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을 욕하면서 동시에 '정준영 동영상'을 찾아헤매는 건, 욕하면서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말초적인 관심으로 피해자가 누군지 찾아들어가면서,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범죄에 동참하는 일이다. 몰카 영상을 공유하는 단체 카톡방에 입장해 '나도 보여줘'라 채근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정신분열이나 마찬가지지만, 무심히 벌어지다보니 증상 자각이 쉽지 않다. '정준영 동영상'이 1위에서 내려갈 줄을 모르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이를 방증한다.
'별일' 아닌 줄 알았던 '별일'의 무시무시한 실체는 언듯 언듯 드러난다. 이번 사태를 예고하는 듯한 발언이 전파를 탄 적도 있었다. 뒤늦게 화제가 된 '황금폰' 이야기는 곱씹을수록 섬뜩하다. 2016년의 1월 정준영이 모바일 메신저 용도로만 쓰는 휴대전화에 '포켓몬 도감'처럼 '많은 분'들이 저장돼 있어 지인들이 '정독'한다는 이야기는 절친 사이 허물없는 폭로전처럼 포장돼 예능 소재로 쓰였다. 그 장면을 보며 웃고 떠들던 나를 돌아본다. '야동'이나 '몰카'를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책임'이나 '죄'를 묻게될지 몰랐다.
정준영은 2016년 9월 전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 및 사진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피소된 적이 있다. 고소인이 소를 취하하면서 '혐의없음'으로 풀려났지만 비슷한 사건으로 다시 문제가 되고 말았다. 지난 3년 사이 사회의 감수성이, 트렌드가, 관심사가 바뀌었다지만 사건을 지켜보는 시선도 '죄'를 자각하지 못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정준영이 방송에서 모조리 하차하며 연예계 퇴출 수순을 밟는 동안에도 '정준영 동영상'이, 이른바 '정준영 리스트'가 주목받는 걸 보면 갈 길이 멀다.
정준영과 성관계 불법촬영과 관련해 이야기를 주고받은 가수 용○○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른 하이라이트 용준형은 소속사를 통해 "단지 친하다는 이유로 이런 일에 연루된 것에 용준형과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억울해하고 있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사실, 분명히 선을 긋는 공식입장보다 와 닿았던 한 마디는 사실 여부를 떠나 "다시 한 번 저를 돌아보게 됐다"는 SNS상 고백이었다.
강렬한 악당 연기를 도맡곤 했던 배우 김의성의 말을 종종 곱씹곤 한다. 평범한 얼굴을 한 악인들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며 그는 말했었다.
"그냥 살면 못된 사람이 된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안된다. 더 애쓰고 조심하고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악행은 무심히 반복된다. 죄짓지 않기 위해선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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