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중계 화면에 류지혁(26, 두산 베어스)이 잡히면 아들 이현(2)이는 아빠를 정확히 가리킨다. 예전에는 두산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화면에 나오면 다 "아빠"였는데, 이제는 정확히 류지혁에게만 "아빠"라고 외친다. 다른 두산 선수들은 "삼촌"이라고 부른다.
류지혁의 하나뿐인 열혈팬 이현이는 2017년 4월 30일 세상에 태어났다. 산후조리원에서 생애 첫 어린이날을 보냈던 이현이는 어느덧 한국 나이로 3살이 됐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직접 잠실야구장을 찾아 아빠를 응원하기로 했다.
사실상 올해 처음으로 이현이와 어린이날 추억을 쌓을 기회가 생겼다. 류지혁은 "어린이날은 선물을 받는 날이라고 생각해서 설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어릴 때 많이 놀아주셨다. 아버지가 야구를 좋아하셔서 같이 야구를 하거나 경기를 보러 가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버지와 친한 것 같다"며 이현이와도 추억의 첫 페이지를 기분 좋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현이는 평소에도 야구장에 직접 찾아와서 아빠를 응원하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도 손에 깃발만 쥐여주면 두산 응원가를 부른다. 류지혁은 경기가 끝난 뒤에는 아들과 함께 놀 계획을 세워뒀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선물도 준비했다.
야구 선수 아빠는 평소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류지혁은 "이번에 스프링캠프에 갔다 왔을 때 진짜 오랜만에 아들을 봤다. 이현이가 너무 좋아서 경기를 일으키더라. 그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두 달 정도 집에 못 들어가서 영상 통화로는 계속 봤지만, 마음이 짠했다"고 털어놨다.
시즌 때도 아이를 볼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홈이나 원정 경기나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보통 새벽이니 아들은 늘 자고 있다. 류지혁은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가 있으면 좋아서 때리면서 깨운다. 그래도 아빠를 좋아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류지혁은 아들에게 자신의 아버지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현이에게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지금도 아버지를 정말 좋아한다. 걱정이나 고민이 있으면 지금도 아버지랑 다 이야기한다. 앞으로 인생도 아버지처럼 살고 싶을 정도로 아버지를 존경한다. 내가 아버지에게 느꼈던 걸 이현이도 똑같이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류지혁은 "이현이가 더 크면 같이 게임도 하고 같이 여행도 다니고 싶다. 같이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나도 어릴 때 뭐든지 다 아빠랑 같이 했다. 한번은 어머니가 PC방에 못 가게 하는데, 내가 너무 가고 싶어하니까 아빠가 몰래 같이 가주기도 했다"며 자신이 아버지와 그랬듯 이현이와도 평생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고 했다.
이현이는 지금처럼 예쁘게, 그리고 바르게 컸으면 하는 바람이다. 류지혁은 "공부를 못해도 되고 좋은 학교에 안 가도 된다. 인성만 바르게 컸으면 좋겠다. 남을 도울 줄 알고, 베풀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원래 대답도 '응'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네'라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인사를 배워 왔더라"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