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카와지리 타츠야(37·일본)는 2000년부터 전장을 누벼온 백전노장이다. 슈토, 프라이드, 드림, UFC 등에서 44전을 치러 34승 2무 8패의 전적을 남겼다.

15년 동안 파이터 외길을 걸어온 그는 언제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일까 고민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UFC 페더급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카와지리는 데니스 시버(36·독일) 전을 앞두고 가진 UFC 공식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경기 때마다 은퇴에 대해 생각한다. 37살이고 부상을 당했다. 한동안 휴식이 필요했다. 나이가 드니 훈련 후 회복속도도 느려진다. 하지만 아직 포기할 순 없다"며 "페더급 넘버원이 되고 싶다. 그날이 올 때까지 은퇴할 수 없다. 계속 챔피언이 되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집념의 승리였다. 카와지리는 지난 21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O2월드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UFN, UFC FIGHT NIGHT) 69'에서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시버에 3대 0 판정승(29-28,29-28,29-28)을 거뒀다.

타이밍만 잡히면 싱글렉 테이크다운을 걸었다. 그러곤 시버를 케이지 펜스로 밀어붙인 다음, 더블렉 테이크다운 그립을 잡고 시버의 중심을 무너뜨리려는 패턴을 반복했다. 2라운드부터 시버의 톱포지션을 차지한 카와지리는 파운딩을 자제하고 포지션 유지에 힘쓰며 포인트를 쌓았고, 결국 1라운드를 내준 뒤 2·3라운드를 가져와 역전승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힘겨운 경기가 될 것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생애 첫 유럽 원정인데다가 퇴출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힘든 경기가 되리라 예상했다. 판정승이지만 승리했기 때문에 기쁘다. 원정경기는 쉽지 않다. 상대의 홈그라운드에서 승리하는 것은 다른 경기의 3배 정도 힘든 것 같다. UFC에서 생존했다는 사실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경기를 치르고 1년 이상을 쉬었다. 상대가 누구든 확실한 준비가 필요한 상태였고, 결국 시버의 홈에서 승리를 거뒀다. 만약 이번에 패했다면 방출될 수 있었다. 내 커리어도 그렇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래서 반드시 이겨야 했다"고 밝혔다.

카와지리는 타이틀 도전권을 따내기 위해 다음 경기에서 상위 랭커와 싸우길 바란다. 적당한 상대로 지난 4월 채드 멘데스에 TKO패한, 현 4위 리카르도 라마스(33·미국)의 이름을 거론했다.

"톱10이 아닌 톱5 랭커를 원한다. 만약 UFC에서 일본대회 출전을 원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이젠 내가 톱10에 들어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최근 패배한 톱5 파이터라면 좋은 매치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리카르도 라마스가 적당한 상대인 것 같다"고 지목했다.

카와지리가 UFC 정상에 설 수 있다고 믿는 또 다른 이유는 7월 1일부터 전 UFC 파이터를 대상으로 불시약물검사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UFC는 미국반도핑기구(USADA, U.S. Anti-Doping Agency)에 약물검사에 대한 전권을 맡겼다. USADA는 사전예고 없이 선수들을 방문해 혈액 또는 소변 샘플을 채취해 검사한다. 1차 약물 적발시 2~4년 출전정지, 2차 적발시 1차 징계기간의 두 배 출전정지, 3차 적발시 최대 평생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다. 앤더슨 실바 등 UFC 대표 파이터들의 연이은 약물검사 양성반응에 따른 강경책이다.

시버 전에 앞서 "프라이드 시절, 일본선수들은 깨끗했다고 확신한다. 당시 누군가 약물을 썼다면 일본 밖에서 온 선수들이었을 것"이라고 밝힌 카와지리는 UFN 69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7월부터 엄격한 정책이 시행된다고 들었다. UFC에서 괴물들이 사라진다면, 페더급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외지리는 챔피언이 되기 전 UFC에서 방출된다면 커리어를 마감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러기 전까진 앞만 보고 달린다. 그는 "UFC와 계약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페더급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카와지리 타츠야 ⓒGettyimages [영상] 편집 송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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