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졸 야수가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다. 하지만 강백호의 그릇은 역시 컸다. 138경기에 나가 타율 2할9푼, 29홈런, 8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0을 기록했다. 기대감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2년 차 징크스라는 말도 있지만 오히려 “경험을 쌓았으니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주를 이룬다. 강백호도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전지훈련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 강백호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도자가 있다. 유정민 서울고 감독이다. 미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IMG 아카데미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유 감독은 강백호의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본 지도자다. 누구보다 강백호를 보는 눈이 정확하다. 그런 유 감독은 강백호의 신인 시즌 질문에 “잘할 줄 알았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유 감독은 “(강)백호가 첫 경기(3월 24일 광주 KIA전)에서 홈런을 치지 않았나. 그때 기자분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다. 백호가 얼마나 홈런을 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20개 이상은 칠 것 같다’고 답했다. ‘되겠느냐’는 반문도 있었는데 나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떠올렸다. 그런데 강백호는 유 감독의 예상을 넘어 2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은사도 놀란 신인 시즌이었다.
유 감독이 말하는 강백호의 최고 장점은 ‘자신감’이다. 거만하지 않은 당당함이다. 유 감독은 강백호가 아마추어 시절부터 그런 끼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선수를 프로에 보낸 유 감독은 같은 기량이라도 그런 자질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더 성공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유 감독은 “항상 자신감에 차 있는 아이”라고 미소지었다.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지만, 어쨌든 이제는 품에서 떠난 자식이다. 유 감독은 KT 지도자들이 강백호를 더 좋은 선수로 성장시켜줄 것을 믿는다. 그 때문에 특별히 당부할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항상 당당한 자세를 유지했으면 하는 게 딱 하나의 바람이다. 그것이 강백호와 다른 선수를 차별화하는 요소라고 믿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자신감만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 당부를 한다면 ‘네 스타일대로, 기죽지 말고 야구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짧게 말했다. 이는 올해 상위 순번에서 프로에 간 정우영(LG), 송승환 이교훈(이상 두산), 미국으로 떠난 최현일(LA 다저스) 등 다른 제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유 감독은 “정우영도 끼가 있는 선수다. 다른 선수들도 프로에서 잘할 것”이라고 선전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