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축구 전문가가 한국 축구에 충고했다. 손흥민의 맹활약은 인상적이지만, 손흥민에 만족하면 안 됐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발전된 교육으로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손흥민 다음 세대는 또 운에 기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에서 온더 요르트귀벤 코치를 만났다. 온더 코치는 터키 출신이지만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에서 유소년과 성인 무대를 밟았다. 은퇴 후에는 기술 고문과 브레멘축구협회에서 일했다. 스카우터 업무도 했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와 잉글랜드 클럽과 교류하며 유럽 축구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연구했다. 유럽 내 스포츠 사이언스 관련 교수, 의사, 회사와 관계도 맺었고, 터키 앙카라스포르 제안으로 코치도 했다. 오토 레하겔 감독과 전 레버쿠젠 주치의 토마스 파이퍼도 온더 코치의 지인들이다.
■ “냉정히 말하면, 손흥민은 한국이 키우지 않았다”

손흥민은 한국 최고의 선수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을 거쳐 토트넘으로 이적했고, 프리미어리그 최고 공격수 중 하나로 성장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홀로 3골을 터트리며 토트넘 결승 진출의 발판을 만들었다. 현지 언론도 손흥민을 유럽 정상급 공격수 중 하나로 평가했다.
“손흥민 발견에 만족하면 안 된다. 손흥민의 탤런트는 한국이지만, 한국 시스템이 만든 선수는 아니다. 밖에서 비판을 하면 ‘우리 선수는 잘 한다. 손흥민 등 여러 선수를 배출하지 않았냐’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온더 코치는 맹점에 빠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제2의, 제3의 손흥민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언젠가 한국에서 경험을 말하면서 수직적인 분위기에 일침을 놨다.
“터키와 정말 흡사했다. 감독들이 권위적이었다. 앉아서 지시하면 선수들이 시키는 대로 하더라. 마치 선수들은 군인 같았고, 감독은 장군같았다. 한국 유스 팀 경기를 봤는데 코치들이 압도적이었다. 통제는 잘하지만 올드한 축구를 했다. 전술적으로 수비적인 성향이 강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젖어선 안 된다. 운이 좋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원래 실력은 아니다. 선수들이 좋으면 한번 성적이 나올 뿐이다. 그건 선수들이 잘하는 것이다. 시스템이 좋다고 볼 수 없다. 좋은 시스템과 교육이 있다면, 꾸준하게 성적을 낼 수 있다. 터키도 아직까지 2002년 한일 월드컵 3위를 이야기하고 있다.”
■ “한국,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까. 온더 코치는 더 정밀하고 세밀한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말했다. 각 분야 집단(메디컬, 퍼포먼스 팀 등)을 만들고, 감독 권위를 최대한 분산해야 했다. 감독이 모든 걸 결정하지 않고, 전문가 집단 의견을 수렴해 최선을 결정하는 것이다.
“잉글랜드를 한 번 보자. 1~2명의 코치로 경기를 준비하지 않는다. 전문가 집단이 모여 하나의 코칭 시스템이 완성된다. 그것이 모던 풋볼이다. 현대 축구는 전문가 집합이다. 유럽은 하이 스피드 풋볼을 다양한 집단이 연구한다. 필요하다면 미국과 교류까지 한다. 유소년에도 해당되는 일이다.”
유소년 단계부터 체계적인 스포츠 사이언스가 필요했다. 모든 근육, 심장 박동 등에 과학을 접목해 최고의 선수를 만들어야 했다. 90분 동안 빠른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50번 이상 스프린트를 목표로 선수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온더 코치 말을 빌리면 손흥민은 독일에서 길러진 선수다. 함부르크에서 훈련이 오늘의 손흥민을 만들었다. 손흥민을 예로 들면서, 한국 선수들의 재능은 충분하지만, 부족한 시스템이 발목을 잡는다고 말했는데 독일 대표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독일에서 성장해서다. 독일 시스템에서 좋은 선수가 됐지만, 한국이라면 잘 모르겠다. 터키 선수들도 재능으로만 뛰었다. 그런데 독일 교육으로 개선됐다. 귄도간, 메수트 외질, 누리 샤힌 등 터키계 선수들이 여기에 있다. 반면 실제 터키 대표팀은 그렇지 않다.”
