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창림은 한국의 전통 강세 체급인 73kg급(체급 조정 전 71kg급)에서 2009년 왕기춘 이후 9년 만에 세계선수권자가 됐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2018년 세계유도선수권대회가 27일(이하 한국 시간) 혼성 단체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번 대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판도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전 세계 유도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남녀 각 7개 체급 경기에서 한국은 남자 73kg급 안창림과 남자 100kg급 조구함이 금메달, 남자 66kg급 안바울이 동메달을 차지해 여자부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인 일본(금 7 은 5 동 4)에 이어 종합 순위 2위에 올랐다.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한 2015년 아스타나(카자흐스탄) 대회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동메달 4개인 2017년 부다페스트(헝가리) 대회,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부진에서는 벗어났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금 2 동 1)에 버금가는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2019년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번 더 경기력을 평가를 받는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유도 경기는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일본 유도의 메카로 불리는 부도칸[無道館]에서 열린다. 남녀 7개 체급과 혼성 단체전 등 15개의 금메달을 놓고 겨룬다. 유도가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유도 경기장으로 건설된 부도칸은 이후 유도 경기는 물론 1967년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를 비롯해 프로 레슬링과 검도 등 여러 종목 경기가 펼쳐졌다.

유도 종목으로 보면 이곳에서 1964년 도쿄 올림픽 때 재일 동포 김의태가 80kg급 동메달을 차지했다. 배구 종목에서는 한국이 1967년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 대회에는 동서 냉전의 여파로 소련을 비롯해 체코슬로바키아와 헝가리 동독 폴란드 등 동유럽 나라들이 출전을 포기해 일본 미국 한국 페루 등 4개국만 출전했다.

이번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획득한 메달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금메달이 나온 73kg급과 100kg급은 체급 조정 전 71kg급과 95kg급으로 한국 유도가 김의태와 오승립(1972년 뮌헨 올림픽 80kg급 은메달) 등 재일 동포의 도움을 받지 않고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한 이래 강세 체급으로 위상을 지키고 있다. 한일 유도의 격전지이기도 하다.

스포츠 팬들이 잘 아는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004년 아테네 대회)는 73kg급으로 체급이 조정된 이후, 안병근(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은 71kg급 시절 올림픽 챔피언이다. 이들 외에 일본의 고가 도시히코(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와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친 정훈(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동), 곽대성(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이 한국 유도 71kg급을 대표한 선수들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왕기춘은 이원희와 함께 73kg급으로 체급이 조정된 이후 중량급(中量級)의 대표 선수다.

안창림은 세계선수권대회 71→73kg급에서 2009년 로테르담 대회 왕기춘 우승 이후 2010년 도쿄(요요기 국립 경기장) 대회 아키모토 히로유키~2011년 파리(프랑스) 대회 나카야 리키~2013년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 대회 오노 쇼헤이~2014년 체리야빈스크(러시아) 대회 나카야 리키~2015년 아스타나 대회 오노 쇼헤이~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 하시모토 소이치로 이어지는 일본의 6연속 우승 행진을 끊어 버리는 쾌거를 이뤘다.

안창림이 지난 23일 열린 73㎏급 결승전에서 발뒤축걸기 한판으로 꺾은 일본 선수가 직전 대회 우승자인 하시모토 소이치다. 2015년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오노 쇼헤이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챔피언이다. 안창림은 24살, 오노 쇼헤이는 26살, 하시모토 소이치는 27살이니 안창림으로서는 내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둘 가운데 한 선수와 또다시 겨룰 가능성이 크다.

안창림은 하시모토 소이치에게는 최근 2연승이고 오노 쇼헤이는 안창림에게 5전 전승이지만 지난달 열린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부전으로 통과한 1회전을 빼고 결승전까지 6경기를 내리 한판으로 이긴 안창림에게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체급 조정 전 95kg급은 중년 이상 스포츠 팬들에게 하형주(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금, 1985년 서울 세계선수권대회 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 체급으로 익숙하다. 스가이 히토시(서울 세계선수권대회 금, 서울 아시안게임 은)와 펼친 라이벌전은 1980년대 한일 유도 중량급(重量級)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다.

95kg급에서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김민수가 은메달, 100kg급으로 체급이 조정된 이후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장성호가 은메달로 이 체급의 전통을 이어 갔다.

그리고 조구함이 지난 25일 100㎏급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조지아의 바를람 리파르텔리아니(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90kg급 은)를 업어치기 절반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해 2020년 도쿄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혔다. 조구함은 부상과 불운을 이겨 낸 정신력과 2년 뒤 28살의 한창 나이로 안창림, 안바울(2015년 아스타나 세계선수권대회 금,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은)과 함께 일본 유도의 심장으로 불리는 부도칸 시상대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 남자부에서는 일본(금 2 은 2 동 3)과 한국(금 2 동 1)에 이어 이란과 스페인, 조지아가 금메달 국가에 합류했고 몽골이 동메달 2개인 반면 유럽의 전통 강호 프랑스는 동메달 1개로 부진했다.

여자부에서 한국은 노메달에 그쳤고 일본은 금메달 5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