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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in 도쿄, 결산⑦] '우승' 모든 걸 갖기까지…동아시안컵 보다 가까운 이야기

작성일: 2017.12.18 06:00 조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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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취재 조형애·영상 배정호·임창만 기자]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는 모든 것을 차지하는 거야~)"

기가 막힌 선곡이었다.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울려퍼진 아바(ABBA)의 노래는 완벽한 요약본과 같았다. 그래, 승자는 다 가지는 거다.

그 승자는 신태용호. 숙적 일본을 그것도 적지에서 4-1로 완파한 이들은 부둥켜 안고 소리지르고 둥그렇게 모여 펄쩍펄쩍 뛰었다. 첫 해외 출장, 처음 보는 국제 대회 '우승' 현장. 카메라 앞에서 진지하게 각오를 다지던 그 선수들은 더 이상 없었다. 흥에 겨운 승자만이 남아 있었다.

허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세상사 늘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다.

남자 대표팀을 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 건 시간을 거슬러 지난달 말. 조기 소집 훈련이 울산에서 펼쳐졌고 생전 처음 울산에서 5일을 꼬박 보냈다. '띵똥'. 대한축구협회 문자 공지로 다음날 일정이 알려지면 기자의 삶은 그에 따라 흘러간다. 오전 훈련이 있으면 오전에 가고 오후 훈련이 있으면 오후에 가고 15분만 공개하면 15분만 볼 수 있다. 물론 변수는 늘 있지만 말이다.

대표팀 분위기는 대회 전부터 좋았다. 훈련만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압박·수비-중원 간격 좋고, 원터치 패스는 깔끔. 고려대와 연습 경기에서는 대표팀의 위엄을 보여줬다. 불펜에서만 잘 던지는 투수만 안되면 우승은 따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동아시안컵은 딱 일주일여 기간으로 열려왔다. 이번엔 일주일에 5일이 더 붙었다. 배에 조금 모자르는, 체감은 그와 엇비슷한 대장정은 지난 6일 시작됐다. 몸은 고돼도 경기는 늘 재밌다는 게 이 판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사실상 남자부, 여자부 2개 대회를 취재하는 셈. 숙소-훈련장-숙소-경기장 패턴으로 12일을 살아보니 '동아시안컵이 힘든 취재'라던 선배 말을 매일 매일 몸으로 느꼈다. 하루 3시간여를 잤고, 1일 1식이 대부분이었다.


경기가 재밌었다는 게 참으로 위안이다. 한중일 그리고 북한. 얽히고 설힌 그들의 사연 따라 경기는 나름의 이겨야 할 목적을 분명 가지고 있었다. 남자부는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여자부는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열렸고 6경기 전부를 현장에서 '직관'했다. 타 국가들 매치까지 눈 코 뜰 새 없었다.

플래시 인터뷰는 부담이자 기회였다. 경기 직후 인터뷰를 하기 위해선 후반 막판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대기하는 장소는 그라운드 근처지만 사실 '각'이 안나온다. 선수들 발만 겨우 보이는 중앙 통로 한 켠이다. 행여나 말이 꼬일까, 전파 낭비를 걱정하며 질문을 곱씹다 보면 어느덧 종료 휘슬이 울리고 마이크가 쥐어진다. 겨우 익숙해져 그나마 찾은 긍정적 면은 '거리'. 숨소리, 표정을 살필 수 있는 곳에 잠시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은 법. 마지막 날 기억은 남달랐다. 여자부는 3패로 아쉬움을 삼켰고 남자부는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부 마지막 날은 침통했다. 도쿄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소가스포츠파크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은 3패를 당했다. 보는 눈은 적지만 늘 선수단이 하나가 돼 파이팅을 외쳤던 그들은 남몰래 고개를 떨궜다. 세리머니까지 담담하게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이었으나 속이 말이 아니었다. 이민아를 보고서는 "이민아 선수, 표정이 너무 안좋아요"라고 불쑥 나올 정도였다. '대회 수확'으로 꼽혔지만 한채린은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고 발길을 돌렸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골키퍼 김정미까지. 선수들은 쓰디 쓴 교훈을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먼저 실었다.

남자부는 잔칫날이었다. 1분여 만에 실점을 한 뒤 불이 붙어 내리 4골을 넣고 이겼다. 90분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던 일본 팬들은 90분 종료 휘슬과 함께 야유를 쏟아내곤 자리를 떴다. 그리고 아지노모토는 한국 판이 됐다. 믹스트존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선수들은 깜깜 무소식. 세리머니에 한창인 탓이었다. 어느덧 목에 붉은 악마 스카프를 두른 선수들은 하나 둘 씩 여흥을 즐긴 뒤에 터널 안쪽으로 들어 갔다. 믿기지 않는 듯 메달을 이로 물어보는 김민재가 마지막 무리 즈음에 있었다.

경기는 모두 종료. 하지만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회포를 풀기 전에 마감을 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무랴무랴 올라야 한다. 지난 12일. 3패, 최하위를 기록한 여자부. 공한증을 옛말로 만든 1차전 뒤 자책골로 겨우 북한을 따돌리고 일본을 완파한 남자부. 첫 해외 출장길에 여러모로 신고식을 제대로 하고 마감을 한다. 이곳은 한국땅, 대회는 이제 정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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