모든 걸 ‘감’으로 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 끊임없이 연구해야 했다. 유럽은 포제션 축구를 넘어 하이 스피드 풋볼로 전환하고 있었다. 맨시티와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8강, 아약스 축구가 대표적이었다. 현대 축구는 정확한 전진 패스 3번에 결정되며, 상대보다 더 빨리 공을 가져놓는 속도가 포인트였다. 선수도 여기에 맞춰 성장해야 했다.
터키와 한국의 권위적인 문화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면서도 협회와 구단의 변화를 촉구했다.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 조언했다. 온더 코치는 유럽 선진 스포츠 사이언스를 연구하고 응용해 한국에 적합한 교육법을 찾길 권유했다.
“한국과 터키 코치들에게 어떻게 좋은 선수를 만들 건지 물으면, 대부분 ‘모른다’고 답한다. 한국 축구는 느린데 유럽은 어떻게 빠른 축구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정보를 최대한 습득해야 한다. 감독이 매니지먼트를 하되 나머지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현재 유럽 축구의 근간은 하이 스피드다.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축구 철학은 달라도 기본은 하이 스피드다. 유소년을 포함한 모든 훈련이 여기에 맞춰야 한다. 젊은 감독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스포츠 디렉터로 조언자 역할을 하면 된다. 독일축구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젊은 지도자를 양성한다. 나겔스만 감독이 대표적이다.”
“한국 선수들의 재능은 뛰어나다. 하지만 재능 있는 선수들이 성공하지 못하면 지도자와 교육 시스템의 문제다. 터키를 예로 들면, 협회장들의 교육이 필요하다. 항상 이런 말을 하지만 결국엔 제일 중요한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다.”
“아마도 한국은 터키와 비슷할 것이다. 감독이 결정하면 코치가 따라간다. 고위직에 한번 앉으면 내려가지 않는 문화도 있을 것이다. 유럽에는 리더들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자리를 떠난다. 과연 한국은 그럴까.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언제까지 세계 무대 성적을 운에 기대야 할까. 스스로 거짓말과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건 아니냐고 묻고 싶다.”
약력
교육: 운동생리학, 피트니스 트레이닝 전공
선수
1975-1984 ATSV Bremen 1860 유스팀/ football department (베르더 브레멘 전신)
1987-1996 KSV Vatan Sport
1996-1997 Blumenthaler SV
1998-2000 Hastedter TSV
축구단 스포츠 행정 경력
독일
2000-2004 member of the board and press spokesman KSV Vatan Sport
2004 integration officer at Bremer FV
2004-2008 Youth Coordinator BTS Neustadt
터키
2008-2010 터키 수퍼리그 앙카라 스포츠 – 클럽 컨설턴트
2010-2011 터키 수퍼리그 MKE Ankaragücü - Mesut Bakkal (감독) 코칭스텝 스포츠 사이언스 자문역
2011-2012 터키 수퍼리그 Samsunspor 단장
2012-2013 터키 수퍼리그 Kardemir Karabükspor – Mesut Bakkal 감독 수석코치
2013 터키축구협회 스포츠 피지올로지, 퍼포먼스 위원회 창립위원
2013-2014 터키 수퍼리그 Torku Konyaspor – Mesut Bakkal 감독 수석코치
2016-2017 터키 2부 리그 Medicana Sivasspor – Osman Özköylü 감독 수석코치
2017-2018 터키 수퍼리그 앙카라 스포츠 – Mustafa Resit Akcay 감독 수석코치,
유스아카데미 디렉터, 스포츠사이언스팀 디렉터
2018-2019 터키 수퍼리그 Aytemiz Alanyaspor – Mesut Bakkal 감독 수석코치
스포티비뉴스=브레멘(독일), 박대성 기자