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대전, 김건일 기자] 지난 18일 김원중은 5회까지 KIA 타선을 1점으로 틀어막고 4-1 리드를 이끌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그런데 6회 선두 타자 이명기를 상대로 갑작스럽게 제구가 되지 않았다. 볼 세 개가 연거푸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네 번째 공도 볼. 이날 경기 처음이자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자 순간 얼굴이 굳었다. 김원중은 차고 있던 목걸이를 뜯었다.
23일 만난 김원중은 "볼넷 주고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김원중은 마운드에서 표정 변화가 많았다. 위기에 몰리거나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얼굴이 빨개졌고 경기를 그르치곤 했다. 목걸이를 뜯고 속마음을 분출한 행동은 스스로 무너졌던 지난해를 떠오르게 했다.
하지만 목걸이를 뜯고 난 뒤 김원중은 스트라이크 존에 힘 있게 공을 꽂아넣었다.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해 6회를 끝냈다. 7회도 무실점. 공 105개로 올 시즌 가장 많은 7이닝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원중은 "지난해엔 마운드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올 시즌엔 별생각이 없다. '칠 테면 쳐라'는 식으로 던지고 있다. 내 공을 믿고 공격적으로 던지기로 했다. 타자가 누구든 신경 쓰지 않고 내 공만 던지자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김원중은 9이닝당 볼넷이 4.77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2이닝당 1개꼴로 볼넷을 줬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해 30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허용한 볼넷이 단 6개. 9이닝당 볼넷 또한 1.76으로 지난해와 크게 대비된다. 롯데는 김원중이 등판한 5경기 중 4경기를 이겼다. 이대호도 포수 나종덕도 "우리 팀 에이스"라고 치켜세웠다.
김원중과 세 차례 배터리를 이룬 나종덕은 "패스트볼 구위가 워낙 좋아 공격적으로 승부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원중은 광주 동성 고등학교 시절부터 140km 중반대 패스트볼이 높게 평가받았던 투수다. 올 시즌에야 비로소 제 공을 던지는 셈이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김원중이 달라진 이유를 '멘탈'이라고 정리한다. 김원중은 양 감독의 지시에 따라 겨우내 멘탈 강화에 힘썼다. 윤성빈과 함께 매일 명상 훈련을 하기도 했다. 양 감독의 철저한 관리는 시즌 중에도 이어진다. 지난 5일 한화와 경기를 돌아보며 양 감독은 "노시환에게 홈런을 맞고 또 예전처럼 표정이 안 좋길래 한마디 했더니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김원중의 목표는 이닝이터. 지난해 부진에도 145이닝으로 규정 이닝(144이닝)을 채웠다는 점에 위안했던 그다. 김원중은 "마운드 위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