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판왕' 권아솔 언동은 호불호가 갈린다. 그럼에도 화제를 모으는 데엔 탁월하다. 세련미는 떨어져도 마케팅 면에선 성공적이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전 세계 유저 수 2억 명이 넘는 글로벌 배틀로열 게임 '포트나이트'는 지난해 독특한 광고 한 편을 내놨다.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프렛을 앞세워 한국 게이머를 자극했다. "상대하기 너무 쉽고 도망다니기 바쁜 한국 게이머들"이라며 도발성 멘트를 던졌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는 카피도 인상적이었다.

게임에 관한 세계 최고 인프라와 열정을 자랑하는 한국인 게이머에게 서구권 배우 도발은 신선하면서도 자극적이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포트나이트 광고는 올해 초 기준 300만뷰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댓글도 2700개가 넘었다. 도발이 지닌 힘이다.

도발은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기싸움 일환으로 쓰인다. 현대 격투기 시장에선 경기 전 전략으로까지 이해된다. 도발 요소를 영리하게 활용하면 인지도와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 개인과 단체 모두 흥행에 이로운 토양을 거머쥘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마케팅적으론 성공이다. '끝판왕' 권아솔(33) 언행은 날이 갈수록 큰 화제를 모은다.

"욕하면서도 (경기와 뉴스를) 본다"는 정서가 저류에 흐른다.

권아솔은 지난 20일 토너먼트 결승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샤밀 자브로프(34, 러시아)에게 응원가를 불렀다. "샤밀! 빅토리! 빅토리!"를 외쳤다.

이어 자브로프 세컨드로 참석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 러시아)를 향해 같은 구호를 건넸다. 뜬금없어 보여도, 세련미는 떨어져도 '준비된 도발'이다. 만수르 바르나위(26, 프랑스)보다 하빕 사촌형과 하빕을 건드리는 게 더 남는 장사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권아솔식 마케팅이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의 두 번째 방한을 권아솔은 놓치지 않았다. 로드FC로서도 반드시 활용하고픈 기회. 

이미 전례도 있다. 권아솔은 2017년 7월 로드FC 40 계체 현장에서 "하빕이 누구냐"며 도발성 멘트를 날린 바 있다.

155파운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타 파이터를 권아솔이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그는 끝없이 엉뚱한 말을 뱉는다. 하빕이 한마디라도 반응하면 '작은 구도'가 형성되고 대회 흥행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빕은 당시 "나도 널 모른다"며 어이없다는 듯 웃어넘겼다.

어쩌면 권아솔은 자브로프 패배를 탐탁지 않게 여길 법하다. 다양한 '2차 이야기'를 가공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사라진 탓이다. MMA 메이저 단체 챔피언과 그의 사촌형은 홍보 재료로 손색없다. 좋은 재료 하나가 뭉텅 잘려나간 모양새다. 

그래도 권아솔은 꿋꿋이 자기 캐릭터를 이어 갔다. 3라운드 니킥 KO 승을 거둔 만수르에게 꽃다발을 주는 척하다 부러 바닥에 떨어뜨렸다. "멋있게 경기를 끝낸 것 같다. 하지만 다음 경기에선 네(만수르)가 누워있을 것"이라며 대립 온도를 유지했다. 

호감은 얻지 못하더라도 뉴스를 꾸준히 생산하는 언어와 행동이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100만불 토너먼트 결승전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유료 관중 한 명이 아쉬운 국내 격투기 대회 사정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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