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왼쪽)와 아버지의 등번호 27번을 받은 게레로 주니어.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이날 만큼은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전설이 아닌, 한 신인 선수의 아버지였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는 특급 유망주인 아들 게레로 주니어(토론토)의 경기를 초조한 눈길로 바라봤다. 타구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였다. 

게레로 주니어는 북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2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홈경기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 경기는 MLB TV 무료 경기로 세계에 전파됐고, 게레로 주니어는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해 열기를 띄웠다. 

신인이지만 메이저리그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는 베테랑 못지 않았다. 출근길부터 화제였다. 게레로 시니어의 몬트리올 시절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면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는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린다"면서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몬트리올 클럽하우스를 뛰어다닌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게레로 시니어는 몬트리올에서 8년 동안 타율 0.323과 OPS 0.978, 234홈런 123도루를 기록했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때는 LA 에인절스 모자를 썼지만 몬트리올-캐나다와 인연은 각별하다. 그의 아내는 게레로 주니어를 캐나다에서 낳았다. 

아들의 플레이를 바라보는 순간에는 레전드가 아닌 아버지였다. 4회 게레로 주니어의 타구가 담장까지 날아가자 손을 휘저으며 홈런을 기도했다. 타구가 담장 바로 앞에서 채드 파인더의 점프 캐치에 걸리자 허탈한 듯 웃으며 얼굴을 돌렸다. 

9회말 게레로 주니어가 2루타를 치자 뛸듯이 기뻐했다. 토론토는 2사 3루에서 터진 브랜든 드루리의 끝내기 홈런으로 4-2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인터뷰는 드루리가 아닌 게레로 주니어가 했다. 

한편 MLB.com은 게레로 시니어가 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영상으로 제작해 야구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네가 태어나기 오래 전부터 이름을 정해뒀지. 내 첫 아들의 이름은 '주니어'가 될 거라고. 그 이름은 내 결정이었어. 많은 부담이 됐겠지."

"내 이름을 줬을 때 네가 내 스윙을, 야구에 대한 사랑까지도 이어받을 줄은 몰랐어."

"아들아, 네가 자랑스럽다. 집중력을, 희생정신을 잃지 않았지. 흔들리지도 않았어. 그게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야. 내 이름이나 내 스윙 때문이 아니란다. 네가 야구를 선택했기 때문이지."

"네가 태어났을 때 만난 특별한 감정을, 이제는 세계가 알게 될 거야. 어서 너의 플레이를 보고 싶구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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