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킨 일은 안 하고 허구헌날 조폭만 들쑤시는 통애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형사 정태석(김무열)은 연이어 벌어진 살인사건에서 연쇄살인범의 정황을 포착한다.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지만 그는 홀로 범인을 쫓고, 장동수의 사정을 알아챈다.
추적이 난관에 부딪치자 둘은 살인마 K(김성규)를 잡기 위해 결국 손을 잡는다. K는 잡는 쪽이 알아서 하기로 하고.

수명이 다한 조폭물, 식상한 형사물을 비틀어 나쁜놈 잡는 나쁜놈 이야기로 접합시킨 이원태 감독의 각본은 퍽 영리하다. 제목부터가 '악인전'인 청소년관람불가 범죄물답게 시작부터 피가 난무한다. 툭하면 칼부림이 벌어지는 등 폭력의 수위도 상당히 높다. 그러나 잔혹한 묘사에 골몰하는 대신 극악무도한 살인마의 광기, 묵직한 타격감에 집중한 액션은 큰 거부감 없이 즐길 만하다. 명쾌한 캐릭터, 그만큼 명쾌한 액션에 시간이 술술 간다. 깔끔하게 군더더기를 걸러낸 속도감 넘치는 편집도 맛을 더한다.

'악인전'은 '범죄도시' 이후 주춤했던 마동석의 저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압도적인 비주얼로 위력을 뽐내는 무시무시한 남자, 마동석의 캐릭터는 물론 여전하다. 그러나 '마동석 장르'에서 사랑스러운 '마블리'를 완전히 걷어내고 강력한 폭력성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며 분위기를 압도한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이른바 MCU로 불리는 독보적 세계를 구축한 그다. 하고 하고 또 하면 일가를 이룰 수 있다는 걸 마동석이 기어코 입증내 낸다.

마동석의 압도적인 존재감에도 삼각구도가 제법 단단하다. 무려 15kg을 찌우고 '악인전'에 달려든 형사 정태석 역 김무열은 빈약한 동력에도 불구하고 악다구니로 범인에 달려드는 형사를 몸사리지 않고 연기하며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마동석과 견주어 밀리지 않는 투샷에선 15kg을 찌운 보람이 확실하다. '범죄도시'의 조폭, '킹덤' 속 의문의 사내로 눈도장을 콕 찍었던 김성규는 이유도 감정도 없는 살인마를 맡아 이래도 못 알아보겠냐는 듯 확실하게 존재를 드러낸다.
'악인전'은 한국 개봉에 이어 제 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세계의 관객과 만난다. 대중성 있는 장르영화를 소개하는 부문이다. 저만의 개성과 힘이 분명한 '악인전'은 그 자리에 소개될 자격이 있다.
5월 1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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