럼 2회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교체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야마모토는 지난 3년간 사와무라상과 퍼시픽리그 MVP를 휩쓴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였다. 그런 야마모토가 첫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으니 일본 열도가 받은 충격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야마모토는 프로 데뷔 후 3이닝 미만 투구가 단 한 번도 없었던 선수였다. 야마모토가 느꼈을 당황스러움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하루였다.

현지 언론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블리처리포트’는 지난 3월 19일 야마모토가 먹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처음으로 제기해 관심을 모았던 매체다. 당시 ‘블리처리포트’는 야마모토의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않다면서 세간에서 생각하는 수준의 질주를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블리처리포트’는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면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로 3억2500만 달러의 계약을 시작할 것이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그가 7시즌 동안 평균자책점 2.00 이하를 기록한 일본에서처럼 활약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야마모토는 올 봄 동안 9⅔이닝에서 15안타 9실점을 기록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5피트10인치, 176파운드의 투수가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5일마다 등판하는 메이저리그의 힘든 일정과 투구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직격했다.

‘블리처리포트’는 21일 야마모토의 메이저리그 첫 등판이 끝난 뒤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매체는 ‘이것이야 말로 재앙이었다’면서 특히 커맨드에 F학점을 매겼다. 스터프는 나쁘지 않았는데 워낙 커맨드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블리처리포트’는 ‘43개의 공들 중 단 23개만이 스트라이크였다. 그중 대부분이 패스트볼 이외의 구종이었다. 투수가 터널링을 하거나 타자가 존을 넓히도록 의도적으로 했다면 괜찮지만, 야마모토는 그런 행동이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피치클락이나 긴장감도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또한 ‘다저스가 올 겨울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12년 3억2500만 달러의 기록적인 계약을 맺었을 때, 그 단체(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투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우완 투수는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리그 대부분의 스카우트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면서 ‘하지만 그 엄청난 규모의 거래로 인해 회의론자들도 있었다. 야마모토의 계약 이행 여부는 한 차례의 선발 등판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동안 결정될 일이다. 하지만 야마모토의 메이저리그 첫 등판은 1이닝 4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아쉬움 속에 끝났다. 1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43개의 공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MLB.com은 ‘야마모토는 1901년 이래로 1이닝 혹은 그 이하의 이닝으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5실점한 첫 다저스 선발투수로 기록됐다. 1958년 랄프 마우리엘로 이래로 메이저 리그 데뷔전을 치른 다저스 선발투수의 가장 짧은 이닝 소화이기도 했다’면서 ‘야마모토가 일본프로야구에서 왔을 때, 스카우트들과 리그의 관계자들은 야마모토의 커맨드에 대해 열광했습니다. 이것은 그가 지난 세 시즌 동안 각각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그 명령은 스프링캠프 내내 부족했고, 야마모토는 캑터스 리그 경기 3번의 선발 등판을 8.38의 평균자책점으로 마쳤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대한 약간의 수정과 조정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야마모토의 부진에 대해 “지난 시범경기에서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커맨드에 문제가 있었다. 구위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전체 커리어를 보면 안타를 맞고 볼넷을 내주는 모습이 그의 평상시 경기력은 아닐 것이다. 금방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많은 기대도 되고, 흥분도 됐을 것이다. 첫 번째 안타를 맞으면서 쇼크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긴장감 물론 있었겠지만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 야마모토는 "셋포지션에 들어갔을 때 투구가 흔들렸다. 수정할 점은 확실히 알고 있다. 투수코치에게 조언을 받으면서 잘 준비할 생각이다. 확실히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아쉽다는 마음이 크다"고 경기 후 반등을 다짐했다.ⓒ연합뉴스
▲ 야마모토는 "셋포지션에 들어갔을 때 투구가 흔들렸다. 수정할 점은 확실히 알고 있다. 투수코치에게 조언을 받으면서 잘 준비할 생각이다. 확실히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아쉽다는 마음이 크다"고 경기 후 반등을 다짐했다.ⓒ연합뉴스
▲ 야마모토는 “먼저 시작부터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점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확실하게 오늘 경기를 되돌아보고 분위기를 바꿔서 다음 경기에 임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연합뉴스
▲ 야마모토는 “먼저 시작부터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점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확실하게 오늘 경기를 되돌아보고 분위기를 바꿔서 다음 경기에 임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연합뉴스

기자회견에 나선 야마모토는 반등을 다짐했다. 야마모토는 “먼저 시작부터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점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확실하게 오늘 경기를 되돌아보고 분위기를 바꿔서 다음 경기에 임하고자 한다”면서 “셋포지션에 들어갔을 때 투구가 흔들렸다. 수정할 점은 확실히 알고 있다. 투수코치에게 조언을 받으면서 잘 준비할 생각이다. 확실히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아쉽다는 마음이 크다. 그 점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시즌은 길다. 지금부터 열심히 좋은 투구를 해서 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반등을 다짐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 10년 이상 투수 장기 계약, 게릿 콜이 가지고 있던 종전 투수 최고 계약(9년 3억2400만 달러)을 뛰어넘은 만큼 자연히 야마모토의 어깨에는 큰 기대가 걸릴 수밖에 없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큰 비난이 쏟아질 만한 계약이다. 다행히 야마모토는 현재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아직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현장에서 대체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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