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신원철 기자] 야구의 미래는 이미 우리 앞에 있다. 사실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었다. 트랙맨, 랩소도, 트래킹 데이터…KBO 리그에서도 미래 아닌 현재다.
올해 스프링캠프 현장에서는 최신 트래킹 장비를 찾아볼 수 있다. 트랙맨 포터블. 기존 트랙맨 레이더의 절반도 안 되는 작은 크기로, 백팩에 담아 이동할 수 있는 휴대용 장비다.
여기에 태블릿 PC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라도 투구의 회전 수와 움직임, 구속, 투수의 익스텐션과 릴리스 포인트, 타구의 발사각과 추정 비거리 등이 바로 수치화된다. '네 구위를 알라(Know Your Stuff)', 트랙맨 베이스볼이 내세운 슬로건이다.
트랙맨과 랩소도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슷한 기능을 하는 장비는 훨씬 다양하다.
이제 어떤 장비가 어떤 성능을 지녔는지를 다루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 장비, 그리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과로 야구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중요하다. 장비의 도입은 돈만 있으면 할 수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옷걸이로 쓰는 트레드밀(러닝머신)과 다를 바 없다.
◆ 트래킹 데이터로 바뀐 운명
다저스 투수 리치 힐은 트랙맨으로 운명을 개척했다. 2015년 35살 나이에 트리플A에서 뛰고 있던 그는 브라이언 배니스터(현 보스턴 투수 개발부문 부사장)로부터 "커브의 회전 수가 좋다.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여 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전까지 14년 동안 누구도 그에게 이런 조언을 한 적이 없었다. 2016년과 2017년, 힐은 45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다.
괴짜 트레버 바우어도 트랙맨과 친하다. 자비 3만 달러를 들여 트랙맨과 초고속 카메라를 구입해 자신이 원하는 구종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이런 과정을 '피치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바우어는 이 작업을 스스로 해내고 있다.
◆ KBO 트래킹 데이터 어떻게 쓰일까
LG 노석기 전력분석팀장은 "메이저리그와 KBO 리그는 트래킹 데이터의 쓰임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메이저리그는 선수가 수도 없이 많고 이적도 잦다. 그래서 기록을 근거로 선수를 판단할 일이 많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대신 선수 육성의 방향을 정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쓰일 것 같다"고 봤다.
SK 손혁 코치는 트래킹 데이터를 '설득력을 더해주는 요소'로 활용하기를 원한다. 그는 "요즘은 선수들이 영상 자료를 보고 많이 배운다. 트래킹 데이터는 선수들이 고민한 결과를 기록으로 나타내준다. 선수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도구"라고 말했다.
"선수에게 가이드를 주기 편하다. 예를 들어 포심 패스트볼 회전 수가 2500인 선수가 갑자기 3000이 될 수는 없다. 포심의 회전 수가 약한 선수가 있다면 투심 패스트볼을 추천하거나 하는 방법이 있겠다. 안 되는 걸 계속 붙들고 있으면 1.5군에 남을 수 밖에 없지 않겠나."
◆ 트래킹 데이터, 모두가 볼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의 트래킹 데이터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MLBAM(MLB어드밴스드미디어)가 만든 '베이스볼 서번트'라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된다. 반면 KBO 리그의 트래킹 데이터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트랙맨 데이터를 관리하는 애슬릿미디어는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각 구단을 순회하며 설명회를 열었다. 이 설명회는 구단 요청에 의해 전부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 구단은 "구단 전략과 관련된 내용이 나올 수 있어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노석기 팀장은 "지금은 각 구단과 계약 관계가 있어 외부 공개는 어려운 상황으로 안다. 그런데 곧 KBO 차원에서, 아마 2020년 이후로는 공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구속을 측정하는 스피드건 자료도 비공개였다. 지금은 그걸 특별히 비밀로 여기지 않는 것처럼 트래킹 데이터 역시 공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데이터 공개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를 어떻게 쓰느냐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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