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들은 류현진이 올 시즌 많은 승수를 챙기고 포스트시즌 다저스 우승에 기여해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계약에서 대박이 나기를 바란다. 만약 류현진이 다저스에 남는다면 사이영상 수상자를 최다 배출한 다저스 역사에 남는 투수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MLB.com 다저스 전문기자 켄 커닉이 쓴 기사 '쿠팩스 업적이 다저스 방식의 길을 열다(Koufax’s legacy paves the Dodger way)'를 바탕으로 다저스 구단의 투수 전통을 되짚어 본다.
다저스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매년 내셔널리그 상위권에 랭크된다. 2018년에도 팀 평균자책점 3.38로 내셔널리그 1위였다. 1940년 이후 내셔널리그 1위 또는 2위에 오른 것이 총 40번이다.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을 수상한 다저스 투수는 모두 12명이다. 다저스 다음으로 사이영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팀들의 7차례 수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이영상이 시작된 1956년부터 다저스 투수 돈 뉴컴이 수상했다. 뉴컴은 흑인으로 처음으로 1949년 월드시리즈에 투수로 등판했고 그해 신인상도 받았다. 1956년 뉴컴은 사이영상과 함께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다.
다저스 사이영상 수상자들중 샌디 쿠팩스(1963년, 1965년, 1966년)와 클레이튼 커쇼(2011년, 2013년, 2014년)가 각각 3번씩 수상했다. 다저스 소속으로 수상하지는 않았지만 다저스 팜 시스템 출신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사이영상을 3번(1997 NL, 1999년 AL, 2000년 AL) 수상했다.

다저스의 투수 왕국 설립은 앨 컴퍼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컴퍼니스는 1954년 '다저스 방식으로 야구하기 (The Dodgers’ Way to Play Baseball)'란 책의 저자로 메이저리그 첫 그리스계 선수로 알려져 있으며, 다저스 구단 제너럴 매니저(GM)를 역임(1968~87년)했다. 컴퍼니스는 자신의 멘토 브랜치 리키에게 투수의 중요성과 팜 시스템의 필요성을 배우고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팜 시스템에 투자했으며 직접 도미니카공화국이나 푸에르토리코 등 캐리비언(카리브해) 인근 지역 선수들에게 지원을 먼저 했던 선구자이기도 하다. 다저스 GM 재임 때 4차례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1981년 우승했고,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팀 구성도 컴퍼니스가 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컴퍼니스는 1987년 4월 TV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GM직에서 해고됐다. 선수시절 재키 로빈슨의 룸메이트로 유명한 컴퍼니스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컴퍼니스가 해임된 후 흑인 선수들을 포함한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그를 옹호했다.
현재 83세인 샌디 쿠팩스는 다저스 역사에 남는 좌완 투수며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은퇴후 1972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고 그의 백넘버 32번은 다저스 영구 결번 중 하나다. 최근 다저스 구장을 찾는 일이 드물어졌지만 다저스 투수들은 쿠팩스와 정신적인 면에서 같이 한다.
쿠팩스는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짧고 굵게 했다. 30세에 은퇴했으나 그 뒤로 투수코치로 항상 다저스 구단 소속 마이너리스 투수들이나 유망주 교육에 힘을 쏟았다. 현재 다저스 투수코치인 릭 허니컷 역시 쿠팩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예전에 박찬호도 쿠팩스에게 많은 지도를 받았다. 현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물론 최근 부상자명단에 올랐지만 계속 성장 중인 케일럽 퍼거슨도 쿠팩스와 만남과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1988년 사이영상과 월드시리즈 MVP를 같은 해에 수상한 오렐 허샤이저는 지금 다저스 야구를 중계하는 해설자다. 허샤이저는 쿠팩스가 그랬던 것처럼 오프시즌 중에는 다저스 팜 시스템에서 투수코치로 활약한다. 허샤이저는 쿠팩스에게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중요시하며 쿠팩스가 한 말은 그 누가 한 것보다 후배들이 잘 알아 듣는다고 전한다.
2003년 사이영상을 수상한 에릭 가니에는 현재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코치로 있다. 그 역시 쿠팩스에게 전수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가니에는 “쿠팩스로 인해 다저스에서 조금이라도 선수생활을 한 선수들은 다른 팀에서도 다르게 본다”며 “마이너리그에서도 세대를 거쳐 내려오는 투수를 중요시하는 ‘다저스 방식’으로 경기를 한다”고 이 기사를 통해 말했다.

1981년 사이영상과 신인상을 같은 해에 수상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는 다저스뿐만 아닌 멕시코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멕시코야구리그(LMB)은 1일(한국시간) 발렌수엘라의 등번호 34번을 리그 전체 영구결번으로 결정했다. 발렌수엘라는 1981년 다저스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기여를 했고 메이저리그에서 올스타 6회, 골든글러브 1회, 실버슬러거 2회 수상한 레전드 투수다. 현재는 다저스 스페인어 중계방송 해설자로 활동 중이다.
'다저스 방식'은 투수의 중요성과 쿠팩스 등 레전드가 지도하는 팜 시스템을 통한 투수 육성을 중요시한다. 다저스는 예전부터 흑인 및 라틴계 선수 영입에 주저하지 않았고 1990년대는 아시아로 눈을 돌려 노모 히데오와 박찬호를 배출했다. 현재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승승장구하는 것도 다저스 구단 시스템이기에 가능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